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 한국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이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 황희찬 한국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이 칠레와의 평가전에서 선제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브라질전 대패가 오히려 보약이 됐다. 벤투호가  브라질전 이후 4일 만에 열린 칠레전에서 문제점을 개선하고, 한층 향상된 전술적 완성도를 선보이며 기분좋은 승리를 거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6일 오후 8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칠레(FIFA랭킹 28위)와의 친선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지난 2일 브라질전에서 1-5로 패한 아쉬움을 털어내고, A매치 2연패(UAE-브라질)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한국은 칠레와의 역대 전적에서 1승 1무 1패로 동률을 이뤘다. 

벤투호, 빠른 패스 전개로 경기 지배

이날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김문환-정승현-권경원-홍철이 포백을 형성했다. 3선 미드필드는 정우영-황인범, 2선은 나상호-정우영-황희찬, 원톱은 손흥민이 포진했다.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경쾌한 몸놀림으로 브라질전과는 다른 경기력을 선보였다. 선제골은 시작한지 12분 만에 터졌다. 정우영이 탈압박에 성공한 뒤 빠르게 패스를 넣어주며, 황희찬이 왼쪽에서 공을 잡았다. 황희찬이 중앙으로 좁히면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전반 내내 후방에서 풀어나가는 빌드업이 빠르고 매끄러웠다. 전반 19분 장면이 가장 대표적이다. 김문환, 나상호, 정승현을 거쳐 전방으로 길게 손흥민에게 패스가 배달됐다. 손흥민은 정우영의 침투 타이밍을 맞춰 스루 패스를 찔러넣었다. 마지막 정우영의 크로스가 수비수 맞고 골키퍼 선방으로 이어지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반해 칠레는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한국의 촘촘한 공수 간격과 안정적인 수비 조직에 막힌 탓이다. 속도감 있는 한국 템포에 대한 적응에서 어려운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 29분 정우영의 프리킥 슈팅은 수비벽에 맞고 골 라인을 벗어났다. 전반 33분 손흥민의 단독 돌파에 이은 왼발 중거리 슈팅이 정확하지 못했다. 이후 한국은 두 차례 기회를 허용했다. 전반 35분 박스 안으로 파고든 누네스의 슈팅이 골 포스트 오른쪽으로 빗나갔다. 전반 37분에는 왼쪽 크로스에 이은 발렌시아의 슈팅이 골문 바깥으로 향했다. 

전반 44분 하프 라인에서 어이없는 패스 미스로 칠레에게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허용했다. 브레레턴의 슈팅이 골문을 살짝 벗어나면서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후반 초반 변수가 찾아왔다. 후반 6분 이바카체가 터치 미스로 정우영과 경합 도중 거친 태클로 두 번째 경고와 함께 퇴장을 당한 것이다.

수적인 우세를 점하게 된 한국은 칠레의 엷어진 공간을 점유하며 수비를 흔들었다. 후반 11분 손흥민의 슈팅은 파블로 디아스의 발에 맞고 약하게 골키퍼 품에 안겼다. 후반 14분에는 나상호의 크로스, 손흥민의 패스를 거친 정우영의 슈팅이 골문을 외면했다.

후반 19분 칠레의 횡패스를 가로챈 손흥민이 수비수와 골키퍼를 제치고 슈팅하는 과정에서 밀려 넘어졌지만 VAR 판독 결과 노 파울로 선언됐다. 후반 21분에도 손흥민의 진가가 나타났다. 빠른 수비 뒷 공간 침투와 원투 패스로 완벽하게 공간을 창출했는데, 마무리 슈팅이 다소 빗맞았다. 

한국은 전방부터 압박의 강도를 늘리며, 칠레의 실수를 여러차례 유도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22분 정우영 대신 조규성을 투입하며 첫 번째 교체카드를 꺼냈다. 조규성이 최전방에 올라가고, 손흥민이 2선으로 내려왔다. 

한국은 후반 들어 위기를 맞았다. 후반 27분 브레레턴이 권경원을 제치고 슈팅을 시도했지만 김승규 골키퍼가 각도를 줄이고 나와 선방했다.

후반 31분에는 나상호 대신 주력이 빠른 엄원상이 들어오며, 2선 오른쪽에 자리잡았다. 한국은 한 골에 만족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추가골을 노렸다.

후반 44분 황희찬-손흥민 듀오의 컴비네이션으로 아크 정면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해결사는 손흥민이었다. 후반 46분 자신이 직접 시도한 오른발 프리킥이 골문 우측 상단에 정확히 꽂혔다. 손흥민이 터뜨린 쐐기골에 힘입어 한국은 2골차 완승을 거뒀다. 

벤투 감독의 완벽한 대처, 칠레전 승리 견인 

한국 대표팀은 이번 6월 A매치 기간 동안 총 네 차례 경기를 갖는다. A매치 4연전 가운데 무려 3경기가 남미팀일 만큼 월드컵 본선 첫 경기 우루과이에 대비해 브라질, 칠레, 파라과이전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첫 경기인 브라질전에서는 1-5 대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벤투호는 FIFA랭킹 1위 브라질의 빠르고 조직적인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채 실수를 연발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후방에서 세밀하게 전진해 나가는 빌드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 위험지역에서 무리한 패스 시도가 위험 천만한 상황으로 이어지는 등 여러모로 문제점이 많이 노출되고 말았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먹혀든 벤투 감독의 철학이 브라질전에서 발휘되지 않자 우려섞인 목소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벤투 감독은 칠레와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5일 진행된 비대면 기자회견에서 "칠레의 압박 방식에 따라 최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선수들이 위치를 잘 잡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절치부심했다.

전통적으로 칠레는 쉴새 없는 질식 압박과 기동력이 매우 뛰어나다.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한국 원정을 떠난 칠레는 일부 1군을 제외한 채 신예들로 스쿼드를 채웄지만 전체적인 팀 컬러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칠레는 벤투호에게 있어 강한 압박 대처 능력을 키울 최고의 스파링 상대였다.

벤투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비교적 빠르게 개선점을 찾았다. 첫째로 왼발잡이인 김영권-권경원 센터백 조합에서 탈피해 정승현(오른발)-권경원(왼발)을 선발로 내세웠다. 빌드업이 뛰어난 정승현의 발에서 미드필드로 향하는 양질의 패스가 공급되면서 경기가 원활하게 풀렸다. 빌두업뿐만 아니라 수비에서의 안정감도 돋보였다. 

둘째로 4-3-3이 아닌 4-2-3-1의 전환이었다. 황인범을 한 칸 내려 정우영과 더블 볼란치를 형성하도록 했다. 브라질전에서 상대의 압박에 흔들리던 부담을 덜기 위한 처사였다. 이는 적중했다. 황인범이 상하로 움직이며 공수 연결 고리 역할을 해냈고, 정우영은 브라질전과 비교해 실수가 크게 줄었다. 

셋째로 정우영, 나상호의 선발 기용이다. 그동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선발로 중용받지 못한 두 선수의 가세는 압박과 기동성의 증가로 이어졌다. 소속팀 프라이부르크에서 엄청난 운동량과 스프린트를 시도하는 정우영은 1선과 2선에서 칠레의 후방 빌드업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브라질전과 비교하면 경기력 개선이 눈에 띄었다는 점에서 소득이 많았다. 패스와 전환 속도의 증가는 벤투호가 월드컵 본선에서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브라질전에서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훈한 손흥민은 이번 칠레전에서 A매치 100경기를 채우며, 한국 대표팀 역대 16번째 '센추리 클럽'에 가입했다. 100번째의 의미있는 경기에서 A매치 32호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2022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전월드컵경기장 - 2022년 6월 6일)
한국 2 - 황희찬(도움:정우영) 12' 손흥민 91+'
칠레 0

 
선수명단
한국 4-2-3-1 : 김승규 - 김문환, 정승현, 권경원, 홍철 - 정우영, 황인범 - 나상호(76'엄원상), 정우영(68'조규성), 황희찬 - 손흥민(93+'고승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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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손흥민 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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