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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일곱 살 때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그 집 아이는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요?"라는 말을 종종 듣곤 했습니다. 18년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3학년 학부모이기도 한 저는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차근차근해볼까 하는데요.

사실 조금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요즘은 영어를 잘하는 초등학생들이 무척 많잖아요. 토플에서 몇 점을 받았다, 수능 영어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았다 등 수치로 된 객관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아이들도 있는데요. 우리집 아이는 아직 공인된 영어 시험을 본 적도 없고요. 영어유치원, 영어학원을 다닌 경험도 전무하여 레벨테스트를 받아본 적도 없습니다.

"그 집 아이는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요?"
 
아이가 심심할 때마다 쓴 영어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심심할 때마다 쓴 영어 이야기입니다.
ⓒ 진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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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평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문장을 툭툭 말하고, 도서관에 가면 스스로 영어 서가 쪽으로 가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쏙쏙 빼 옵니다. 영화는 자막 없이 보고요. 공책 열 쪽이 넘는 분량의 이야기를 영어로 신이 나서 짓고, 엄마에게 내밀며 읽어보고 어떤지 얘기해달라고 하죠. 그리고는 더 신나게 닌텐도를 하는 열 살 아이입니다.

아이에게 영어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바로 "편하고 재밌죠"라고 답합니다. 다른 욕심 없이 내 아이가 이 정도만 되어도 괜찮겠다 싶으신가요? 그럼 이제 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문장을 툭툭 말하고, 도서관에 가면 스스로 영어 서가 쪽으로 가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쏙쏙 빼 옵니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영어 문장을 툭툭 말하고, 도서관에 가면 스스로 영어 서가 쪽으로 가 자기 마음에 드는 책을 쏙쏙 빼 옵니다.
ⓒ 진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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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교사니까 엄마표 영어를 확실하게 해줬겠지', '아이가 워낙 모범생이라서 엄마의 계획대로 척척 해냈겠지'라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두 팔을 들고 엑스자 모양을 두 번 세 번 표시하겠습니다. 제 아이는요. 학원은 축구학원밖에 다니지 않아요. 본인이 하고 싶다는 바둑, 미술, 컴퓨터만 방과후교실에서 배웁니다.

나머지 시간은 뭘 하냐고요? 학교 운동장, 놀이터, 아파트 풋살장에서 주구장창 시간을 보냅니다. 제가 볼 땐 또래보다 많은 놀이와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에요. 아이 책가방을 열어보면 그야말로 마구 쑤셔 넣었다는 표현이 딱인 상태고요. 하루에 2장씩 수학 문제집 풀자는 약속을 엄마의 잔소리 아래 겨우겨우 지키는 아이입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엄마표 영어'를 하지 않았습니다. 체계적으로 잘 짜놓은 스케줄에 따라 파닉스, 흘려듣기, 집중듣기 같은 건 시킨 적이 없어요. 네. 알파벳도 가르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저도 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해 이것저것 해보기는 했어요. 영어 동요 CD를 사서 종일 틀어놓기도 했고요. 쉽고 재미있는 영어 그림책 단행본을 도서관 여기저기서 대출도 하고, 영어 전문서점에서 잔뜩 사기도 하며 읽어주기도 했습니다. 냉장고에는 엄마표 생활영어 리스트를 붙여놓고 아이에게 가능한 한 많이 영어로 말하려고 애쓰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늘 좀 하다가 흐지부지되었습니다. 길어야 한 달이었죠.

곰곰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이의 영어실력에 가장 많이 도움이 되었던 건 무엇일까? 처음에는 잘 몰랐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영어교육과 관련하여 특별하게 해준 게 따로 없는 것 같았거든요. 아이의 지난 성장 과정을 쭉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제가 아이에게 다른 건 몰라도 필사적으로 오랫동안 꾸준하게 해주었던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단순히 영어교육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영어와의 상관관계를 눈여겨보지 않고 있었는데요. 지금의 아이를 보니 그것이 아이의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가장 크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이 방법을 0세부터 10세 이하의 부모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0세부터 10세 이하의 부모들에게 강력 추천
 
아이가 심심할 때마다 쓴 영어 이야기입니다.
 아이가 심심할 때마다 쓴 영어 이야기입니다.
ⓒ 진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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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영어실력에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바로 '책 읽어주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책은 영어책이 아닙니다. 한글책입니다. 영어책이 아니라고요? 의아해하실 수도 있을 텐데요. 맞습니다. 저는 영어책이 아닌 한글책을 꽤나 오랫동안 충분히 읽어주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아이에게 지금도 읽어주고 있는데요.

아마 영어책 읽어주기였다면 이토록 오래, 많이 읽어주기는 힘들었을 거예요. 한글책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저는 책 읽기가 아니라 '책 읽어주기'를 강조합니다. 혼자만의 독서가 아니라 함께 하는 독서인 거죠. 책 읽어주기는 읽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로 확장되는 독서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교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딱 두 가지입니다. 제 아이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반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이것에 초점을 두고 지도하고 있는데요. 정서적 안정감과 문해력입니다.

초등학교 교사로서 학교 현장에서 수많은 아이를 만나며 깨달은 사실은 이 두 가지가 단단히 갖추어져야 성장할 수 있고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목표를 위해 '책 읽어주기'를 열심히 했던 거고요. 그런데 국어 문해력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했더니 결과적으로 영어실력까지 키우게 되었습니다.

영어교육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합니다. 영어를 잘하려면 국어를 잘해야 한다고요. 저도 전에는 그 말을 들으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이토록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줄을 몰랐습니다. 제 아이를 보기 전까지는요.

먼저 국어라는 씨앗으로 아이가 가진 '언어의 밭'을 비옥하게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밭을 기름지게 만드는 방법은 모국어인 국어를 많이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밭에 영어라는 씨앗을 뿌려보세요. 쉽게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먼저 국어라는 씨앗으로 아이가 가진 '언어의 밭'을 비옥하게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먼저 국어라는 씨앗으로 아이가 가진 "언어의 밭"을 비옥하게 만들어 놓아야 합니다.
ⓒ 진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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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을 여기까지만 읽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영어에 대한 노출 없이는 절대 영어를 배울 수 없습니다. 저 또한 아이에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정도의 충분한 영어 노출을 해주었고요. 대신 국어 문해력을 키우며 영어 노출을 하다 보니 남들보다 조금 더 수월하고 효율적인 길로 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책 읽어주기로 시작하는 문해력 키우기 방법'과 '성공적인 영어 노출 방법'에 대해 하나씩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의 영어실력은 오로지 영어만 공략해서는 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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