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초반 헝가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놀라웠다. 32분부터 36분에 이르기까지 내리 4골을 터뜨리며 게임 흐름을 뒤집어버린 것이다. 36분에 오른쪽 날개 몰나르의 골이 우리 골키퍼 김가영의 다리에 맞고 들어가는 바람에 점수판이 18-21로 벌어진 것이다. 이대로 가면 결승 진출 계획은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었다. 이 순간 김진순 감독이 작전 시간을 요청했고 헝가리 선수들은 이미 이 게임을 이긴 듯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여기서 거짓말처럼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만들어졌다. 김진순 감독이 작전판을 들고 센터백 김민서를 중심으로 좌우로 흔들며 수비 사이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펼치라고 주문했다. 감독의 이 지시를 우리 선수들이 성실하게 실천했다. 김진순 감독은 종료 버저 소리를 듣고 눈물을 닦을 정도로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알려주었다.

김진순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18세 이하 여자핸드볼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9일(화) 오전 3시 30분 북마케도니아 스코페에 있는 보리스 트라이코프스키 스포츠 센터에서 벌어진 2022 IHF(국제핸드볼연맹) U-18 여자챔피언십 헝가리와의 준결승전을 30-29(전반 17-16)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 유럽의 강팀 덴마크와 우승 트로피를 겨루게 됐다.
 
 한국 여자핸드볼 청소년 국가대표팀이 16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 여자핸드볼 청소년 국가대표팀이 16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 국제핸드볼연맹 홈페이지

 
센터백 '김민서', 레프트백 '임서영', 레프트윙 '김서진' 트로이카 주목

전반전부터 엎치락뒤치락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는 빅 게임이었다. 17-16으로 전반전을 리드하며 끝낸 우리 선수들은 후반전 초반에 크게 흔들렸다. 도로탸 몰나르에게 2골을 내주며 18-21로 끌려간 것이다. 이 위기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김진순 감독이 흐름을 끊는 작전 시간을 불렀고 센터백 김민서, 레프트백 임서영, 레프트윙 김서진을 중심으로 우리 선수들은 다시 똘똘 뭉쳤다.

순발력이 남다른 김가영 골키퍼가 헝가리 에이스 페트라 시몬의 노마크 속공 슛을 기막히게 막아낸 것으로 터닝 포인트를 잡은 우리 선수들은 41분에 센터백 김민서가 놀라운 방향 전환 스텝을 자랑하며 정면 점프슛을 성공시켜 21-21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이어 레프트백 임서영이 58분 45초에 김민서의 어시스트를 받아 까다로운 대각선 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우리 골키퍼 김가영은 59분 4초에 이 게임에서만 9골을 넣은 헝가리 에이스 페트라 시몬의 개인 돌파 노마크 슛을 왼손으로 막아내는 결정적인 활약으로 게임 최우수선수에까지 뽑혔다. 김가영은 현재까지 7게임을 뛰면서 게임 당 11.5개의 놀라운 슈퍼 세이브를 기록한 덕분에 이번 대회 최고의 골키퍼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11일(목) 이른 새벽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덴마크와의 결승전을 준비한다. 우리 선수들은 대회 첫 우승에 도전하는 것이며 덴마크는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노리게 됐다. 예선 조별리그부터 준결승까지의 게임 기록을 보더라도 덴마크는 이번 대회 가장 탄탄한 수비 능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우리 대표팀 트로이카(김민서, 임서영, 김서진)의 변함없는 활약을 기대하는 이유다. 

IHF 18세이하 여자 핸드볼선수권 2022 준결승 결과
(8월 9일 오전 3시 30분, 보리스 트라이코프스키 스포츠 센터 - 북마케도니아 스코페)

한국 30-29(전반 17-16) 헝가리

한국 선수들 기록
득점 : 김서진 7골, 김민서 6골, 임서영 6골, 차서연 5골, 이혜원 3골, 안혜인 1골, 김지아 1골, 김세진 1골
골키퍼 세이브 비율 : 김가영 26%(10세이브/39슛)

결승 진출 팀 기록 비교
조별리그 : 한국 3승 100득점 86실점 / 덴마크 3승 96득점 66실점
메인 라운드 : 한국 3승 93득점 83실점 / 덴마크 3승 94득점 75실점
8강 : 한국 33-27 스웨덴 / 덴마크 32-26 프랑스
4강 : 한국 30-29 헝가리 / 덴마크 37-21 네덜란드
결승 : 8월 11일(목) 오전 1시 15분 예정(보리스 트라이코프스키 스포츠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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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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