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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판점, 백화점, 마트는 물론이고 홈쇼핑과 온라인쇼핑몰에서도 가전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데, LG베스트샵, 삼성디지털프라자 등 가전제품 생산 업체의 이름을 내건 판매점들도 여전히 굳건하다. 가전제품 판매 자회사는 가전 생산 업체와 어떤 관계를 맺고 영업을 하고 있으며, 이 판매 노동자는 어떤 조건에서 일하고 있을까?

금속노조의 용역 연구로 진행된 <가전제품 제조업체 판매자회사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및 조직화 연구>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다. 지난 28일 열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에서는 연구를 수행한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의 엄진령 상임집행위원의 발표로 가전제품 판매 자회사 노동자들의 노동과정을 살펴보았다. 

 
7월 28일 '가전제품 판매 자회사의 노동통제전략과 노동자 대응'을 주제로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이 열렸다.
 7월 28일 "가전제품 판매 자회사의 노동통제전략과 노동자 대응"을 주제로 노동시간센터 월례토론이 열렸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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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생산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판매자회사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가전업계 제조업체들은 당연히 오프라인부터 온라인까지 다양한 채널의 판로를 모두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지만, 시장에 물건을 푸는 시기와 양, 그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에 대한 통제권 역시 놓치고 싶지 않다. 유통을 전적으로 외부에 의존해서는 이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요해지는 것이 판매 자회사다. ㈜ 하이프라자, 삼성전자판매(주)라는 판매 자회사를 운영하는 이유다.

그래서 판매 자회사의 운영 목적은 최대의 매출과 이윤을 올리는 것만은 아니다. 판매 자회사는 말그대로 자회사이기 때문에 가전업계의 이해에 종속된 채 운영된다. 제조업체에서 정해준 물품을 정해준 가격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없다. 종종 판매 촉진을 위한 이벤트가 있지만, 이 역시 판매 자회사의 자율적인 기획이라기보다 철저하게 제조업체의 목적에 따른 행사다. 시장을 형성해야 하는 신상품, 팔아 치워야 하는 상품 등이 선택된다. 

그렇기 때문에, 판매 자회사는 가격 외의 요인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판매 노동자의 노동, 즉 고객 관리나 대면 서비스의 질 등이 매우 중요해진다. 가전 판매자회사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통제가 심각해지는 배경이다. 

전방위적인 회사의 개입

엄진령 상임집행위원은 판매 자회사의 노동통제를 '판매 전 과정에 대한 회사의 전방위적 개입'으로 요약했다. 고객이 점포에 접근하는 것부터, 방문해서 둘러보고 구매를 결정할 때까지 뿐 아니라, 제품 설치 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회사가 통제한다. 

예를 들어 판매 자회사 노동자들은 고객이 들어오기 전, 매장에 접근할 때부터 '서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다. 종일 서 있어서 발이 하도 부어, '한 치수 큰 신발 신기'가 나름의 노하우다. 고객이 매장에 들어온 뒤 보게 되는 매장의 구성이나 물리적 환경의 연출도 정해져 있는데, 물론 설치하는 노동자들이 따로 있지만 급하면 판매 노동자들도 직접 함께 제품을 이리저리 옮기고 배치하는 일을 하기도 한다. 

예상할 수 있듯이 접객 과정도 일정한 양식으로 통제된다. 응대 양식 등만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판매 외에 지점 SNS에 소비자를 가입시키거나, 고객이 애초 구매하고자 했던 제품 외에 주력 품목 판매를 추가로 권하는 일, 가전제품 판매와 무관한 상조상품 판매 등도 이행해야 한다. 상담이 끝나면 관리자들이 득달같이 '제휴카드 했어? 상조 상품 했어? SNS 친구 했어? 소비자 만족도 조사 100점 달라고 했어?' 등 대여섯 개 질문을 쏟아낸다고 한다. 현실적으로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를 모두 하는 것이 판매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심지어 종종 고객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지만 접객 과정을 통제하고 싶은 회사의 욕망이 현실을 압도한다.

이런 상황은 종종 판매 노동자들에게 죄책감이나 자괴감까지 느끼게 한다고 한다. 내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자신있지만,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 상조 상품을 끼워 팔아야 할 때 본인의 업무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감정이 든다는 것이다. 

판매 노동자지만 판매에서 일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판매 이후에도 고객이 민원을 제기하면 판매 노동자나 지점에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에, 엄연히 배달은 판매 노동자의 업무가 아닌데도 배달과 설치가 잘 됐는지 점검하고, 급하면 직접 출동하기도 한다. 퇴근 후나 휴가 중에도 고객에게 연락 오면 받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여기 기인한다. 

다양하게 동원되는 성과 독촉을 위한 도구들

그런데 승급도 큰 의미 없고, 임금의 상당 부분이 성과에 따라 좌우되는데 지점 입지 등에 따라 매출액이 큰 틀에서 달라지기 어려운 임금 구조상 노동자를 구슬려 통제할 유인이 별로 없다. 그래서 직접적이고 억압적인 노동 통제가 등장한다. 저성과자에 대한 수치심을 주는 형태의 교육, 새로 나온 상품 판매가 안 됐을 때 못 판 사람들 모아서 진행하는 '반성회', 특정 상품 판매 실적이 없는 사람들만 초대하는 '무실적 카톡방', '석회'라는 이름으로 못 파는 사람만 남기는 체벌성 회의나 회의를 빙자한 체계적인 갈굼 등 방식은 다양하다. 

'무실적 카톡방'은 특정 상품 판매 실적이 없는 사람들을, 갑자기, 동의나 양해 없이 초대해서 만드는 단체채팅방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판매 노동자는 '내가 팔았다고 생각하고, 팔았으니까 카톡방을 나왔는데, 고객이 뒤늦게 취소를 했다. 그러니까 갑자기 다시 (카톡방에) 초대'가 됐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엄진령 상임집행위원은 이런 통제 도구들이 분명한 규정도 없이 임의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분명하게 공개된 저성과자에 대한 규정이나 노동자들이 동의할 만한 실적 목표 수립이나 평가는 모두 공백이다. 취업규칙 등에 공개되는 규정의 공백 상태에서 지점장의 권한은 거의 전횡 수준으로 높아진다. 이렇게 규율이 아닌 관행으로 지시되는 것에는 인사이동도 포함된다. 심한 경우 지점 이동이 두 시간 전에 통보된 적도 있다고 한다. 판매 노동자에게 지점 이동은 그 동안 만들어왔던 고객과의 관계 등 많은 것이 걸린 큰 변화임에도 그렇다. 

명확한 원칙 없이 규정을 공백으로 두고, 이를 활용하는 상황을 방기하는 것은 회사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노동조합은 '서서대기' 대신 착석대기를 원칙으로 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착석대기를 명확한 원칙으로 하는 대신, '1~2인 입구대기 나머지 자율' 같은 식으로 여지를 둔다. 그러면 평가의 권한이 지점장에 몰려 있는 현실에서는 지점장 마음대로가 된다.

이제 형성되는 노동자들의 대응

개인적으로 회사를 떠나는 것이 아니면 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던 노동자들은 조금씩 집단적인 대응을 마련해가고 있다. 실적 강요에 대한 대응으로 저성과자에 대한 배려, 판매 공유, 이 달의 실적을 다음 달로 넘겨 스스로 조절하는 판매 유보, 미스터리 쇼퍼에 대해서 지점끼리 정보 공유하는 등이 좀 더 수동적인 대응이라면, 좀 더 적극적인 대응도 있다. 경쟁 격화를 막기 위해 순번제를 운영하거나 노동조합을 통해 안정적인 처우를 확보하고, 일방적인 인사이동에 대응하며, 인권이 보장되는 일터로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흐름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엄진령 상임집행위원은 연구 과정에서 답답함을 강하게 호소하고, 주관식 답란에 빼곡하게 자신의 의견을 달던 노동자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화려한 쇼룸 안에서 펼쳐지는 직접적이고 억압적인 노동 통제에 대한 대응일 것이다. 이런 노동자들의 욕구가 지점장과 판매 자회사에 대한 불만을 넘어 제조업체의 변화까지 목표로 하며 좀 더 나은 노동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는 매달 월례토론을 열고 있습니다. 다음 월례토론은 8월 31일 <제조업 위기와 사무직/MZ세대 노동조합의 등장>을 주제로 박종식님을 모시고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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