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친 능력> 포스터.?

영화 <미친 능력>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렇게 빨리, 니콜라스 케이지의 영화를 보고 리뷰까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불과 지난 2월, 그의 진면목을 오랜만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작품 <피그>를 만났으니 말이다. 그것도 모자라, 6월 29일에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두 주연작 <미친 능력>과 <고스트랜드>가 동시에 개봉하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니콜라스 케이지가 제 2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힌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니콜라스 케이지는 1990년대 중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더 록> <콘에어> <페이스 오프> <시티 오브 엔젤> 등을 쉴 새 없이 히트시키며 전성기를 보내다가 주춤했지만 2000년대 중반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를 비롯 <고스트 라이더> <노잉> <킥 애스> 등을 쏠쏠히 흥행시키며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다시 주춤했다. 

예전의 명성은 오간데 없고 비주류 마이너 영화들에 모습을 드러내며 한물 간 배우 취급을 받던 니콜라스 케이지는 2020년대 즈음부터 예전의 명성을 조금씩 되찾는 모양새다. 목소리로 출연한 <크루즈 패밀리> 후속편 흥행이 괜찮았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은 대박을 쳤으며, <피그>는 그의 복귀를 반기는 듯하다. 

영화 <미친 능력>은 니콜라스 케이지가 본인의 인생사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듯한 영화 <피그>, 마이클 키튼의 <버드맨> 등의 상위 호환 버전인 듯하다. 왕년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잘나갔던 슈퍼스타 영화배우였지만 이젠 영화계에서도 가정에서도 찬밥 취급 당하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고, 패러디·오마주, 자학 개그까지 결합됐다.  

한물 간 슈퍼스타의 좌충우돌

닉 케이지는 한때 자타 공인 가장 잘 나갔던 슈퍼스타 영화배우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이젠 한물 간 왕년의 스타이자 빚쟁이로, 영화계에서는 물론 가정에서도 찬밥 신세다. 그런 그에게 자못 황당한 제안이 온다.

그의 광팬이라는 억만장자 하비가 자신의 생일파티에 참석해 주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닉은 고민 끝에 하비의 생일파티에 참석한다. 하비의 호화로운 환대에 행복한 한때를 보내던 그는 CIA에 납치되고, 하비가 악명 높은 마약왕이자 수배범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믿지 못하는 닉에게 CIA는 가족을 빌미로 스파이 노릇을 강요하고, 닉은 하비의 생일파티 현장으로 돌아가 CIA와 공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요원 연기는 해봤을지언정 진정한 요원이 아닌 닉이 임무 수행을 잘 할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얼마 안 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닉은 과연 CIA의 요구를 들어 주면서도 하비로부터 1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을까? 

메타-니콜라스 케이지

앞서 이 영화를 <피그> <버드맨> 등의 상위 호환 버전이라고 했는데, 이처럼 '메타-영화'의 하위 장르로 배우가 중심이 되는 영화들이 몇몇 더 있다. <존 말코비치 되기>가 대표적일 테고, 장 클로드 반담이 주연인 벨기에 영화 <장 클로드 반담>도 있으며, 우리나라엔 <차인표> <힘내세요, 병헌씨>가 있다.

<미친 능력>의 경우 연출에 더 많은 공력이 들었을 것이다.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배우와 그가 출현한 모든 영화를 완벽하게 꿰뚫어 한데 아울러 지지고 볶고 비벼도 이상하지 않을 수 있어야 가능한 작업이다. 감독은 물론 스태프와 관계자, 출연자 모두가 이 영화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다. 

그러면서도 <미친 능력>이라는 영화의 스토리는 스토리대로 끌고 나가야 한다. 닉 케이지, 즉 니콜라스 케이지가 100만 달러를 받고자 하비의 생일파티에 참석했다가 CIA의 스파이가 되어선 하비를 감시하는 한편 하비의 시나리오대로 영화를 만들고자 준비하는 과정이 흔들림 없이 보여야 한다. 단연코 니콜라스 케이지의, 니콜라스 케이지를 위한, 니콜라스 케이지에 의한 영화다. 

'역시' 니콜라스 케이지

'메타-니콜라스 케이지' 영화 <미친 능력>은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롭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팬이거나 그를 익히 알고 있는 이에겐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을 테고, 그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겐 니콜라스 케이지 입문서로 역할을 할 수 있겠다.

정녕 니콜라스 케이지에 대한 모든 게 총망라되어 있으면서도 그의 필모를 하나하나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연기파, 블록버스터, B급 영화, 장르 영화까지 그가 지나온 궤적도 들여다볼 수 있다. 

다만, 영화를 보는 내내 어쩔 수 없이 과도한 기시감에 시달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래도 니콜라스 케이지를 추억하고 존경하는 취지의 영화이기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영화를 지배하다시피 했다. '오마주'라는 이름으로 '클리셰'를 남발했지만, 니콜라스 케이지가 니콜라스 케이지를 연기한다는 신박함으로 약점을 덮어 버린다.  

그럼에도 한계는 명확했다. 영화 자체가 '니콜라스 케이지'라는 틀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니콜라스 케이지를 연기했지만 그럼에도 영화 속 캐릭터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가 뒤로 갈수록 느슨해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니콜라스 케이지를 향한 반가움도 영화를 시종일관 지배했다. 그가 갖는 무게와 그가 주는 무게가 무겁지 않았다면 이런 영화가 애초에 나오지도 않았을 테다. 그처럼 왕년의 스타였다가 차츰 잊힌 이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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