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베트남 냉쌀국수입니다.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은 국물에 쌀국수, 녹두나물, 싹무, 풋고추, 새우들이 들어있고, 취향에 따라서 단무, 양파, 고수풀을 얹어서 먹습니다.
 베트남 냉쌀국수입니다. 여러 가지 향신료를 넣은 국물에 쌀국수, 녹두나물, 싹무, 풋고추, 새우들이 들어있고, 취향에 따라서 단무, 양파, 고수풀을 얹어서 먹습니다.
ⓒ 박현국

관련사진보기


23일 저녁 홍대 근처 베트남 식당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베트남 먹거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름철 특별식으로 베트남식 냉쌀국수를 먹었습니다. 고수를 듬뿍 얹은 베트남식 냉쌀국수는 고수풀 향기와 더불어 식욕을 자극합니다.

요즘 여러 가지 이유로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고,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지고, 외국인 유학이 늘어났습니다. 서울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외국의 여러 나라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외국 먹거리를 파는 식당이 많습니다.

고수풀은 동남아시아나 중국 남부 등 따뜻한 곳에서 재배합니다. 고수풀잎에서는 약간 독특한 향이 나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갈립니다. 음식을 만들면서 묻기도 하지만 이곳 식당에서는 필요한 사람이 스스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따로 준비해 두었습니다.

왜 베트남 사람들은 쌀국수를 만들어 먹으면서 고수풀을 넣는지 모릅니다. 다만 세계 어느 곳에서 먹는 베트남 쌀국수에도 고수풀은 들어갑니다. 오래 전부터 베트남 사람들은 그렇게 먹었기 때문입니다.

고수풀은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푸성귀입니다.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고, 독특한 향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고수풀은 절에서 재배하여 스님들이 즐겨 먹는 남새(밭에서 기르는 농작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여 년 전 우연히 고창 선운사를 찾았을 때 어떤 마을 사람이 독특한 남새를 들고 있어서 물었더니 고수풀이라고 하면서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이곳 선운사에서 스님들만 먹는지도 모르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선운사가 있는 고창군에는 고수면이 있습니다.

고수풀에서는 독특한 향이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나뉘지만 고수풀 씨앗은 오히려 오랜지향과 비슷한 달콤한 향이 나서 향신료로 사용합니다. 작은 구슬 모양 알갱이를 꽉 눌러보면 씨방이 세넷으로 갈라지고 그 속에서 검은씨가 나옵니다. 고수풀는 푸성귀, 씨앗 모두 향신료로 동남아시아나 중국, 인도 등지에서 흔히 사용합니다. 봄철 씨를 구해서 땅이나 화분에 심으면 두세 달 뒤 푸성귀 맛을 볼 수 있습니다. 흰꽃이 진 뒤 씨가 맺힙니다.

베트남 식당에는 고수풀을 얹어먹는 냉국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먹거리가 많습니다. 고기나 물고기를 넣어서 만든 국수도 있고, 새우를 넣어서 만든 고로케도 있고 다양합니다. 다만 국수는 대부분 쌀로 만든 쌀국수입니다.

베트남을 비롯한 태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여러 곳은 따뜻한 열대 나라답게 쌀 생산이 많습니다. 보통 쌀로 밥을 지어서 먹지만 특별한 날에는 쌀로 국수를 만듭니다. 쌀은 밀과 달리 글루텐 성분이 없기 때문에 끈기가 없어서 길게 이어지는 국수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쌀국수를 만들 때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작업합니다. 지금은 다르지만 오래 전 쌀국수는 특별한 날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작업하여 만들어 먹을 잔칫날 먹거리였습니다.

쌀로 국수를 만드는 과정은 복잡하고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쌀을 찧어서 가루로 만들고, 살짝 익혀서 발효시켜 끈기를 내게하여 뜨거운 물을 준비하여 국수를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기계나 대형 도구를 활용하여 쉽게 대량으로 쌀국수를 생산합니다.

사람마다 먹거리 취향이 다른 것처럼 나라나 지역마다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여러 가지 푸성귀나 곡물들을 활용하여 먹거리를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특정 지역의 고유 먹거리는 사람들의 교류와 교역, 이동, 교통의 발달 등으로 여러 곳에 퍼졌습니다.

이제 우리들은 집 근처에서 쉽게 여러 곳에서 나는 다양한 먹거리를 쉽게 먹을 수 있습니다. 한끼 먹거리를 체험하면서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감각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세계화와 국제 교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베트남 쌀국수, # 베트남식 노상 식당, #고수 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