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은 1996년부터 2018년까지 6편이 제작돼 세계적으로 35억 6400만  달러의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린 톰 크루즈의 대표 프랜차이즈 시리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미션 임파서블>은 1967년과 1968년 에미상 2년 연속 수상에 빛나는 인기 드라마 <제5전선>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원작 드라마에서는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 이단 헌트가 IMF의 멤버들 중 한 명으로 나온다).

지난 2019년 추석 시즌에 개봉해 전국 450만 관객을 모았던 <나쁜 녀석들: 더 무비> 역시 2014년 인기리에 방송됐던 OCN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원작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영화 버전에서는 원작의 주역들 중에서 오구탁 반장 역의 김상중과 박웅철 역의 마동석만 주연으로 출연했고 원작에 없는 캐릭터인 김아중과 장기용이 새로 합류했다(유미영 경감 역의 강예원과 정태수 역의 조동혁은 카메오로 출연했다).

이처럼 대중 예술에서는 인기 드라마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영화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한다. 1963년부터 1967년까지 ABC 채널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미국의 이 드라마 역시 1993년 영화로 제작되며 또 한 번 큰 사랑을 받았다. 해리슨 포드와 토미 리 존스의 불꽃 튀는 연기대결이 돋보였던 작품으로 국내에서도 서울 관객 47만을 동원했던 액션 스릴러 <도망자>였다.
 
 <도망자>는 60년대 소설과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도망자>는 60년대 소설과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해리슨 포드도 없는 아카데미 트로피 가진 배우

하버드 대학교 영문과 시절 빌 클린턴 정부 부통령이 되는 앨 고어의 룸메이트였던 존스는 졸업 후 연극배우로 활동하다가 1970년 전설의 멜로영화 <러브 스토리>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데뷔 초기 주로 TV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존스는 1980년 <광부의 딸>로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하지만 꾸준한 활동에도 인지도가 썩 높지 않았던 존스가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시기는 40대가 된 1990년대부터였다. 

1991년 < JFK >에서 JFK 저격 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된 클레이 쇼를 연기한 존스는 1992년 스티븐 시걸 주연의 <언더시즈>에서 CIA요원 출신 테러리스트 윌리엄 스트라닉스 역을 맡아 카리스마 넘치는 악역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존스는 <언더시즈>를 통해 인연을 맺은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의 차기작에도 출연을 결정했다. 존스가 처음으로 큰 흥행과 함께 대중적으로 뜨거운 지지를 얻었던 <도망자>였다.

존스는 <도망자>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탈옥한 용의자를 쫓는 연방경찰 샘 제라드를 연기했고 <도망자>는 세계적으로 제작비의 8배가 넘는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절제된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존스 역시 199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본격적인 전성기를 열었다(<도망자>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트로피를 차지한 인물은 토미 리 존스가 유일했다).

<도망자> 이후 인지도가 급상승한 존스는 1994년 <의뢰인>과 <올리버 스톤의 킬러>에 출연했고 1995년에는 <배트맨 포에버>에서 '투페이스' 하비 덴트 검사를 연기했다. 그리고 존스는 1997년 신예스타 윌 스미스와 함께 SF 코믹 액션 <맨 인 블랙>에 출연해 세계적으로 5억 8900만 달러의 성적으로 <도망자>가 가지고 있던 개인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웠다(<맨 인 블랙>의 기록은 2012년 6억 5400만 달러를 기록한 <맨 인 블랙3>에 의해 깨졌다).

존스는 체스터 필립스 대령을 연기했던 <퍼스트 어벤저>, CIA 국장 로버트 드웨이 역을 맡았던 <제이슨 본>처럼 상업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링컨> 같은 예술 영화 출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브래드 피트와 함께 <애드 아스트라다>, 로버트 드니로, 모건 프리먼과 함께 <컴백 트레일> 등에 출연한 토미 리 존스는 여전히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현역'배우다.

선악 구분 없는 긴장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
 
 제라드 형사(오른쪽)는 마지막 순간 어렵게 잡은 리차드 박사의 수갑을 직접 풀어준다.

제라드 형사(오른쪽)는 마지막 순간 어렵게 잡은 리차드 박사의 수갑을 직접 풀어준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에서 한 솔로를 연기하며 벼락스타가 된 해리슨 포드는 1981년 <레이더스>에서 인디아나 존스 역을 맡아 1980년대 할리우드의 대체 불가 스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해리슨 포드는 자신의 이미지가 <인디애나 존스>의 상남자 모험가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했고 1993년 <도망자>를 통해 아내 살해혐의를 받는 도덕적이고 진중한 외과의사 리처드 킴블로 변신을 시도했다.

사실 도망자와 추격자가 등장하는 영화는 <도망자>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망자와 추격자의 비중과 입장을 정확히 반영하면서 영화의 균형을 러닝타임 내내 꾸준히 긴장감을 유지하는 액션 스릴러 영화는 그리 많지 않았다. 게다가 킴블 박사는 그저 제라드 형사의 추격에 쫓겨 도망만 다닌 것이 아니라 자신도 직접 진범을 추격하면서 관객들 하여금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욱 높여줬다. 

<도망자>가 개봉할 당시 해리슨 포드는 50대 초반, 토미 리 존스는 40대 후반이었다. 사실 중·장년층의 두 배우가 CG의 도움 없이 난도 높은 액션 연기를 소화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노련한 두 배우는 운동능력이 아닌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도망자>를 멋진 액션 스릴러로 표현해냈다. 특히 킴블 박사의 탈옥 과정에서 기차가 호송차량과 충돌해 폭파하는 장면은 1994년 MTV영화제 최고의 액션 장면상을 수상했다.

전작으로 4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올린 <도망자>는 1998년 스핀오프 < U.S. Marshals >가 제작됐다(국내 개봉명은 <도망자2>였다). 해리슨 포드가 빠진 대신 웨슬리 스나입스가 새로운 도망자로 등장한 <도망자2>는 45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돼 세계적으로 1억 달러가 살짝 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배우가 된 '토니 스타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젊은 시절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도망자>의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은 1988년 스티븐 시걸의 출세작 <형사 니코>를 연출하며 유명세를 탔고 <언더시즈>와 <도망자>가 연속으로 흥행하면서 감독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1996년 키아누 리브스를 내세운 <체인 리액션>과 2002년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콜래트럴 데미지>가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흥행감독의 명성에 금이 갔다. 데이비스 감독은 2010년대부터 다큐멘터리와 공연 연출로 활동범위를 넓혔다.

분량 손해 본 줄리안 무어의 젊은 시절
 
 명배우 줄리안 무어는 <도망자>에서 분량이 대거 줄어들며 신고정신 투철한 조·단역에 머물렀다.

명배우 줄리안 무어는 <도망자>에서 분량이 대거 줄어들며 신고정신 투철한 조·단역에 머물렀다. ⓒ 워너브라더스코리아(주)

 
<도망자>에서 리처드 킴블은 아내 헬렌에 대한 사랑이 매우 깊었다. 킴블이 제라드 형사를 비롯한 경찰의 추격을 받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진범을 찾기 위해 애쓰는 것도 자신의 누명을 벗는 것과 함께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에게 죗값을 치르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킴블이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사랑하는 아내 헬렌을 연기한 배우는 바로 영화보다는 TV 드라마 쪽에서 더욱 유명한 셀라 워드였다. 

1980년대 초반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워드는 <도망자>에서 관객들에게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동안 TV 활동에 주력하던 워드는 2004년 <더티 댄싱-하바나 나이트>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재난영화 <투모로우>에 출연했다. 워드는 두 번이나 에미상을 수상할 정도로 TV에서는 유명한 배우지만 2016년 <인디펜던스데이:리써전스>로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 최악의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영화와는 큰 인연이 없다.

<도망자>에는 관객들에게 꽤나 익숙한 여성 배우도 중간에 스치듯 등장한다. 바로 병원에 잠입한 킴블 박사가 조엘이라는 소년의 잘못된 진단서를 바르게 고쳐 쓰는 걸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앤 이스트만 박사였다. 당초 앤 박사는 킴블과 러브라인이 그려질 캐릭터였는데 데이비스 감독이 순정파 남편 킴블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흔들린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영화 속에서 앤 박사의 비중을 크게 줄였다.

졸지에 <도망자>의 여주인공이 될 기회를 놓친 배우는 무려 아카데미와 골든글러브,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에미상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수상한 경력이 있는 명배우 줄리안 무어였다. 비록 <도망자>에서는 비중이 줄어들었지만 무어는 1997년 <쥬라기공원2>와 <부기나이트>, 2001년 <한니발>, 2002년 <디 아워스>에 차례로 출연하며 인지도가 급상승, 할리우드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도망자 앤드루 데이비스 감독 토미 리 존스 해리슨 포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