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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상계> 편집장이었던 김승균 전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사진 중앙). 자료사진.
 과거 <사상계> 편집장이었던 김승균 전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사진 중앙).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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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박정희 정권과 권력층을 을사오적에 비유한 시 '오적(五賊)'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시인 등이 반공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았던 '오적 필화 사건'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진실 규명 대상에 올랐다.

지난 24일 진화위는 과거 <사상계> 편집장이었던 김승균 전 남북민간교류협의회 이사장이 진실규명을 신청한 오적 필화 사건에 대해 조사를 개시했다. 진화위법상 조사 대상인 '권위주의 통치시 인권 침해·조작 의혹 사건'으로 고문, 가혹행위, 조작, 구금 등 당시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 여부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오적'은 지난 8일 별세한 고 김지하 시인이 쓴 시다. 박정희 정권 하의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을 을사오적에 빗대 풍자했다. 당시 <사상계> 편집장이던 김승균 전 이사장이 "동빙고동에 박정희 부하들이 몰려 살면서 호화가 극에 달했다"는 얘기를 듣고 김지하 시인에게 작성을 부탁해 1970년 5월 <사상계>에 게재했다.

김지하 시인, 김승균 전 이사장을 포함한 4명이 '시가 계급의식을 조성하고 북한의 선전 자료로 이용됐다'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고문 수사를 받았다. 이들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 자격정지 1년 등의 형이 결정됐으나 정상 참작으로 선고가 유예됐다. 그때까지 이들은 100여일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오적 필화 사건은 이후 1974년 김지하 시인이 반공법 위반으로 사형 선고를 받을 때도 영향을 줬다.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과 오적 필화 사건이 병합돼 사형을 선고받고 유신정권이 끝날 때까지 6년여를 감옥에서 보냈다. 민청학련 사건은 180여 명이 불온세력 조종을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고 공산정권을 수립하려 했다는 반공법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작 사건이다.

"잘못된 과거는 바로 잡혀야... 명예 회복도 바란다"

김지하 시인은 이후 39년 만인 2013년 재심 청구로 민청학련 사건에 한해서만 무죄를 확정받았다. 오적 사건은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어 재심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제돼 재심 판단에서 배제됐다.

때문에 진화위가 이번 조사에서 가혹행위, 불법 구금 등의 문제를 확인하면 피해자들에겐 재심 청구의 기회가 열리게 된다. 김승균 전 이사장은 25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김지하 시인을 이미 잡아서 구금해놓곤, '김지하 어디에 숨겨놨느냐'며 취조 시작 때부터 고문을 당했다"며 "오류동 인근으로 기억을 하고 박용주가 나를 취조했는데 처음부터 '이 XX 안되겠다. 와달라'며 누군가와 연락을 하더니 이근안이 왔다"고 말했다.

김승균 전 이사장은 "그때는 잡혀들어가면 일단 짓밟히고 주먹으로 맞았다. 그 후 '안불면 죽인다' 식으로 기술고문을 당하는데 봉에 사람을 거꾸로 매다는 통닭구이 자세로 코와 입에 고춧가루 물을 부어 넣는 고문을 당했다"며 "중구 필동 중부경찰서 인근, 남영동 대공분실, 옥인동 분실, 오류동 등에서 고문받은 걸로 기억하는데, 싣고 다닐 때도 차 바닥에 머리를 틀어박아서 끌고 다녀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이밖에 1964년 '불꽃회 사건'도 진실 규명 신청을 해 지난 4월부터 진화위의 조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수사기관은 1964년 학생들의 한일협정 반대투쟁이었던 '6·3 한일회담 반대 운동' 배후에 공산주의 세력이 있다며 주동자로 김 전 이사장을 지목해 불법 구금·고문을 자행했다. 당시 88일 간 구금돼 수사를 받았던 김 전 이사장은 고문으로 척추 뼈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진화위가 없어지며 진실 규명의 기회를 놓쳤다가 이번에 2기 진화위가 들어서 지난해 12월 신청을 하게 됐다"며 "잘못된 과거는 바로 잡혀야 한다. 또한 그에 따른 피해와 명예의 회복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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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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