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덕수 신임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덕수 신임 국무총리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예방,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비서실 구성, 국무위원(행정 각부의 장) 인사 검증, 국무총리의 헌법 권한 행사 등에 있어서 지난 정부들의 '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대통령비서실법'이 아니라 대통령령에 근거한 대통령비서실 구성·운영, '고위공직후보자 인사 검증에 관한 법률'이 아니라 법무부령에 근거한 고위공직후보자 인사 검증, '국무총리의 헌법 권한의 행사·절차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국무총리의 헌법 권한 행사가 행해지고 국무총리의 자율적 인사권에 대한 침해가 가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6.1 지방선거를 고려해 한덕수 국무총리 임명 동의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공직자 자격 논란을 가져온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조정실장 등 참모 인사에서 대통령제 하에서 국무총리의 위상 등에 대한 물음을 불러왔다.

제헌 헌법은 대통령과 부통령의 각각 국회 선출과 국무총리 임명의 국회 승인제도를, 제1차 개헌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국민 직접 선출과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면 제청권을, 제2차 개헌에서는 국무총리제를 폐지했다. 제3공화국 헌법은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하고, 국무총리가 국무위원 임명 제청 및 해임 건의를 하도록 했다. 제4공화국 이후 제9차 개헌 현행 헌법은 대통령이 국무총리를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하도록 했고, 제3공화국 헌법 규정인 국무총리 국무위원 임명 제청 및 해임 건의를 계속 유지했다.

제헌 헌법 권력 구조의 부조화에 대해서 미군정이 마련한 '임시조선정부' 헌장(헌법) 초안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에서(박태균 <버치문서와 해방정국> 23 미군정이 만들려고 했던 정부-해방 직후 최초의 헌법 초안), 정헌주 의원(내각책임제개헌안기초위원회 위원장) 외 174인이 1960년 5월 11일 제안한 '헌법개정안(의안번호; 040308)' 제안이유 설명서(1960.06.10.)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 회고하면 한국의 내각책임제의 길은 길고 또 험난한 것이었습니다. 제헌 국회가 내각책임제 헌법안을 하루밤 사이에 고쳐 쓴 그 얼룩진 기억이 있는 이래 한국의 야당은 한결같이 권력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길은 오직 이 길 이외에는 없다는 신념 하에서 내각책임제 개헌을 위하여 온갖 정열을 쏟아 왔던 것입니다."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 헌법은 절대적 대통령제를 규정하면서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국무총리를 임명하도록 한 것은 대통령의 간접 선출의 정당성 부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 현실은 당시 여당에게 과반수 의석을 보장하는 국회의원 선거제도 등으로 '국회 존중'이라는 형식적 행위에 불과했음을 보여줬다.

'대통령 사람',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는 헌법 규정을 준수할 국무총리에 대한 대통령과 야당의 생각, 국무총리 당사자의 생각은 대체적으로 동일하다. 대통령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대통령의 부족한 부분을 지식과 경험 등으로 보충해 주는 것이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 및 해임 건의는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거나 거부할 수 있어 대통령의 인사권을 부정하거나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 상소(上疏)로 심사숙고 등 완층적이며 보충적인 행위다. 국무총리는 행정부 서열 대통령 다음의 제2인자로서 정부 부처를 통할하는 권한과 의무가 있어서 국무위원(행정각부의 장)의 인사에 국무총리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지난 정부마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개헌의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개헌 내용뿐만 아니라 개헌 그 자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기된 사항이 현행 헌법을 제대로 지키자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헌법이 국무총리에게 부여한 권한의 행사·절차 등을 법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 및 해임 건의 권한을 보장하기 위하여 제15대 대선 시 새정치국민회의와 자유민주연합은 '여·야 간의 정권교체를 위한 새정치국민회의·자유민주연합의 대통령후보단일화와 공동정부의 구성·내각책임제의 추진에 관한 협약(1997.10.31.)'에서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1. 공동정부의 구성 및 운영 나. 공동정부에서 대통령은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를 준수하여 국무총리에게 실질적인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을 주고 국무총리의 해임건의권을 존중한다.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하여 양당은 공동정부 출범 초 (가칭)<국무총리의 지위와 권한 행사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로 한다.

필자는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정책연구1실장으로 동 법안 작성의 책임자였으며 준비된 안은 다음과 같았다.
 
<국무총리의 헌법 권한의 행사·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

제1조(목적) 이 법은 국무총리의 헌법상 부여된 권한 및 그 행사·절차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함으로써 국무총리의 권한과 위상의 내실을 기하고 나아가 헌법이 지향하는 통치 구도에 합치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국무총리의 지위 보장 등) 국무총리는 헌법상 부여된 권한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적법·공정하게 행사하여야 하고, 부당한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해임되지 아니한다.

제3조(국무위원의 임명 등에 대한 권한 행사 등) ①국무총리가 헌법 제87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무위원의 임명 제청을 할 때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기재한 문서로 하여야 한다.
1. 임명 제청 대상자의 인적사항
2. 임명 제청 사유
3. 기타 임명 제청과 관련한 의견
②국무총리가 헌법 제87조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무위원의 해임 건의를 할 때에는 다음 각호의 사항을 기재한 문서로 하여야 한다.
1. 해임 건의 대상 국무위원의 인적사항
2. 해임 건의 사유
3. 기타 해임 건의에 관련한 의견
③대통령은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국무총리의 임명 제청 또는 해임 건의에 대하여 거부할 수 있다. 이 경우, 대통령은 거부 이유 등을 기재한 문서로 국무총리에 이를 통지하여야 한다.
④국무총리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한 대통령의 임명 또는 해임의 거부통지가 있을 경우, 임명 제청에 있어서는 제3항의 규정에 의하여 거부당한 이외의 자 중에서 다시 제청하여야 하고, 해임 건의에 있어서는 동일한 사유로 이를 다시 건의할 수 없다.
⑤제1항 내지 제4항의 규정에 의한 대통령 및 국무총리의 행위는 공개한다. 다만, 공익에 현저한 위해의 발생이 우려될 경우에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⑥국무총리는 임명 제청 및 해임 건의와 관련하여 필요한 자료를 관계 행정기관에 요구할 수 있으며, 당해 행정기관은 지체없이 확인하여 이를 보고하여야 한다.

제4조(행정 각부의 장의 임명에 대한 권한·행사 등) ①국무총리가 헌법 제94조의 규정에 의하여 행정 각부의 장을 임명 제청할 때에는 문서로 하여야 한다.
②제3조제1항 및 제3항 내지 제6항의 규정은 제1항의 임명 제청에 대하여 이를 준용한다.

부 칙

①(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②(경과규정) 이 법에서 정한 국무총리의 권한 행사 등이 이 법 시행 전에 개시되고, 이 법 시행후 종료되지 아니한 경우에 이는 종전의 에에 의한다.
 
공동 정부는 동 법안을 발의하지는 않았지만 공동 정부의 합의(대국민 약속) 정신을 지켜 자유민주연합에 국무위원 배분과 이에 따른 국무총리의 권한 행사 등을 보장·실현했다.

선거 때마다 정당과 후보자는 유사한 공약을 제시했으나 해당 정당의 당론으로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전체의 명의로 입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적은 없고 입법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

제19대 및 제20대 국회에서 국회의원 소수가 동의해 발의된 관련 법률안으로 변재일 의원 등 12인이 2013년 4월 9일 발의한 '국무총리의 헌법 권한의 행사·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904455)',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시기인 2016년 11월 4일 이철희 의원 등 28인이 발의한 '국무총리의 지위 및 권한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2003279)'이 있다.

대통령의 인사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 제청 및 해임 건의의 헌법 규정 준수는 법률로써 실행돼야 한다. 

태그:#국무총리, #국무위원 임명 제청, #국무위원 해임 건의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부패방지위원회 및 진실화해위원회 상임위원 역임, 개혁적 입장에서 새로운 정보 등 취득 및 공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