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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과 국회에서 대변인으로 일했을 때 종종 기자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대변인과 기자의 만남은 법적 휴게 시간인 점심 시간이나 저녁 시간에 주로 이루어지지만 업무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공적인 활동이다.

기자와의 만남에서 나는 기자에게 정당과 의원실 소식 중 보도가 될만한 일들에 대한 소스를 미리 제공하기도 했고, 기자는 평소에 정당과 의원실 활동 중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는 했다. 몇 차례의 만남은 실제 기획으로 구체화 되어 의원 인터뷰로 연계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아무리 사적인 대화에 가까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도 대변인과 기자는 나름의 프로페셔널한 태도를 취하며 만날 수밖에 없다.

그 '펜스룰' 주장이 해로운 이유 

지난 6월 23일, <경향신문>에 집권여당 대변인의 무게와 '펜스룰'이라는 제목의 기자 칼럼이 실렸다. 간단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출입기자 3명과 점심을 먹은 후 "다음에는 남성 기자님들과 함께 식사하시죠"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문 대변인은 한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여성들의 성폭력 무고로 남성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들을 너무 많이 목격했고, 그로 인해 여성들만 있는 자리가 불편하다는 취지'로 대답했다고 한다. 대변인으로 재직했던 시기를 복기하여 생각해보자면, "있을 수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일" 정도로 평가할 수 있겠다.
 
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지난 2019년 새로운보수당 젠더갈등해소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
 문성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지난 2019년 새로운보수당 젠더갈등해소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던 당시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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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는 <오마이뉴스>에 '성폭력 무고 사건이 너무나 빈번하여 특별히 엄격히 단죄해야 한다'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 아니며, 정치인의 언사로서 적합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이미 언급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윤석열은 언제든 누군가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내용의 일부를 옮기자면 이렇다. 
 
2017년과 2018년 대검찰청 사건 처리 분석 결과에 따르면, 7만 1740명(중복 가능성이 있는 8937인을 제외한 데이터)이 성범죄 처분을 받았다. 같은 기간, 성범죄 무고로 기소된 범죄자는 556명에 불과했다. 단순 비교하자면 0.78% 정도 되는 수치다. 무고죄로 기소된 범죄자 중 무죄가 아닌 유죄를 받은 범죄자는 341명이었다. 성범죄 가해자에 의해 무고로 고소 당한 이들에 대한 불기소율은 8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통계로서 성범죄 무고 고소가 지나치게 남발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느 순간 무고죄 고소는 가해자의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가해자들은 성폭력 고소를 당한 이후 무고죄로 역고소를 하는 것을 하나의 절차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꽃뱀으로 비난함으로서 책임을 벗고 성범죄의 심각성을 은폐해왔던 시간들은 '무고죄'라는 제도를 이용한 공격으로 변모했다.

이 모든 사실을 이해한다면 성범죄 강력 처벌을 말하며 무고죄 처벌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 <윤석열은 언제든 누군가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중에서

이번 논란 또한, 최근 국민의힘의 여러 정치인들이 부상시킨 '성폭력 무고 처벌 강화' 주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주장이 특히 해로운 것은, 사실이 아닌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사용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는 실재하는 폭력의 구도를 교묘하게 왜곡하고 역전시켜 자신을 피해자로 정체화하는 사람들의 언행을 답습했기 때문에 해롭다. 그 교묘한 언행은 실재하는 폭력과 권력 관계를 은폐한다.

기자와 대변인은 항상 갑과 을이라는 표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관계를 맺는다. 그런데 바로 그런 관계를 바탕으로 한 일터에서, 여성 기자는 자주 폭력에 노출되기도 한다. 2012년 민주통합당 당직자가 여성 기자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해임된 사건은 아주 유명하다. 2018년 미디어오늘에서 국회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 34명의 기자가 국회의원으로부터 성희롱 등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여성기자협회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 기자들의 85.7%는 성희롱 등 경험에 노출됐을 때 공론화보다 침묵을 선택했다는 결과도 있다. 이 중 추행이 발생한 주된 장소는 '취재원과의 회식(42.5%)'이었다. 2021년 말,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에서 주관한 '정치에서의 여성폭력 ㅃㅃ' 토론회에 참여한 여성 기자는 실제로 피해를 공론화한 이후 펜스룰이 강화되거나 소문이 나서 고초를 겪는 경우가 존재했다는 점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국회에 출입하는 여성 기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매일 남성 정치인들과 대변인들을 만나고, 남성 취재원들과 함께 밥을 먹는다. 그들 중 어떠한 사람도 "다음에는 여성 비서나 보좌관과 동석하시죠. 처음 보는 남성만 있는 자리는 성폭력이 발생할까 두려워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국회 내에서 성희롱 사건 등을 직접 겪은 여성 기자도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못한다.

그런 말을 한 여성 기자가 있다면, 아마 그 이야기의 끝은 사과 정도로 온건하게 끝나진 못했을 것이다. 남성은 여성을 배제하는 펜스룰을 만들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여성은 남성을 배제하는 형태의 변형된 펜스룰을 만들 수 없는 까닭이다. 아마 그렇게 한다면, 그는 다시 국회에 출입하게 되지 못할 것이다. 성희롱 사건 등을 겪은 여성 기자일지라도, 모든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화'하지 않는 것이 '프로페셔널함의 증표'처럼 여겨지는 게 지금의 한국 사회다. 

부디, 고루함이 그의 '프로페셔널함'이 아니길 

그래서 나는 문 대변인의 프로페셔널함은 무엇일지 궁금하다. 그가 가진 프로페셔널함은 아주 작은 정당에서 나이 어린 대변인이자 여성 대변인으로 있었던 내가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프로페셔널함일지도 모르겠다. 문 대변인은 기자에게 사과 전화를 하여 "어디까지나 제 개인사이고 힘들어도 스스로 감내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타인의 직업의식을 훼손하고, 펜스룰을 정당화하며, 성폭력 피해자를 공격하는 논리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한 사람으로서의 사과가 필요했지만, 핵심을 빗겨간 사과가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 이 가벼운 사과가 문 대변인의 '프로페셔널함'을 보여주는 증표가 아니길 바란다. 일터에서 만난 상대방의 성격과 역사, 능력과 노력을 살피기보다 그의 '성별'을 먼저 보고, 협력해야 할 동료로 상상하지 못하는 고루한 관념이 문 대변인의 '프로페셔널함'을 구성하는 요소가 아니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신민주씨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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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정치에 관한 책 <판을 까는 여자들>과 <집이 아니라 방에 삽니다>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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