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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1년 5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보면 청년 우울감이 심하게 높아져,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21년 5월 발표한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보면 청년 우울감이 심하게 높아져, 청년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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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저렇게 써놓고 보니, 마음이 무겁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 자살 예방을 비롯한 정신건강 관련 활동에 아주 제한된 역할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무엇을 감히 비판할 수 있을까?

그동안 현장에서 만났던 자살 예방 및 정신건강 증진 활동의 최전방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노고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아마도 정책을 제안해 온 사람들 역시 이른바 '과학적인 예방 사업'을 위해 근거를 모으고 정부와 시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이 다분히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현재까지의 정신건강 관련 정책과 활동만으로 충분치 않은, '빈 곳'을 가리키는 목소리에 동참하고자 한다(관련 기사: 청년 여성 노동자, 어떤 사람들인가).

적신호 켜진 청년여성 정신건강

일단, 청년 여성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장숙랑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 속 2020년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이 2019년 상반기 대비 43%나 급증했다고 한다. 여성 자살 문제는 코로나19 상황 이전에도 악화하는 추세였는데, 2019년 사망 통계에 따르면 남성 자살률은 전년보다 1.4% 감소했지만, 여성은 6.7% 증가했다. 특히 20대 여성에서는26% 더 증가했다.1)

물론 남성 자살률이 여전히 더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보자.  대부분 지역에서 여성의 수명이 남성보다 긴데, 성별 간 수명 차이가 없는 지역이 있다면 어떨까. 어떠한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곳이라면 여성의 수명이 다른 지역보다 짧을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면 그 이유를 밝혀야 할 것이다.

한편 우울증을 진단받은 청년 여성들의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우울증 진료 인원을 성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25~29세 여성이 가장 많았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대비 2021년 상반기 우울증 환자가 25~29세 여성 175.2%, 20~24세 여성이 152.8%가 증가했다. 30~34세 여성도 105.7% 증가하였다.

남성에 비해 여성이 도움을 더 잘 요청하기 때문에 정신의료기관 이용이 많고 우울증 유병률이 높다는 설명은 잠시 넣어두자. 데이터가 가리키는 의미는 다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첫 번째, 청년 여성들이 정신건강이 악화될만한 어떤 사회적 조건에 처해 있어 '도와달라' 외치고 있다는 것. 두 번째, 청년 여성들이 정신의학적 도움을 빌리는 데 상대적으로 열심인데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을 볼 때, 의학적이고 개별화된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청년여성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요인... 18명 심층면접하자 보였다
 
청년여성노동자들은 사회에 만연한 생존 불안, 미래에 대한 비용 부담 증가, 젠더 이데올로기 변화 과정의 갈등을 겪는다.
 청년여성노동자들은 사회에 만연한 생존 불안, 미래에 대한 비용 부담 증가, 젠더 이데올로기 변화 과정의 갈등을 겪는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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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금까지 청년 여성 정신건강과 관련된 정책적인 흐름은 어떠했을까? 청년 여성에 대한 자살 예방정책 및 정신건강 관련 활동을 평가하기 이전에, 먼저 청년여성 자살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가 어떠한 기제로부터 비롯되는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어떠한 정책적 접근이 가장 중요한지 주장할 수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현실 속의 정책활동을 평가하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노보연 여성노동건강권팀에서는 청년 여성의 정신건강 악화라는 현상 이면에 작동하는 기제가 무엇인지 가설이라도 세울 수 있으려면 노동의 경험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18명의 청년여성을 심층 면담했다. 해당 연구에서의 주요 발견 지점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우선 '청년 여성'의 삶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를 '교차성'이라고 부르든, '중층 결정'이라 하든, 청년 여성들이 경험하는 사회적 모순들의 집합은 서로 같지 않았다. 예컨대 같은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청년 여성노동자들이 놓인 조건은 달랐고, 그 외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성소수자 정체성, 대졸과 고졸 학력 간에는 소득격차와 같은 양적 차이는 물론, 질적인 경험의 차이도 있었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불안정 일자리와 고용시장의 특성 변화에서 기인한 사회에 만연한 생존 불안, 경제적 취약성과 미래에 대한 비용부담 증가, 사회적인 젠더 이데올로기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등은 공통된 문제이고, '사회적 요인'으로 보였다. 정신건강의 보호 요인으로는, 일에 대한 긍정적 인식, 노조의 존재,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존재를 꼽을 수 있었다. 덧붙여, 연구 참여자들이 원하는 대안은 주거 안정화, 일터 내 민주주의 실현, 고용안정 등이었다.

심리적 개입보다 차이에 기반한 '1차 예방'이 필요 

그러나 지금까지의 2030 여성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개입은 상당히 개별화되고, 지엽적이며, 다른 집단을 대상으로 한 조치들과 차이가 없는 심리지원 중심이었다.

20~30대 여성들은 국무총리 산하의 자살예방위원회에서 세운 2020년 3차 자살 예방 대책에서 처음으로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었는데, 가장 최근인 2021년 4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20~30대 여성 대상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대책의 전부이다. 물론 특정 사회적 집단이 어떠한 문제에 봉착해 있는지, 그 문제의 조건과 기제가 무엇인지는 분명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불분명함과는 대조적으로 그것들을 밝히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20~30대 여성들은 다른 연령대와 성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신의학적, 심리학적 개입에 거부감이 적다. 이 말의 의미는, 이미 적지 않은 이들이 정신의학적, 심리학적 개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서적 지원 강화는 특별한 대책이 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2030 여성들의 정신 건강 정책을 비롯한 정신건강을 위한 개입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첫째, 교차하는 여러 집단 간의 '차이'에 중점을 둔 정책과 활동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청년 여성'의 정신건강을 얘기하는 이유는 그들의 정신적 고통이 가장 크다고 주장하기 위함이 아니다.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그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정책 과정- 계획부터 모니터링까지-에는 공리주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어떠한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은 쪽이 개입의 우선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소수 집단, 예컨대 이민자나 성소수자 집단의 정신건강은 문제화 되지 못하게 된다. 청년 '여성'의 차이를 고려할 뿐 아니라, '청년 여성' 내에서도 다양한 조건들이 어떻게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지는지 살피는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조기 발견 조기 개입'의 2차 예방을 넘어서 1차 예방을 강조해야 한다. 1차 예방 중에서도 생활 습관이나 사고의 방식, 회복 탄력성과 같은 개인적 요인보다는 사회환경적인 요인이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청년 여성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의 '중장년 소상공인을 위한 마음 처방전'이라는 캠페인 자료를 보면, 중장년 소상공인의 표준이 남성이라는 불합리한 전제는 접어놓고라도, '자기 관리를 연습하고 배우기', '나의 삶에 대해 생각 바꿔보기', '가족들과 솔직히 대화하기'를 골자로 개인의 실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의문이다. 하필 '소상공인'을 지목한 이유는 이들이 코로나 범유행 시기에 많은 취약성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특정 바이러스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지워진 방역 정책'에 의해서 그들의 정신건강이 취약해져 있다는 점을 우리가 이미 아는데, 이에 대한 처방 없는 개인 실천이 설득력이 있을까?

셋째, 정신의학적 모형은 물론 심리·사회적 접근보다도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나 여성가족부의 정책 브리핑이나, 자살예방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의 홈페이지, 기타 정부 기관의 보도자료를 보더라도 주로 심리지원에의 강조가 두드러진다. 각 고위험군에 대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청년 여성이 선호하는 매체를 통하거나, 대학 등과 MOU를 맺어서 하는 상담을 해법으로 내어놓는다. 그렇다고 단지 재난지원금과 같은 한시적인 경제적 지원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도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질서로 인한 고용의 불안정성, 생존 불안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 청년 여성당사자의 성평등 의식 수준에 뚜렷이 대비될 정도로 일터와 사회에 만연한, 젊고 경력이 짧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구조를 뿌리 뽑을 제도적 장치 역시 필요하다.

다 써놓고 보니 이미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데 그치고 만 글이 되어버렸다. 마지막으로, 2030 청년 여성들이 종사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일선의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자살예방센터 노동자들의 소진과 대리 외상 예방에 대해서도 필요한 관심과 조치가 주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덧붙이며 이 글을 마친다.

덧붙이는 글 | 1)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 위원회의 '열린 정책' 2021년 6월호 | 이 글을 쓴 정여진 님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한노보연 여성노동건강권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 일터 6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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