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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묵상을 하고 있다.
 2022년 4월 2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열린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총파업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묵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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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디·코닥지부는 코웨이의 환경 가전제품을 임대한 고객 집을 방문해 주기적으로 필터 교환과 같은 점검 관리를 하는 방문점검원으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다. 고객을 가장 접점에서 만나 코웨이의 얼굴로 일하고 있어 고객 대부분은 코디·코닥을 코웨이에 소속된 직원으로 알고 있지만 위·수탁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는 특수고용직으로 사업자 번호 없는 개인사업자이다.

이 땅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그림자로 산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린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서 제외돼 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싶어도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직장인 우대 대출도, 소상공인 대출도 받지 못하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다. 새로운 계급사회에서 사는 것 같다. 중세시대에나 있었던 계급사회의 맨 하위계급과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만큼 특수고용직은 차별받으며 일하고 있다.

우리 코디·코닥은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다 그렇듯 기본급 없이 건당 수수료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 시대에도 업무 처리를 위해 내가 산 내 차에 내 돈으로 기름을 넣고, 내가 산 휴대전화 통신비도 내가 내며 다녀야 한다. 코디·코닥의 한 달 평균 계정인 220계정을 처리했을 경우 점검 수수료가 160만 원 정도 되는데 업무상 사용 비용을 제하고 나면 100여만 원을 손에 쥐게 된다. 

물론 영업을 하게 되면 영업수수료를 추가로 받게 되지만 회사는 온라인 등 다각도로 판매망을 넓혀가고 있고, 홈쇼핑이나 온라인쇼핑에서 고객에게 대폭으로 현금 지원이나 선물을 제공하고 있어 코디에게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은 봉이라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라 경쟁은 더욱 힘들어진다.

결국 고객이 내야 할 렌털비를 대납해 주거나 선물을 주고 영업하는데, 이런 비용을 제하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는다. 그래서 앞에서 벌고 뒤로 밑진다는 말이 나온다. 힘들게 일을 해도 어떨 땐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수료를 받아, 업무 처리를 위한 비용을 제하고 나면 '한 달간 뭐 했나' 하는 한탄이 저절로 터져 나온다.

고객을 상대하는 일이라 온갖 감정 노동에 시달려야 하고, 제품별로 점검 도구가 달라 제품에 맞는 점검 도구나 필터 등을 챙겨 고객을 방문해야 한다. 점검을 마치고 나면 물먹은 폐필터를 가져와야 해서 들고 다니는 무게도 상당하다. 필터 교체, 제품의 내·외관 청소도 해야 하니 무거운 제품이나 다루기 힘든 제품들을 하루 종일 다루느라 늘 손목 터널 증후군과 같은 근골격계 질환 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동료들과 모이면 서로 여기저기 아픈 곳들을 얘기하며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그달의 점검 처리가 다 끝나면 병원 순회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낮은 점검 수수료 때문에 짧은 시간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하기 위해 급하게 이동하다 보면 사고 위험도 많고 주차 딱지 같은 범칙금을 내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나 또한 이 일을 하면서 사고가 여러 번 겹치다 보니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경차 보험료가 할증돼 자동차 보험료로 157만 원까지 낸 적도 있다.

이런 힘든 근무 환경을 바꿔보자고 2019년 11월 2일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긴 투쟁 끝에 2021년 9월, 1년 8개월 만에 교섭을 열어냈고 현재도 교섭 투쟁을 하고 있다. 모든 특수고용 노동조합이 그렇듯 교섭까지 오는 데도 참 힘들게 투쟁해야 했지만, 교섭 또한 쉽지만은 않은 투쟁이다.

처음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코웨이 회사에 교섭을 요구했을 때 회사는 근로자가 아니라며 교섭을 거부했다.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자성을 입증받기 위해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하고 103일간의 긴 투쟁 끝에야 필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필증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교섭을 할 수는 없었고, 교섭을 여는 데에도 1년 6개월이라는 긴 투쟁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힘들게 열어낸 교섭이 현재 9개월이 지나도록 진전 없이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여전히 홀로 싸우고 있는 이유 
 
4월 27일 서울 코웨이 본사 앞에서 코디·코닥지부가 진행한 총파업대회
 4월 27일 서울 코웨이 본사 앞에서 코디·코닥지부가 진행한 총파업대회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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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웨이 안에는 코웨이지부, 코웨이 CL지부 그리고 우리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이렇게 3개의 노동조합이 있다. 코웨이지부는 서비스 기사들로 결성된 조합이고, 코웨이 CL지부는 코디·코닥을 관리하는 관리직군으로 결성된 조합으로 이 두 지부는 정규직 노동조합이다. 3개 지부가 함께 공동으로 교섭투쟁을 진행하다 현재 두 개 지부는 교섭을 마무리하고 2022년 교섭을 준비하고 있고, 우리 지부만 홀로 남아서 힘들게 투쟁 중이다.

정규직인 두 개 지부는 근로기준법이라는 든든한 법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우리 지부는 특수고용 노동조합이라 우리를 보호할 법과 제도가 없는 현 실정에서 우리가 원하는 교섭을 끌어내는 것이 정말 힘들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 지부가 교섭을 열어낼 수 있었던 것은 3개 지부가 함께하는 공동투쟁이 견인차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코웨이와의 교섭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 측은 단체협약 안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과 관련된 용어들과 관련해 우리와 이견이 있다. 임금 안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교섭을 빠르게 타결 짓기 위해 두 차례나 교섭안을 수정해 가며 다시 제시했지만, 교섭 상황은 여전히 순탄치 않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에는 그저 코웨이 코디·코닥으로 고객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일해왔지만, 노동조합이 생기면서 부당한 노동 환경에 대해 인식하게 됐다. 노조 활동을 하면서 회사가 코디·코닥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고 제도를 바꿔왔다.

노동조합을 만들고 투쟁을 할수록 우리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를 보호하고 회사를 강제하는 법이 없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우리의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한 법과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불공정 계약은 분명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의 법과 제도 안에서는 교섭만으로 우리의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없다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업계 전반에 통용되는 표준계약서 투쟁을 계획하고 동종업계 노동조합과 함께 연대한 사회적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우리 노동조합은 표준계약서 마련을 위한 사회적 투쟁에 주체로 앞장설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김순옥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수석부지부장이 쓴 글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서 발행하는 격월간 <비정규노동> 7,8월호 '여기, 현장' 꼭지에도 실렸다.


태그:#코웨이, #코디, #코닥, #특수고용, #노동기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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