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0월에 개봉된 영화 <싸이렌>. 이주엽 감독의 연출로 신현준, 정준호, 장진영 등 당시 최고의 배우들이 참여해 소방을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다. 한국 최초의 파이어 액션 블록버스터를 표방하여 기획되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또 다른 소방 영화 <리베라 메>도 개봉된 바 있다.   
 
 영화 <싸이렌> 포스터

영화 <싸이렌> 포스터 ⓒ 선우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대략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어느 날 한 중식당에서 갑작스러운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한다. 놀란 사람들이 대피하지만 비상구는 굳게 닫혀있다.   

출동한 서울 양천소방서 구조대는 식당 2층에 진입해 인명 수색을 시작한다. 또 다른 팀은 폐쇄된 비상구를 개방해 갇혀 있던 시민들을 구조한다. 계속되는 폭발로 상황이 위급해지자 구조대 양 반장은 대원들에게 철수를 명령한다.   

하지만 철수하라는 명령에도 불구하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구조대원 임준우(신현준 분)를 또 다른 구조대원 강현(정준호 분)이 막아선다. 과거 암벽등반 과정에서 서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이들은 현장에서 늘 부딪친다. 

식당 내부에 있던 자신의 아내와 딸을 구조해 달라며 애원하는 형석(선우재덕 분)의 말에 준우는 혼자 건물에 진입하려고 하지만 위험하다며 강현이 막아서면서 둘이 다툼을 벌인다. 구조대원들의 철수로 가족을 잃은 형석은 현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화면이 바뀌고 안나푸르나 등반을 준비하는 현, 그리고 불에 타버린 화재 현장을 다시 방문한 준우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소방서 생활은 이어진다.    

또 다른 교통사고 현장. 

구조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으로 졸음운전을 하던 화물차가 돌진한다. 이 사고로 폭발이 일어나고 화물차에 갇힌 아이를 구조하기 위해 또다시 준우가 혼자 뛰어든다. 마치 영웅이 되려는 듯 홀로 행동하는 준우를 현은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준우 때문에 화상을 입은 문 대원의 병문안을 위해 동료 대원들이 병실을 찾는다. 대원들은 하나같이 준우의 행동 때문에 발생한 불필요한 사고였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이 대화를 듣고 있던 준우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화면이 바뀌고 유성실업 자살소동 현장. 

출동한 양천 구조대 대원들이 자살 소동을 일으킨 노동자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준우의 구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추락사하고 만다.    

이 사고로 징계위원회가 개최되고 요구조자에게 뛰어내려 보라고 자극한 준우의 행동과 구조 로프를 절단한 행동 등이 구조대원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는다. 결국 징계위원회는 준우와 현에게 현장이 아닌 사무실 근무를 지시한다.   

다시 화면이 바뀌고 중식당 화재로 아내와 딸을 잃은 형석이 등장한다. 예전에 찍었던 가족의 영상을 보면서 형석은 현에게 복수를 준비하고 그의 주변을 맴돈다.   

구조대 회식자리. 

신입대원이 함께 참여한 자리. 현은 오랜 친구 준우에게 건배를 제의하고 준우에게 다가간다. 
 
현: 준우야, 제발 목숨 귀한 줄 알고 살아라. 
준우: 난 안 죽어.  
현: 안 죽는다고? 죽고 나면 모두 희생자에 불과해. 너만 바라보고 사는 할아버지, 예린씨 생각이라도 해봤니?

하지만 가슴속 깊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준우는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한편 안나푸르나 등반 일정이 확정되고 현의 절친한 선배 대영과 동료 산악대원들이 지하 카페에 모여 회식을 한다. 하지만 형석의 방화로 대영이 사망하고 울부짖는 현을 보며 형석은 복수의 미소를 짓는다. 

준우는 사찰을 찾아 돌아가신 부모님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며 고백을 한다. 하지만 준우는 예린이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다며 예린에게 헤어짐을 통보한다. 

또다시 형석. 광기에 찬 그는 기름에 불을 붓이고 폭발하게 해 예린에게 부상을 입힌다. 한편 사직서를 낸 현은 소방서 주차장에 서 있다. 

이어지는 영등포구 대원실업 화재. 

형석은 현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느껴보라고 말한다. 분위기가 심각한 것을 감지한 현은 현장으로 향하고 중앙 119 구조대 헬기를 비롯해 수많은 소방차가 현장으로 출동한다. 

현장에 진입한 양천 구조대원들은 부상자를 구조하고 현 또한 현장에 진입한다. 심하게 부상을 입은 예린을 발견한 현. 준우 또한 예린을 발견하고 둘이 함께 예린을 구조한다. 

한편 양천 구조대원들이 식당에 고립되어 있다는 무전을 들은 준우와 현은 다시 건물 내부로 진입한다. 설상가상으로 고립된 장소 근처에는 다량의 화학약품이 저장되어 있다. 화학약품을 폭파시켜 막힌 벽을 뚫은 준우와 현은 고립된 대원들을 구조하고 철수를 준비한다.  

하지만 준우는 다시 홀로 이탈하고 준우를 찾기 위해 현이 나선다. 현장에는 방수복을 입은 형석이 현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다가선다. 그가 파놓은 함정에 갇힌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게 둘 사이에 몸싸움이 오고 가고 형석은 현에게 함께 가자며 목을 조른다.  

폭발과정에서 함께 밑으로 추락한 현과 형석. 다리를 붙잡으며 함께 죽음을 선택하려는 형석으로부터 준우가 현을 구해준다. 이 과정에서 옆구리에 심한 부상을 입은 준우. 하지만 준우는 자신의 산소를 현에게 나눠주며 대피하다가 결국 순직하고 만다.  

다시 화면이 바뀌고 시력을 잃은 예린에게 현이 다가와 준우가 평상시 차고 있던 목걸이를 건넨다. 목걸이를 건네받은 예린은 슬퍼한다.  

비가 내리는 순직 소방관 추모비. 
그 앞에 서 있는 현의 모습을 끝으로 영화는 마무리된다.   

"2000년 10월, 섭씨 1000도의 불길이 솟구친다"라는 영화의 홍보 문구. 하지만 온도만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기대와는 달리 당시 흥행 실적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비록 20년 전의 영화라지만 에어매트 위로 떨어진 자살 소동자의 사망, 공기호흡기를 착용하지 않고 홀로 화재현장을 누비는 준우와 현,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폭발음과 과장된 몸짓들. 마치 소방 홍보영상을 보는 것 같다는 관객들의 평가가 어느 정도 이해되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소방관이 본 이번 영화의 평점은...
Firefighter Rating: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이건 소방검열관 소방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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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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