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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지만 일터의 안전보건은 누군가의 죽음에 기대어 진전되고 있다. 중대재해가 공분을 낳고, 더 이상 희생과 죽음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목소리가 제도 변화를 견인하고 있는 현실이다. 오는 8월 시행되는 '항만안전특별법' 제정 또한 작년 4월 평택항에서 숨진 고 이선호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계기가 됐다.

사고 이후, 평택항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인천본부 평택항지부 김성진 부지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장비에 의한 사고가 빈번한 항만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10년 넘게 야드 트랙터(YT)와 트랜스퍼 크레인(TC)1)을 조종하는 김성진 부지부장은 사고에 대해 '저게 위험해서 사고가 날 거다'는 생각을 딱히 해보진 않았다. '저건 분명히 안 날 건데'라고 안심했던 곳에서도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항만 사고의 특성이다 보니, 노동자 개인이 주의를 세심하게 기울여서 예방할 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물류 운송을 위해 장비가 바삐 운행되는 항만에서 장비로 인한 사고는 빈번하다.

"사람이 다치는 인명사고는 아니지만, 장비에 의한 사고가 항상 있어요.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장비가 TC도 있고 YT도 있는데, YT 가지고 커브를 돌다가 옆 컨테이너를 친다든가, 아니면 장비랑 부딪힌다든가, 전도돼서 넘어진다든가 이런 사고는 전에도 있었고요. 현장 제한 속도가 20km예요. 운전하다가 너무 확 잡아 돌려서 사고로 이어진 경우들도 있고요. 그런 식으로 늘 위험성이 상존하는 것 같아요."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인천본부 평택항지부 김성진 부지부장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연맹 인천본부 평택항지부 김성진 부지부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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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가지고 있을까? 운행하던 노동자의 책임일까?

"그렇죠. 무조건 운전자인 거죠. '왜 주의 안 했냐' 이거죠, 회사에서는."

중대재해 이후 강화된 노동자 통제 

고 이선호 님의 죽음 이후 현장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노동자들에게는 어떻게 체감되고 있을까. 

"아직까진 인명사고가 또 나지는 않아서 피부로 느끼는 거는 없는 것 같아요. 일반 노동자 입장에서 개인적으로는 번거로워진 것들이 있어요. 가령 예전에는 없었던 TBM(툴박스 미팅)이 생겨서 작업 전에 모아놓고 오늘 작업 내용을 공지해요. 주의를 환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런 거를 실시한다든가, 바닥에 차선 도색을 한다든가 그런 것이 달라졌고요. 그런데 회사가 스스로 했다기보다는 특별근로감독 결과에 나온 걸 시행하는 측면이 큰 것 같아요."

TBM 시간은 공정의 위험 요소에 대해 공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 그나마 중요한 절차가 마련되었고, 다행스러운 변화로 생각이 되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툴박스 미팅이 본질적으로 사고 예방을 위해 회사가 신경 써서 하는거면 박수 쳐줄 일인데, 어떻게 보면 서류를 통해 이렇게 안전 교육했다고 '너 사인해' 하는 면피용으로 챙겨놓는 그런 용도로 쓰지 않나 싶어요. '회사는 할 거 다 했다' 이런 용도로. 그리고 저는 교대 근무로 승무시간이 매번 달라서 TBM 참여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다른 작업자나 감독에게 물어봐서 TBM에서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알았어요."

사실상 강화된 건 서류상의 보완을 위한 형식적 절차와 노동자 통제였다.

"예를 들어 안전모 안 써서 걸리면 출입을 못 하게 한다고 하거나 원청이 하도급 용역회사 사무실에 통보하고 경고를 합니다. 또 사고 이후에 보행로를 임시로 도색을 해놨는데 거기서 벗어나서 걸어 다닌다고 사진 찍어서 징계한다고 해요. 통제가 늘어나는 거죠.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해질지 작업자하고 함께 의견을 나눈다거나, 실질적인 프로세스가 활성화된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사고 이후 원청과 협력사 회의가 생겼다고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회의 전에 건의할 것이 있는지 물어본 적도 없어요. 회의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 수도 없고요. '너희 얘기는 들을 필요 없고' 이렇게 느껴지죠."

실질적으로 안전과 결부된 작업방식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의견을 말할 수 없고, 작업자 개인의 행동만 지적하고 규제하는 것은 명백한 통제이다. 또한 이윤의 논리 앞에서 안전은 고려되지 않는다.

"제가 맡는 TC 장비는 2대를 3명이 교대로 운영해요. 이것도 인력이 사실 부족해요. 컨테이너 운반이라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죠. 그래서 보통 2시간 일하고, 1시간 쉬는 형태로 이뤄집니다. 고공 장비이고 피로도도 있다 보니 반드시 휴식이 보장되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화물연대 파업이 마무리되고 반출물량이 일시에 몰리다 보니까, 갑자기 저녁 9시 이후에 야간 장비 4대를 가동해야 한다고, 4명을 모두 투입하라는 거예요. 휴식이 필요한데 말이죠. 저는 주간에도 근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교대도 없이 야간에 무조건 들어가서 일하라고 하는 거죠. 그러면 하청업체 소속인 제가 거부 하기도 어려워 그냥 하게 돼요. 그런 식으로 정작 안전과 직결된 작업자의 피로나 작업 과정에 대한 의견 같은 건 무시되는 거죠."

법 시행과 함께 현장 안전 보장 함께 해야

올해 8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항만안전특별법은 '항만에서의 안전사고 및 재해 예방에 관한 항만 운송 참여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율적 안전관리를 촉진함으로써 항만에서의 안전 문화 확산과 이를 통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제정됐다. '안전 확보 의무', '항만 운송 참여자 단체, 항만 운송 종사자 단체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항만안전협의체의 구성·운영', '종사자들에 대한 안전교육' 등이 핵심이다. 그러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일하는 사람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변화는 아직 더디고 멀다. 오히려 회사는 '안전'을 책임회피 수단으로, 또 노동자 통제를 강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과 더불어, 항만하역노동자의 빈발하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도입된 '항만안전특별법'은 모두 노동자 참여가 기반이 된 상황에서 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것이 일터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것이, 중대재해 예방의 가장 빠른 지름길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

1) 컨테이너를 적재 또는 반출할 때 사용되는 장비이다. 기둥과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된 2개의 다리 아래에 이동할 수 있는 바퀴가 있으며, 아래위로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적재하는 야드 크레인의 일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손진우 님의 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7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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