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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2일 "육군 의무헬기 '메디온' 불시착…5명 부상" MBC뉴스 갈무리
 2021년 7월 12일 "육군 의무헬기 "메디온" 불시착…5명 부상" MBC뉴스 갈무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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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2일 포천시 한 군부대, 육군 의무수송헬기 '메디온'(KUH-1M)이 착륙 중 불시착으로 두 동강 났다. 인근 부대에서 신경마비 군인 환자가 발생해 후송하러 간 헬기였다. 헬기는 활주로에 부딪히자마자 로터의 회전력 때문에 옆으로 쾅하고 고꾸라졌다. 전면 유리가 와장창 깨졌고, 로터가 계속 돌면서 동체와 꼬리마저 완전 분리됐다.

"빨리 나가야 돼... 나가야 돼... 빨리 나가..."

군의관 김동근(36·현재 응급의학과 전문의)씨는 다른 부대원의 힘겨운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고 이내 공포심에 휩싸였다. 엔진 과열로 동체가 폭파할 수 있었기에 '무조건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가까스로 머리 위 창문을 통해 빠져나왔으나 땅과의 거리는 4~5m. 눈을 감고 아스팔트 활주로로 뛰어내렸다. 오른쪽 팔 상단 뼈가 부러지면서 살이 터졌다.

후유증이 남았다. 1년 넘게 재활치료를 받았으나 그의 팔은 예전처럼 쫙 펴지거나 굽혀지지 않는다. 0~145도 사이를 왔다 갔다 했던 팔꿈치 가동범위가 30~120도 사이로 줄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남았다. 비행 중 기체가 흔들리거나, 사고 당시 탈출 직전의 4~5m 높이에 설 때면 긴박했던 사고 장면이 떠오르면서 불안해지고 식은땀이 난다. 잠에 들어도 자꾸 두세 번씩 깨 수면장애 진단도 받았다.

김씨가 복무한 의무후송항공대는 군인들의 골든타임을 확보하기 위해 창설된 '응급환자 후송 부대'다. 그는 사지절단, 교통사고, 자살 시도 등 군대에 응급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긴급히 현장에 투입됐고, 한 달에 한 번 꼴로 후송 헬기를 탔다. 2014년 제22보병사단 GOP 총기난사 사건(일명 '임병장 사건')이 응급조치 지연으로 피해가 더 컸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2015년 만들어진 부대였다. 당시 총을 맞은 병사 12명 중 5명은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응급 군인 후송에 보훈처 "국민 생명과 직접 관련 없어"
 
국가유공자법 1조(목적) :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국가유공자나 그 가족 등을 합당히 예우하고 지원해 생활안정과 복지향상을 도모하고 애국정신을 기르는 데에 이바지함.

4조 1항 6호 공상군경 : 국가 수호·안전보장이나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연관된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 중 상이(부상)을 입었고, 국가보훈처 신체검사에서 상이등급으로 판정받은 군인·경찰·소방공무원.
 
김씨는 자신이 겪은 피해가 국가유공자법에 부합한다고 여겼다. 징집에 따라 국방 의무를 수행 중이었고 그 중에서도 후송, 처치, 치료 등으로 응급환자 생명을 보호하는 일을 했다. 헬기 후송은 지휘통제실에서 임무를 하달하면 수행하는 작전과 비슷했고, 헬기 특성상 임무 때마다 위험도 잠재돼있었다. 다수가 목격한 사고인 만큼 직무와 부상 간 인과관계도 명확했다. 김씨가 올해 초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등록 신청을 한 이유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 김씨의 사고가 "국민 생명 보호 등과 직접 관련이 없는 통상적인 직무수행 중의 상이"라는 게 이유다. 주무기관인 보훈처는 "국가 안전 보장이나 국민 생명·재산 보호 등과 직접 관련 있는 직무수행 중에 입은 상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김씨는 국가유공자법 대상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훈처 말 대로면 군인 생명은 국민 생명이 아니란 말인가?"

지난 18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씨는 이렇게 말하며 "이제까지 내가 수행했던, 그리고 수행 중 사고가 났던 임무들은 다 무엇이었나?"라 되물었다. 그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권리도 요구하고 싸워야만 인정해주는 것이냐"라며 "고무줄 잣대가 아닌 보훈 원칙을 확인하기 위해서 행정소송 등 끝까지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동근씨가 헬기 불시착 사고로 우측 상완골 개방골절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후의 사진.
 김동근씨가 헬기 불시착 사고로 우측 상완골 개방골절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후의 사진.
ⓒ 김동근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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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는 왜 기각할까 

보훈처가 판단하는 국가유공자 요건은 크게 두 개다. 국가 수호, 국민 재산·생명 보호와 직접 관련돼야 한다는 '직접 관련성'과 직무와 부상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다. 보훈처가 두 요건을 좁게 해석하면서, 위의 군의관 김씨처럼 관련성과 인과관계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사례도 기각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행정심판위원회에 공개된 '군인 국가유공자 등록거부처분 등 취소청구' 56명 사례를 보면 유공자로 인정된 사례는 단 2명이다. 1970년 월남전에 참전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얻은 참전군, 2017년 종합각개전투훈련 중 지형지물에서 낙상한 병사 둘이다. 행정심판은 보훈처 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위원회에 판단을 다시 묻는 절차다.

공개되지 않은 행정심판위원회 자료를 합쳐 봐도 행정심판을 통해 결과가 바뀔 확률은 2021년 기준 1.6%( 696건 중 11건) 정도다.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해도 보훈처가 패소할 가능성은 7.4%(2021년)에 불과하다.

이 원인으로 김성배 국민대 법대 교수는 직접 관련성과 상당인과관계를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보훈처와 사법부를 지목했다. 국가유공자법은 강제징집이라는 현실과 헌법, 병역법 등을 조화롭게 해석해야 하는데 시행령 문구에 집착하거나 입법 취지를 간과한다는 것이다. 또 국가유공자법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국가유공자"란 문구를 쓰고 있음에도, 공헌의 여부는 묻지 않고 희생이 큰 경우에만 국가적 예우를 하려는 경향이 이어진다고도 지적했다. ("군 사망·재해사고에 대한 보훈 및 배상에 관한 판례 분석", 공법연구 제50집 4호, 한국공법학회, 2022.6)

자신의 사안을 SNS로 공론화한 김동근씨는 "나는 운이 좋아 죽지 않았고 공적으로 목소리를 낼 여건도 돼 이렇게 공론화도 할 수 있다"며 "여건이 되지 못해 억울함을 감내하는 분들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이 사안을 법적으로 다퉈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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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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