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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제42주년 5.18 전야제 행사가 열리고 있다.
 17일, 광주 금남로에서 제42주년 5.18 전야제 행사가 열리고 있다.
ⓒ 광주MBC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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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5.18 전야제가 광주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17일, 5.18 전야제가 광주 금남로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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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쥐, 박근혜 대통령은 닭, 윤석열 대통령은 멧돼지... 이제는 지겹습니다." 

17일,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가 광주광역시 금남로 일대에서 열렸다. 지난해만 해도 코로나19로 참석 인원이 99명으로 제한되었는데, 올해 5.18 전야제는 난장이 펼쳐지는 등 3년 만에 대규모 행사로 거행됐다.

5.18 전야제는 1988년 5월 17일 광주 구동 실내체육관에서 처음으로 개최됐다. 이때 첫선을 보인 판소리, 진혼굿, 노래극, 연극 등이 자연스레 전통이 되어 매년 5.18 전야제 무대에 오르게 됐다(<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행사의 문제점과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 38쪽 인용). 

이번 5.18 전야제는 총 3부로 기획됐다. 올해 5.18 행사 슬로건인 '오월,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에 맞춰 각종 공연이 진행됐다. 그런데 1부 '다시, 오월' 공연을 앞두고 A 사회자가 한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날 A 사회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근태 문제를 언급하며 "날마다 지각하는 공무원이 있단디 누군지 아쇼? 뭐시, 사람이 아니요? 서울 도심에서 활보하는 멧돼지가 있다고요?"라고 발언했다. 윤 대통령을 멧돼지에 빗댄 것이다.

이에 대해 5.18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 김민결씨는 "5.18 전야제에서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얼마든지 허용되어야 하지만, 외모에 대한 평가와 종차별을 바탕으로 한 저열한 언어 표현이 사석도 아니고, 시민 수천 명이 모인 자리에서 버젓이 발화되었다"며 "해당 표현 직후 '오월정신 계승하여 평등세상 이룩하자'는 구호가 나왔는데, 대단히 공허하게 들렸다"고 지적했다.

민결씨는 또 "제42주년 5.18 민주화운동 전야제 무대에는 수어 통역은커녕 자막 한 줄 제공되지 않았다. 사회자는 윤석열 대통령을 욕하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칭찬하는 발언을 했다"며 "그날을 기억하며 시민들이 거리에 모이고, 세상을 바꿀 목소리들을 듣는 곳이 5.18 전야제라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실망감이 크다. 이런 다양성 없는 전야제는 올해까지만 보고 싶다"고 밝혔다.

2부 행사는 '오월 어머니'들의 노래와 함께 시작됐다. 5.18 당시 자식을 잃은 오월 어머니 15명이 '5.18어매'를 합창했다. 그런데 해당 공연을 앞두고 사회자들이 또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B 사회자가 이날 행사에 참여한 무소속 민형배 의원을 언급하며 "검찰 정상화, 광주의 민형배 의원께서 몸을 던져서 초석을 놓았다"고 추켜 세웠다. 이에 A 사회자는 "(민형배 의원은) 진짜 광주정신으로 살고 계신 국회의원"이라고 화답한 후 참석자들에게 박수를 유도했다.

"다양성 존중 없는 전야제, 내년엔 달라져야"
 
17일, 5.18 전야제 풍경
 17일, 5.18 전야제 풍경
ⓒ 김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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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 이호성씨는 "민형배 의원의 민주당 탈당은 국회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며 "대체 왜 5.18 전야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민형배 의원에게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오월어머니들의 '5.18어매' 합창이 끝난 직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가 무대에 섰다. 박 대표는 "5.18로부터 42년이 지난 2022년, 우리는 군사독재에 맞섰던 그 정신을 가지고 차별 공화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것을 호소드리기 위해 무대에 섰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정작 5.18 전야제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배영준 상임활동가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첫 사망자는 청각장애를 가진 김경철씨였는데, 정작 42주년 5.18 전야제에서 수어통역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며 "전야제 본무대 행사에 앞서 진행된 민주평화대행진 당시에도 휠체어 탑승자를 위한 행진 구간은 없었다. 결국 저희들은 발언을 하신 박 대표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행사장 제일 뒤에 있었고, 박 대표님 발언이 끝난 후 대부분 귀가했다"고 밝혔다.

"배고픔이 없는 세상, 서러움이 없는 세상, 쫓겨나지 않는 세상, 군림하지 않는 세상. 빼앗긴 자 힘없는 자 마주 보고 손을 잡자. 새 세상이 다가온다 노래하며 춤을 추자."

5.18 전야제 3부 행사는 극락초등학교 어린이합창단의 '평화가 무엇이냐' 공연으로 시작됐다. 해당 공연이 끝난 후 A 사회자는 "가사를 좀 더 추가하고 싶다"며 "검찰독재 없는 세상, 조중동이 없는 세상, 갈라치기 없는 세상, 멧돼지가 없는 세상"으로 '평화가 무엇이냐' 가사를 바꾸어 불렀다.

이날 전야제 행사에 참여한 시민 김지현씨는 "오랜만에 듣는 '평화가 무엇이냐' 노래를 들을 때에는 마음이 떨렸다"면서도 "중간 중간 고개를 젓게 만드는 사회자나 참여자 멘트는 솔직히 불편했다. 전야제에 모인 우리가 박수를 보내고 격려해야 하는 존재들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분들이 오셨는데 사회자의 발언이 광주의 민심으로 이해될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태그:#5.18 전야제, #5.18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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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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