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녹조라떼 낙동강에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가 유영하고 있다. 녹조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녹조라떼 낙동강에 민물가마우지 한 마리가 유영하고 있다. 녹조는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간간이 비가 내렸던 지난 30일, 다시 낙동강을 찾았다. 낙동강 중하류 쪽 녹조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서다. 대구 달성군 구지면의 아담하고 아름다운 정자인 이노정 앞에서부터 합천창녕보까지 낙동강을 둘러봤다.

'MB 창조 유화 작품'에선 지독한 냄새만

이노정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자마자 갑자기 역한 냄새가 훅 올라왔다. 시궁창 냄새보다 더 독한 냄새다. 일찍이 맡아본 적이 없는 강력한 냄새에 호흡이 곤란할 정도였다. 냄새의 원인은 녹조였다.

낙동강과 만나는 작은 지천인 응암천에 녹조가 강력하게 창궐했다. 그 녹조가 오래되면서 죽고, 조류 사체들이 차곡차곡 쌓여 부패하면서 썩어들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이노정 앞을 흐르는 낙동강의 지천 응암천에 녹조가 강하게 폈고, 그것은 마치 한편의 유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이노정 앞을 흐르는 낙동강의 지천 응암천에 녹조가 강하게 폈고, 그것은 마치 한편의 유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고약한 냄새를 풍기면서.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마치 한편의 유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낙동강 녹조. 심하다.
▲ MB가 창조한 낙동강 유화 마치 한편의 유화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하는 낙동강 녹조. 심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 모습이 흡사 유화처럼 보였다. 강이라는 거대한 캔버스에 누군가 작품을 그려놓은 듯했다. 썩은내가 진동하는 유화 작품이다. 낙동강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태를 상징적으로 드러났다.

강이 썩을 대로 썩어 이제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가고 있는 것 같았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이노정 앞에서 만난 강의 모습이다.

'MB가 창조한 유화 작품'을 뒤로 하고 합천창녕보로 향했다. 공도교 위, 차에서 내려 바라보니 강 전체가 완연한 녹색이다. 그 위로 선명한 녹조 띠가 보인다. 아침 이른 시간이고 흐린 날이라 본격적으로 녹조가 올라오고 있지 않았지만, 가장자리 쪽으로는 녹조 띠가 진하게 보였다. 이것이 소수력발전소로 마구 빨려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낙동강 양수장, 녹조라떼에 점령당하다
 
우산리 어부선착장 앞에도 녹조가 강하게 발생했다. 가장자리 쪽은 녹조 곤죽이다.
 우산리 어부선착장 앞에도 녹조가 강하게 발생했다. 가장자리 쪽은 녹조 곤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합천창녕보를 지나 상류로 향했다. 우산리 어부선착장이다. 강력한 녹조가 발발한 곳이다. 흐리고 바람마저 불어 이날도 강 가장자리 쪽은 이미 '녹조 곤죽'이었다. 진한 녹색 강이 그곳에 있었다.

이 녹색은 상류로 길게 이어졌다. 강을 따라 상류로 이동했다. 창녕군 이방면과 합천군 덕곡면을 잇는 율지교에 닿았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상류에 이방양수장이 있고, 그 앞에 수류 확산장치 세 대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녹조를 막기 위해 설치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방양수장 취수구도 녹조로 뒤덮였다. 그렇다면 녹조가 창궐한 강물이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 그 물이 논으로 들어가고 있을 것 같았다. 이방양수장으로 차를 몰았다.

이방양수장에서 흘러나오는 수로는 녹조 알갱이들로 가득했다. 녹조 알갱이들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관리인의 허락을 얻어 양수장 안으로 들어갔다. 녹조 강물이 세차게 유입되고 있었다.

그 물이 유입되는 취수구 앞으로도 가봤다. 푸른색 취수구가 녹색 강에 박혀 있었다. 우려했던 녹조 강물이 농업용수로 그대로 공급되고 있는 현장이다. 이 강물이 논으로 들어갈 것이고 녹조는 논에서도 자라날 것이다.
 
이방양수장의 푸른색 취수구가 녹색 녹조떼에 깊이 박혀 있다. 저 취수구로 녹조라떼가 마구 빨려들어왔다.
 이방양수장의 푸른색 취수구가 녹색 녹조떼에 깊이 박혀 있다. 저 취수구로 녹조라떼가 마구 빨려들어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녹조라떼 경상도 논... 위험하다

이번에는 수로를 따라 논으로 이동했다. 이방면 들판의 수로는 이미 녹조 알갱이가 점령했다. 눈으로도 목격이 되는 녹조 알갱이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면서 흘러 내리고 있다. 이 녹조 강물이 논으로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유입되고 있다.

율지교 건너 논도 궁금했다. 덕곡면으로 차를 몰았다. 제방에 올라가 바라보니 덕곡면의 논이 격자형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낙동강과 만나는 덕곡천에는 녹조가 강하게 발생해 있다. 이곳 말단부에 아래 들판의 논에 강물을 공급하는 양수장이 있고, 그 양수장에서도 쉴새없이 녹조 강물이 퍼 올려지고 있다.

덕곡천을 따라 상류로 더 이동했다. 계속해서 녹조 띠가 목격된다. 천연기념물 원앙 유조 한 마리가 녹조밭을 유유히 유영하고 있다. 저 새도 녹조 물을 마시고 살 것이다. 이곳의 야생동물들은 정수장치도 없는 강물을 그대로 마셔야 한다. 치명적인 영향을 그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 이들의 실태도 조사돼야 한다.
 
녹조라떼를 유영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원앙 유조 한 마리. 저 새는 저 녹조라떼를 그냥 마실 수밖에 없다. 다른 야생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녹조라떼를 유영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원앙 유조 한 마리. 저 새는 저 녹조라떼를 그냥 마실 수밖에 없다. 다른 야생동물들도 마찬가지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녹조라떼 논. 논에서 녹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녹조 독이 쌀에 축적이 되는 배경이다.
 녹조라떼 논. 논에서 녹조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녹조 독이 쌀에 축적이 되는 배경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덕곡천따라 쭉 올라가니 제방이 끝이 나 차를 몰아 덕곡면의 논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녹조 물이 들어가 논에서 녹조가 자라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녹조라떼로 자라고 있는 벼들이다.

이 벼들은 녹조 독을 그대로 빨아들인다. 이렇게 자란 벼는 쌀을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그러나 그 쌀에서는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올 3월 환경운동연합 등이 발표한 사실이다. 경남의 한 논에서 자란 벼에서 공급된 쌀에서 녹조 독이 검출된 것이다.
   
주식인 쌀이 녹조 독으로 오염되고 있는 현장이다. 밥을 먹을수록 녹조 독이 우리 몸에 쌓일 것이다. 만성 독이 우리 몸에 차곡차곡 쌓일 것이고 이것은 앞으로 어떻게 발현될지 모른다.

녹조 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은 발암물질이고, 우리 몸의 간과 신장, 폐와 뇌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정자 수를 감소시킨다.

녹조 독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낙동강 보 수문을 여는 것

어떻게 할 것인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나. 언제까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나. 녹조 독은 우리 몸과 야생생물의 몸속에서도 차곡차곡 쌓인다. 강 주변의 모든 생명이 야금야금 녹조 독에 노출된다.

더 큰 재앙과도 같은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나기 전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낙동강에서 녹조가 더 이상 출연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길은 다름 아닌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여는 일이다.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 낙동강이 흐르는 강이 되면 녹조는 사라진다. 그러면 녹조 독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수문을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이 이를 증명한다. 올해 금강과 영산강엔 녹조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낙동강 수문을 개방하는 것만이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괴물로부터 해방되는 유일한 길이다. 윤석열 정부는 하루빨리 결단해야 한다.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인 영남이 지금 위험해 처했다.
 
녹조가 논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녹조 속에 들어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이 쌀 속에 들어가 있는 이유다.
 녹조가 논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녹조 속에 들어있는 마이크로시스틴이 쌀 속에 들어가 있는 이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수류 확산장치가 쉴새없이 돌아가지만 녹조 창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방양수장 앞이 녹조가 가득하다.
 수류 확산장치가 쉴새없이 돌아가지만 녹조 창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방양수장 앞이 녹조가 가득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합천창녕보 수문 앞에 녹조 차곡차곡 쌓였다. 녹조라떼 배양장이 만들어졌다.
 합천창녕보 수문 앞에 녹조 차곡차곡 쌓였다. 녹조라떼 배양장이 만들어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15년간 낙동강을 모니터링하면서 4대강사업의 폐해를 고발해오고 있습니다.


태그:#낙동강 녹조, #수문개방, #녹조라떼, #4대강사업, #대구환경운동연합
댓글8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