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탑건 : 매버릭'의 주요 장면

영화 '탑건 : 매버릭'의 주요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F-14 전투기로 적기를 격추시킨 미국 해군 조종사 피트 '매버릭' 미첼(톰 크루즈 분). 동기들은 이제 함대를 진두지휘하는 제독의 자리에 올랐지만 그는 여전히 대령 계급에 머물면서 조종간을 놓지 못하고 있었다. 초음속 스텔스기 '다크스타'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해 시험 비행 조종사로 근무중이지만 새로운 사령관(에드 해리스 분)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던 이 사업을 중단시킬 태세다.  

​더 이상 인간 파일럿이 필요하지 않고 무인기, 드론으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이에 반발한 매버릭은 사령관 동의 없이 다크스타의 테스트 비행에 나섰고 무려 마하 10의 속도까지 내는 데 성공했지만 고장으로 인해 기체는 모처에 추락하고 말았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매버릭은 군사재판 회부 및 불명예 전역을 당할 위기에 놓이지만 현재 제독으로 근무중인 옛 동료 아이스 맨(발킬머)의 요청으로 최정예 조종사들을 양성하는 학교인 '탑건'으로 복귀하게 된다. 

매버릭에게 부여된 임무는 3주 후 적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F-18 전투기로 파괴하는 파일럿을 교육, 선발하는 것이다. 직접 조종간을 잡고 실전에 투입되는 걸로 생각했던 그로선 실망감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스맨의 간곡한 요청 속에 교관으로 부임하게 된다. 그런데 후보생 중에 과거 훈련 도중 사고로 숨진 동료 구스의 아들 루스터(마일즈 텔러 분)가 있는 것을 알게 되고 당혹감에 빠진다.
 
36년 만의 완벽한 귀환
 
 영화 '탑건 : 매버릭'의 주요 장면.

영화 '탑건 : 매버릭'의 주요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1986년 개봉(한국 개봉은 2년 후인 1988년)된 1편 <탑건>(토니 스코트 감독 연출)은 할리우드 영화사에 몇가지 족적을 남긴 흥행 대작이었다. 36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항공+전투기 소재 영화로는 손꼽히는 영상미를 담아냈다는 점 외에도 스타 톰 크루즈의 탄탄대로 연기 인생의 도화선이 되어준 영화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폭발적인 흥행+사운드트랙의 동반 인기까지 맞물리면서 <탑건>은 1980년대 할리우드 및 미국 대중 문화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되었다.

​자연스레 후속작에 대한 논의가 등장했지만 주연 배우 톰 크루즈는 이러한 기획에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고 말한다. <미션 임파서블>을 20년 이상 인기 시리즈로 안착시킨 제작자 겸 주인공이러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야한 반응일 수도 있다. 1편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감 속에 <탑건2> 제작은 그저 상상 속 기획에 머물 뻔했었다.  

그러던 중 20여 년이 지나 2010년대 들어 속편 제작은 구체화 되기 시작했다. 안타깝게 토니 스코트 감독이 세상을 떠나면서 프로젝트가 좌초할 뻔했지만 1편을 담당했던 베테랑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와 톰 크루즈 등이 손잡으면서 지금의 <탑건 : 매버릭>이 등장하게 되었다.  

<오블리비언>으로 호흡을 맞췄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고 역시 <미션 임파서블> <잭 리처> 시리즈로 톰 크루즈의 신임이 두터운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감독 및 공동 제작자로 나서는 등  '크루즈 사단'이라 불러도 무방한 인재들이 대거 투입되어 촬영에 돌입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0년 무렵 전 세계 영화팬들과 만남이 이뤄졌겠지만 이 작품 역시 코로나 여파를 피하지 못했고 우여곡절 끝에 2년을 더 넘긴 후에야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 비록 미국 현지보다 다소 늦은 개봉에 따른 아쉬움이 분명 존재하지만 톰 크루즈 내한이라는 선물과 더불어 <탑건 : 매버릭>은 2022년 초여름을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탄탄한 이야기+전투기 액션... 1편을 능가하는 완성도
 
 영화 '탑건 : 매버릭' 각종 포스터.  4DX, 아이맥스, 스크린X 등 다양한 형태로 개봉되었다.

영화 '탑건 : 매버릭' 각종 포스터. 4DX, 아이맥스, 스크린X 등 다양한 형태로 개봉되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탑건 : 매버릭>의 가장 큰 강점은 단순하면서도 쉽게 이해 가능한 이야기 구조다. 전작 역시 기본 설계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일반적인 액션물의 범주에선 크게 벗어나지 않았었다. 게다가 미군 당국이 베트남 전쟁 이후 보기 드물게 물적+인적 자원을 아끼지 않고 지원해줄 만큼 당시의 <탑건>은 레이건 시대의 미국에 '초강대국' 이미지를 그려줄 만한 최적임자였다.  

반면 <탑건:매버릭>은 시대가 달라진 만큼 이러한 요소가 사라지고 '적국'의 핵시설 파괴로 목표지점을 단순화시켰다. 대신 매버릭과 루스터의 갈등-오해-화해를 통한 인간적인 교감을 강조함과 동시에 기존 액션물이 반드시 지녀야 할 화려한 볼거리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1980년대에 나온 영화의 속편임에도 불구하고 요즘 시대의 정서로도 충분히 공감이 가능한 내용들을 이야기 곳곳에 배치해놨다.  

이를 통해 1편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2030세대까지도 <탑건 : 매버릭>의 든든한 지지자로 흡수시킨다. 결말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화면을 보게 되는 건 납득 가능한 이야기+최첨단 기술의 결합이 이뤄낸 멋진 성과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탑건=전투기'라는 공식은 당연히 이번 2편에서도 유효하다. 현재 미 해군의 주력 기종인 F-18이 영화 내내 등장하면서 화려한 비행 기술, 짜릿한 타격감을 쉴틈없이 선사하는 등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미덕을 최대한 발휘한다. 

​'5세대 전투기'라는 이름으로만 간략하게 소개된 가상 적기(러시아제 SU-57) 뿐만 아니라 1편의 또 다른 주인공 F-14까지 예상치 못한 시점에 등장하는 등 영화팬 뿐만 아니라 비행기+전투기 마니아들에게도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라는 흔하디 흔한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별점 ​★★★★

또 다른 주인공... 멋진 음악의 대향연
 
 영화 '탑건' 1-2편 사운드트랙, 레이디가가 + 원리퍼블릭이 참여한 2편 싱글 표지

영화 '탑건' 1-2편 사운드트랙, 레이디가가 + 원리퍼블릭이 참여한 2편 싱글 표지 ⓒ 소니뮤직코리아, 유니버설뮤직코리아

 
<탑건>, 그리고 <탑건:매버릭>을 빛낸 또 다른 주인공은 영화의 처음과 끝을 완벽하게 책임진 음악들이다. 1편의 메인 테마 'Top Gun Anthem', 각종 영상물의 BGM으로 애용되는 'Danger Zone'(케니 로긴스 노래)가 시작과 더불여 연달아 극장 안에서 울려퍼지면 화면 속 전투기들의 출격과 더불어 관객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극 중간 마다 올드팝들이 양념처럼 등장한 전편과 마찬가지로 2편에서도 이러한 구성은 유사하다.

주요 배경이 되는 해군 전용 선술집 안에선 'Let's Dance'(데이빗 보위), 'Slow Ride'(포그햇) 등 1970~1980년대 주옥같은 명곡들이 주크박스 기계를 타고 귓가를 자극한다. 최정예 조종사들의 첫 출격 훈련에 맞춰 선택된 'Won't Get Fooled Again'(더 후, 'CSI: 마이애미' 테마곡로 유명)의 등장은 기대 이상의 감흥을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직접 피아노를 치고 열창하는 마일즈 텔러의 'Great Balls Of Fire'(제리 리 루이스 원곡)의 사용은 지난 시간과 연결시키는 교감의 수단이기도 하다. 한스 짐머, 론 발페 등이 만든 스코어는 1편 속 해롤드 팔터마이어의 작업물을 고스란히 녹여 내는 등 시대를 초월한 감동 만들기에 정성을 쏟아낸다. 그리고 요즘 팝 음악계의 스타들인 레이디 가가('Hold My Hand'), 원리퍼블릭('I Ain't Worried')이 참여한 신곡이 마지막 요즘 시대 관객들을 위한 최상의 음악 선물이 되어준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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