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2026년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다. 남북은 가상의 공동경제구역을 설정해 공동 화폐를 만들어 내는 통일 조폐국을 세웠고, 그곳에 잠입한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단이 4조 원을 강탈하려는 천재적이고 기발한 발상이 극을 이끄는 주된 이야기다. 
 
넷플릭스 인기순위 2위의 스페인 원작 <종이의 집>을 한국이 리메이크한다고 했을 때 환호와 우려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반도처럼 내전을 겪었던 스페인의 역사적 배경은 환호에 한몫했다. 저항의 상징인 달리 가면을 해학적인 하회탈로 바꾼 의미 있는 시도가 돋보였다.
 
한반도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조폐국을 점령해 4조를 찍어 낸다는 설정 자체는 영리해 보였다. 원작 고유의 영역을 살리면서 한국 고유의 스토리로 각색하는 것 자체가 흥미 요소였다. 
 
기대에 못 미치는 리메이크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넷플릭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 시리즈의 신선함을 오래가지 못했다. 이유는 원작을 복사한 듯한 각색 없는 안일한 시나리오가 원인이었다. 원작을 본 사람은 강렬했던 원작이 되려 생각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긴장감이 생성되고 해소되는 시점을 그저 비교하며 확인하는 수순밖에 되지 않았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어디까지 똑같이 할건지 우려되었다.
 
분단국가 한국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설정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북한 사투리를 쓰는 베를린과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덴버는 매우 이질적이다. 도시의 이름을 딴 캐릭터는 전반적으로 톤 다운돼 튀지 않는 방향으로 수정된 것 같았다. 남북의 의심과 갈등이 유발되다가 결국 화합되는 서사가 예상된다.
 
급기야 필자는 배우들의 어색한 대사와 발성이 몰입을 방해해 영어, 일본어 더빙으로 설정해 시청하기도 했다. 그랬더니 훨씬 몰입도가 높았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이 한데 모인 드림팀이지만 따로 노는 듯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들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넷플릭스

 
시리즈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도쿄의 하드캐리 매력은 떨어지고 내레이션의 딱딱한 말투는 어우러지지 않는다. 남북 합동 대응팀이 꾸려져 갈등을 빚다 힘을 합치는 설정, 조폐국 인질들이 남북한 출신 분열은 갈등을 유발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거기에 남측 협상 전문가로 분한 김윤진의 연기는 캐릭터와 일치되지 않아 겉돌기만 했다. 원작의 라켈 경감의 복잡한 매력이 반감된 스탠더드형 캐릭터가 되어 버렸다.
 
설마설마했지만 약간의 설정만 바꾸었을 뿐 원작을 전혀 훼손하지 않는 에피소드가 이어진다. 마치 리메이크 계약에 원작이 기본을 지켜야만 한다는 조건이라도 있지않나 생각하게 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원작을 본 사람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리즈가 된 셈이다. 
 
조폐국 건물의 디자인은 거두절미하고 매력적이었다. 마치 국립중앙박물관 내부에 와 있는 듯 세련되면서도 한국적인 요소로 채워져 있다. 외부는 한옥이지만 현대적이다. 기와지붕을 얹고 내부는 자개, 산수화, 백자 등으로 채워져 있으며 문양들이 전통적이고 고풍스럽다.
 
또한 징, 꽹과리, 피리, 장구 등이 가미된 배경음악과 남과 북의 문화가 혼용된 거리 분위기도 눈길을 끈다. 국내용이라기보다는 해외를 노린 분위기가 전반적이다.

리메이크의 섣부른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조폐국 내부와 외부에서 벌어지는 주요 갈등이 파트 1에서는 켜켜이 쌓인다. 이를 파트 2에서 어떻게 해소할지 지켜봐야 알 수 있겠다. 원작에 등장하지 않은 코드네임 '서울'과 원작에 등장하는 리스본과 스톡홀름의 여부도 궁금함을 더한다.
종이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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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쓰고, 읽고 쓰고, 듣고 씁니다. https://brunch.co.kr/@doona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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