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무승부였다. 그러나 이 날 경기의 주인공은 딱 한 명, 김민혁(두산 베어스)이었다.

두산은 1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 홈 경기에서 9-9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연장 12회까지 4시간 48분의 접전을 펼친 끝에 승패를 가리지 못하고 경기가 마무리됐다.

2회 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SSG가 무난하게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특히 1회초 3득점, 2회 초 5득점으로 경기 초반 상대 선발 이영하를 완벽하게 공략해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5회 말부터 두산이 추격을 시작하더니 6회 말 경기의 흐름을 바꿀 돌발 변수가 발생한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SSG 랜더스의 경기. 7회 초 1사 3루에서 두산 포수 김민혁이 투수 김명신의 폭투로 SSG 추신수를 낫아웃으로 출루시킴과 동시에 1실점을 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대 SSG 랜더스의 경기. 7회 초 1사 3루에서 두산 포수 김민혁이 투수 김명신의 폭투로 SSG 추신수를 낫아웃으로 출루시킴과 동시에 1실점을 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6이닝 동안 안방 책임진 김민혁, 멀티히트까지 달성

6회 말 무사 1루에서 SSG 선발 투수 이반 노바의 투구에 손등을 맞은 박유연이 통증을 호소했다. 두산으로선 '초비상'이 걸렸다. 선발 출전한 박세혁이 교체된 데 이어 박유연까지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엔트리에 남은 포수가 한 명도 없었다. 페르난데스의 1타점 적시타와 정수빈의 땅볼로 두 점을 뽑아냈지만, 기뻐할 틈이 없었다.

두산 벤치에서는 급하게 포수가 가능한 선수를 찾았고, 다른 야수들에 비해 체구가 큰 편인 내야수 김민혁이 급하게 호출을 받았다. 불펜에서 투수 사인, 포구 등을 빠르게 익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김민혁은 1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예열을 마쳤다.

2017년 1군 데뷔 이후 1루수와 3루수로 나온 적은 있어도 포수로 수비를 소화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갑작스러운 교체였기에 첫 이닝이었던 7회 초에는 잔실수가 자주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1사 3루 추신수와 승부에서는 스트라이크 낫아웃 이후 깔끔하게 포구하지 못해 상대에게 한 점을 헌납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날수록 기본적인 포구가 익숙해진 김민혁은 프레이밍도 곧잘 해냈다. 김명신-권휘-정철원-홍건희까지 차례로 등판한 구원 투수들과 호흡도 잘 맞았다. 9-9의 균형이 이어지던 11회 초에는 김민식이 친 뜬공을 파울 지역에서 잡아내면서 두산 벤치와 관중석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포수를 소화하느라 지칠 법도 했지만, 8회 말 안타 1개를 추가한 김민혁은 멀티히트까지 달성했다. 공-수 양면에서 김민혁이 안정감 있게 제 역할을 해준 덕분에 3연패에 빠질 뻔했던 팀은 무승부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1군 등록 첫날, 강렬한 인상 남긴 김민혁

경기가 없었던 지난 16일 두산은 신성현, 강진성, 장승현까지 무려 세 명의 포수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대신 이튿날 홍성호, 권민석, 그리고 김민혁을 1군으로 콜업했다. 최근 호투를 펼친 정철원, 김동주에 이어 2군에서 컨디션이 좋은 야수도 점검해보겠다는 게 김태형 감독의 생각이었다.

최근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가 7번까지 타순을 조정한 가운데서도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자연스럽게 김민혁은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김민혁은 매년 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야수 중 한 명이었다. 1군에 올라올 때마다 결과를 보여주지 못해도 김태형 감독은 팀의 미래에 있어서 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더구나 장타율이 최하위까지 처진 팀 사정을 고려하면, 김민혁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절호의 기회다.

일주일 첫 경기부터 피곤한 경기를 치른 게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극적인 역전극을 만들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두산은 다시 한 번 김민혁의 가능성을 확인하며 값진 결과를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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