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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7일 오후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심문을 마친 후 법원을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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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아래 호칭 생략)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연 이후 언론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다. 그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그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여당 실세라는 '윤핵관'들과 각을 세워서이고, 다른 하나는 이준석 특유의 스타일 때문이다. 과연 이 두 가지 이유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관심을 받을만한 것인지 하나씩 따져보고자 한다. 

우선 이준석과 윤석열 대통령, 또 윤핵관들은 왜 싸우는 걸까. 많은 사람들이 정치인들을 향해 "또 싸운다'며 지긋지긋해 하지만, 사실 정치란 누군가의 이해를 대변하는 과정이고, 그것 자체가 갈등의 연속이다. 또한 싸움을 잘 할 수록, 센 상대와 싸울수록 큰 정치인이 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준석 역시 당 내 친박세력, 당 밖 태극기 부대와 싸우며 성장했고, 당 대표가 된 다음엔 윤핵관들과 싸우고 있다. 시끌벅적하게 싸우는 재주가 이준석에겐 분명 있다. 

하지만 정치는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의미있는 싸움이어야 한다. 족적을 남긴 정치인들은 그저 잘 싸우기만 한 게 아니다. 사람들을 더 자유롭게 하고, 더 평등하게 하며, 공동체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싸움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태우 정부 당시에 목숨을 건 단식으로 1990년 10월 지방자치제를 쟁취했고,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주의와 맞서기 위해 패배할 걸 알면서도 부산에서 계속 출마했다. 
  
서로가 싫어서 싸우는 가장 낮은 수준의 정치

이런 정치의 본질에 비춰보면 이준석과 윤석열 대통령, 또 윤핵관들의 싸움은 부질없기 그지 없다. 그들의 싸움은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공론장을 거의 점령한 듯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누구도 그들이 왜 싸우는지를 알지 못한다. 심지어 싸우는 본인조차 모른다.

이준석은 지난 1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자신도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가 틀어진 이유를 정확히 모른다면서도 과거 윤 대통령을 소에 비유한 것이 그 이유일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준석은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의 입당 시기를 두고 "우리 목장에서 키워서 잡으면 국내산 한우, 외국에서 수입해서 6개월 키우다 잡으면 국내산 육우, 밖에서 잡아서 가져오면 외국산 소고기다. 당원들과 우리 당을 아끼는 분들이 조직적으로 야권 단일후보를 도우려면 국내산 한우 정도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국내산 육우 정도 되야 한다"고 발언했었다.

이 발언이 갈등의 발단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준석은 "이런 것에도 기분 나빠하면 정말 어떻게 하냐"며 "그럼 집토끼도 동물 비유라 기분 나쁜가"라고 덧붙였다. 모두 쓸데 없는 말인데, 핵심은 이준석 조차 윤 대통령과 왜 관계가 틀어진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는 인식 정도가 드러났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런 류의 갈등이 다른 영역에서 있었다면 어땠을지를 한번 따져보자. 만일 기업에서 어떤 내분이 있어 내부 운영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소식이 전해진다면 그 기업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그나마 정상참작을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왜 싸우느냐'다. 만일 싸움의 이유가 회사의 미래 방향을 정하기 위한 이견 때문이거나, 회사의 잘못을 고치기 위한 과정이라면 그나마 의미가 있고, 싸움이 잘 끝나면 오히려 회사는 더 나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만일 내분의 이유가 그저 경영진들 간에 인간적인 호불호 때문이라면 그 경영진들은 그야말로 퇴출각이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중요한 권한을 맡기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기업조차 이럴진대 정부와 집권 여당은 지금 서로가 인간적으로 싫어서, 또한 주도권과 권력을 나누기가 싫어서 싸우고 있다. 선출된 대통령은 퇴출될 수 없으니, 기업이었으면 윤핵관들과 이준석이 한 묶음으로 퇴출돼야 마땅한 상황인 것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던 중 휴대폰을 펼쳐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권 직무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월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던 중 휴대폰을 펼쳐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권 직무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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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호명 이전에 '어그로 정치'가 있었다

이준석 특유의 스타일도 지금껏 인지도를 쌓고, 최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는 이유다. 이준석은 2012년 박근혜 키즈로 비대위원으로 발탁된 뒤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 낙선하면서도 정치권에서 살아남았다. 비결은 특유의 입담이었다. 그는 각종 방송의 시사 및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 평론을 하며 정치를 지속했고,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해 전국 선거에서 연전연패하던 보수 정당의 희망으로 떠올라 전격적으로 당 대표로 선출됐다. 

그의 정치적 성공엔 '이대남을 호명해 지지층으로 결집시킨 것'을 이유로 꼽지만, 그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가 정치를 지속하고, 인지도를 쌓은 핵심 이유는 그의 특유의 스타일 덕분이다. 

그의 말하기 스타일은 '어그로'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다. 인터넷 용어로 '상대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모으는 것'을 '어그로'라고 하는데, 이준석의 말하기 방식은 이 용어의 의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대선 때 "돌이켜 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나, 15일 CBS라디오 방송에서 "제가 만일 전당대회에 다시 출마한다면 윤핵관들이 명예로운 정계은퇴를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드리겠다"는 발언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후보를 돕던 선거 운동원이 사고로 사망한 일에 대해 이준석은 "그분의 유지를 받든다는 취지로 판을 지속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국민의당 유세차 버스 운전하는 분들은 들어가기 전에 유서를 써놓고 가나"라고도 했다. 이런 발언도 특유의 이준석 스타일이다.

이준석은 특유의 프레임을 활용해 사안을 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데에도 능하다. 장애인들의 이동권 집회에 대해선 "시민들을 볼모로 삼는다"며 공격하고, "할머니 임종 지키러 가야된다는 시민의 울부짖음에 버스타고 가라고 응대하는 모습, 더 이상 이걸 정당한 투쟁으로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며 극단적인 사례를 찾아내 시위의 정당성 자체를 왜곡한다. 

그나마 이준석의 유일한 정치적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이대남 호명' 역시 방법 자체가 고약하다. 저성장 사회로 진입하면서 청년들은 일할 기회가 부족하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습하지 않고는 내 집 마련의 기회도 잃었다. 게다가 남성 청년들은 군 복무의 의무도 여전히 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 남성 청년의 어려움을 여성 우대 정책을 펴는 정부와 민주당의 탓으로 돌린 게, 이준석이 한 이대남 호명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기존 정치권 인사들보다 청년 남성의 목소리를 더 들었다는 의미는 있으나 그들의 삶을 개선할 수는 없고, 오히려 그들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을 뿐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소수자 혐오를 조장한다. 

이준석의 '싸가지'는 낯설지 않다 
 
2021년 12월 4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을 봉합하고 부산에서 공개 거리 인사에 나서고 있는 모습.
 2021년 12월 4일,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을 봉합하고 부산에서 공개 거리 인사에 나서고 있는 모습.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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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기자회견 뒤에 이준석의 '싸가지'가 자주 회자된다. 심지어는 평소에는 부적절한 방송 용어라며 '싸가지'란 단어의 언급조차 회피하던 방송가에서조차 "이준석의 싸가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들이 넘쳐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준석의 싸가지는 한국 정치의 산물일 뿐이다. 이준석이 비유를 자주 활용하고, 그가 상대적으로 젊어서 화제가 될 뿐이다. 사실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언사나 표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리고 사실 이들도 한국 정치의 풍토와 언론의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잘 활용해 자신의 입지를 쌓은 정치인들이다. 거친 언사로 잃을 것은 품위지만, 얻는 것은 인지도와 권력이라는 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싸가지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준석이 말을 얹고 지나간 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준석은 10년 전 출간한 <어린 놈이 정치를>이란 책에서 "정치가 아닌 정책을 바꾸고 싶다"며 자신이 정치를 하는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그가 10여 년간 정치 평론을 하고, 2년 여간 거대 정당의 대표를 하면서 그의 입에서 정책에 대한 얘기가 나온 적이 없다. 최근의 고물가나, 지난 정부 시기의 부동산 폭등 등 어떤 민생 문제에 대해 대안은커녕, 본인의 이해 수준을 드러내는 발언조차 한 적이 없다. 

끝으로 언론이 이준석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당부하고자 한다. 지금 이준석과 윤핵관의 싸움은 어떠한 대의도, 공익도 없다. 언론이 전해야 할 것은 그들이 서로에게 어떤 거친 말을 내놓는지를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향한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이다. 또한 그들의 싸움에 가려지고 있는 진짜 '의제'들이다. 

이준석의 기자회견 이후 뜨거웠던 현안들이 모두 사라지고 있다. 고물가도, 수해대책도, 반지하 등 취약 주거에 대한 대책도, 전세 사기 문제도, 대우조선 파업서 드러난 원하청 문제도, 화물차 안전운임제 파업서 드러난 문제 등에 대한 논의가 모두 쪼그라들었다.

이제라도 언론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과감히 이준석을 패싱하고, 진짜 문제를 말하는 사람들을 찾아나섰으면 한다. 이준석이 주목 받는 상황은 우리 정치의 부끄러운 성적표이자, 우리 언론의 참담한 성적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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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기자로 일하며 정책 전문 저널리스트를 꿈꿨다. 대통령 공약의 파기 과정을 분석한 책 <공약파기>를 썼다. 민간 싱크탱크인 LAB2050의 정책팀장을 지냈고, 현재는 프리랜서 정책연구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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