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4일은 두 명의 이재원에게 잊지 못할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잠실벌을 뜨겁게 달군 경기서 '빅보이' 이재원(LG 트윈스)이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LG는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서 5-3으로 KIA를 꺾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같은 시각 두산 베어스가 삼성 라이온즈에 완봉패를 당하면서 LG는 하루 만에 2위 자리로 복귀했다.

이날 경기 개시를 앞두고 LG 구단의 '잔망루피 콜라보 이벤트'를 통해 1등으로 선정된 LG팬 이재원 씨가 시구자로 마운드에 올랐다. 시구 직전 마이크를 잡은 이씨는 자신과 이름이 같은 외야수 이재원에게 응원을 보내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7번 타자 겸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재원은 데뷔 이후 최고의 경기로 '동명이인' 팬의 성원에 화답했다.
 
 14일 KIA와 홈 경기에서 4회말 홈런을 기록한 이후 홈으로 들어오며 기뻐하는 LG 이재원

14일 KIA와 홈 경기에서 4회말 홈런을 기록한 이후 홈으로 들어오며 기뻐하는 LG 이재원 ⓒ LG 트윈스

 
KIA의 상승세에 제동을 건 이재원

션 놀린과 아담 플럿코, 두 팀의 외국인 투수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 가운데 LG가 먼저 앞서나갔다. 3회말 선두타자 이재원의 몸에 맞는 볼과 허도환의 안타로 기회를 잡은 LG는 1사 1, 2루서 홍창기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아냈다.

4회말에도 LG의 거센 압박은 계속됐다. 첫 번째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이재원이 2사 1루서 놀린의 5구째(체인지업)를 잡아당겨 큼지막한 투런 아치를 그렸다. 비거리가 무려 135m에 달할 정도로 타구가 까마득하게 날아갔다. 지난해 1군에서 5개의 홈런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올 시즌만 놓고 보면 이재원의 첫 홈런이었다.

최근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KIA 역시 물러서지 않았다. 13일 경기서 무려 4안타를 몰아친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6회초 2사 1, 2루서 동점 3점포를 터뜨리면서 균형을 맞췄다. 자연스럽게 불펜 싸움에서 두 팀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나란히 필승조를 꺼낸 7회, KIA가 무득점에 그친 반면 LG는 홍창기의 1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다시 리드를 잡았다. 8회말에는 앞선 타석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손맛을 본 이재원이 1사 1, 2루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2루주자 서건창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LG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선두타자 소크라테스의 내야안타에도 흔들림 없이 3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팀에게 득점을 안긴 이재원의 활약이 팀 승리까지 이어졌다.
 
 14일 KIA와 홈 경기에서 8회말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한 LG 이재원

14일 KIA와 홈 경기에서 8회말 1타점 적시타를 기록한 LG 이재원 ⓒ LG 트윈스


LG 타선에 활력 불어넣을 우타 거포

14일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1군 출전 경기 수는 단 8경기로, 쟁쟁한 외야수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주로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소화한 이재원은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팀이 NC와 한화를 만나는 과정에서 6연승을 질주하기는 했지만, 기대만큼의 공격력은 아니었다. 김현수나 오지환 등 주축 타자들의 분전만 눈에 띄었다.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는 여전히 2군에서도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중상위권 팀들을 만나서도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타선 전체의 흐름이 개선돼야 했는데, 이재원이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 퓨처스리그를 평정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1군 무대서도 검증된 선수라는 것을 당당하게 보여주었다.

류지현 감독 입장에서도 이렇게 선수가 잘해주면 더 많은 기회를 줄 수밖에 없다. 현재 LG의 야수진 사정을 고려했을 때 매우 필요한 선수이기도 하다. 시즌 첫 홈런을 통해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재원이 팬의 바람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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