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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5월 6일 오전 9시 28분]
 
채널A는 5월 2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딸이 지난 2015년 서울대총동창회 관악회에서 '가정 형편이 곤란한' 학생을 우선적으로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5월 2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딸이 지난 2015년 서울대총동창회 관악회에서 "가정 형편이 곤란한" 학생을 우선적으로 주는 장학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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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도 서울대 장학금 논란에 휩싸였다.

<채널A>는 지난 2일 정 후보자 딸 정아무개씨가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재학하던 지난 2015년 2학기에 서울대총동창회 장학재단 '관악회'에서 장학금 299만6천 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관련 보도 : <채널A> 정호영, 월세 2천만 원 받으며…딸 '형편 우선' 장학금).

당시 일반 장학생 추천 기준은 '성적이 우수하나 가계 형편이 곤란한 3학년 학부생으로 소득 6~8분위 우선 추천'이었는데, 당시 정 후보자 연봉이 1억 6500만 원이어서 소득만으로도 10분위 고소득층에 해당하고, 월세 수입만 월 2000만 원이 넘었다는 것이다.

이에 정 후보자 쪽은 "관악회의 등록금 장학금은 성적 등을 고려하고, 생활비 장학금은 가정형편 등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후보자 딸이 받은 건 '등록금 장학금'(일반 장학금)이었다고 해명했다.

실제 당시 정 후보자 딸이 받은 장학금이 소득 수준과 무관했는지 따져봤다.

서울대 관악회 장학금, 조국 사태 이어 정호영으로 불똥

공교롭게 '관악회'는 지난 2019년 8월 조국 사태 때도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아무개씨는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4년 관악회에서 장학금 800여 만 원을 받았다.

당시 곽상도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신고한 가족 재산만 56억 원이 넘는 조국 딸이 받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정호영 후보자의 현재 재산 신고액도 62억 4000만 원으로 당시 조 전 장관 못지않다.

당시 검찰도 장학금 지급 과정에 부정 의혹이 있다고 보고 서울대와 관악회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까지 벌였지만, 결과적으로 밝혀낸 혐의는 없었다.

관악회에서 서울대 재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은 5천만 원 이상 기부한 동문의 이름을 딴 특지(특별지급) 장학금과 일반 장학금, 결연 장학금 등 세 가지 종류다. 조 전 장관 딸은 이 가운데 '특지 장학금(구평회 장학금)'으로 두 학기 등록금을 받았고, 정 후보자 딸은 '일반 장학금'으로 한 한기 등록금을 받았다.

특지 장학금은 대개 기부자가 선정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소득 기준이 없는 경우가 많다. 더구나 2014년 당시 구평회 장학금은 장학재단 설립 초여서 지금과 같은 명확한 선정 기준도 없었다(관련보도 : <한겨레>, [팩트체크] 조국 딸 '서울대 특지장학금', 신청 없어도 받을 수 있다?).

2015년 당시 '6~8분위 우선 추천' 명시... 지금은 소득기준 없어

반면 일반 장학금은 당시 학교 추천 기준이 명확했고 소득 기준도 있었다. 교육부에서 최근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와 2015년 2학기 서울대 주요 단과대학에서 공지한 내용에 따르면, 한 학기 등록금 전액이 지원되는 '일반 장학생'은 "성적이 우수하나 가계형편이 곤란하여 학비 지원이 필요한 3학년 학부생으로 소득분위 6~8분위 우선 추천"으로 돼 있다. 생활비 월 30만 원(한 학기 180만 원)이 지원되는 '결연 장학생'은 '2015학년도 2학기 국가장학금 신청 결과 소득분위 2~5분위인 3학년 학부생'으로 소득분위가 더 낮다.

서울대 학생이 받는 장학금은 교내장학금과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교외장학금으로 구분되는데, 2015년 당시 국가장학금은 8분위까지만 받을 수 있었지만, 외부 장학단체에서 주는 교외장학금은 소득분위에 상관없이 지급되기도 했다. 관악회도 결연 장학생은 2~5분위 저소득층으로 제한했지만, 일반 장학생은 이보다 높은 6~8분위를 대상으로 했고, 특지 장학생의 경우 소득 분위와 관계없이 특정 고등학교, 특정지역 출신 등으로 조건을 정하기도 했다.

2015년 기준 국가장학금 지원을 위한 소득분위 경계값(소득과 재산을 소득으로 환산한 금액을 합한 월 소득인정금액)은 6분위가 월 소득 587만 원 이하, 7분위가 696만  원 이하, 8분위가 852만 원 이하다. 상위 10%인 10분위는 월 소득 1122만 원 초과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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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후보자는 2014년 4월∼2017년 4월까지 경북대병원 진료처장을 지냈고 당시 연봉은 1억 6500만 원으로 세전 월평균 1375만 원에 이른다. 여기에 당시 정 후보자 아버지에게 상속받은 건물에서 매달 2300만 원씩 받도록 월세 계약도 체결했다.

정 후보 해명대로 결연 장학생의 경우 가정 형편을 더 고려한 건 맞지만, 일반 장학생도 9~10분위 고소득층 학생은 우선 추천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대 학생처 장학복지과 담당자는 3일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교외장학금의 경우 학교에서는 관악회에서 요청한 소득분위 자격요건에 맞춰 학생을 추천했고, 선발은 관악회쪽에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단법인 관악회 장학사업 담당자는 이날 "현재 결연 장학생만 2~6분위까지 자격 기준이 있고 일반 장학생은 소득분위 자격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 신청자 30%는 8분위 이상... 서울대생 80~90% 장학금 수혜
 
<서울대총동창신문>은 지난 2017년 10월호(숫자로 보는 서울대학교 10편)에서 서울대 장학생 비율이 83.8%라고 보도했다. 출처:  https://www.snua.or.kr/magazine?md=v&seqidx=8072
 <서울대총동창신문>은 지난 2017년 10월호(숫자로 보는 서울대학교 10편)에서 서울대 장학생 비율이 83.8%라고 보도했다. 출처: https://www.snua.or.kr/magazine?md=v&seqidx=8072
ⓒ 서울대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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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6월 한국장학재단에서 <세계일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5~2019년 국가장학금 신청자 가운데 8·9·10분위 비중은 평균 29.1%였다. 2015년 2학기에는 32만 명으로 약 24%를 차지했고, 10분위는 15만5천여 명으로 약 11%였다.

'2016 서울대학교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당시 서울대 학부생 3만3528명 가운데 중복 인원 포함 2만6792명이 장학금을 받아 수혜율이 80%에 이른다. 대학원생 장학금 수혜율은 89.5%로 90%에 육박하고 학부·대학원 장학금 총액도 1228억 원에 이른다. 2006년 47.8%로 절반에도 못 미치던 수혜율(총액 453억 원)이 10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장학금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것"이라는 과거 잣대로, 정호영 후보자나 조국 전 장관 같은 고소득층 자녀의 장학금 수혜를 비난하기는 쉽지 않다. 

조국 사태 당시에도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기자들에게 "장학금 종류가 여러 가지여서 일반 장학금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게 맞지만, '이공계 학생들에게 줘라'라는 식의 특수 목적 장학금들이 있다"면서 "조씨가 받은 장학금이 어떤 목적이었는지는 동창회에서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지만,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은 "가정이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장학금이었다면 문제가 있다"라는 식으로 보도해 조국 쪽에 화살을 돌렸다.

정 후보자도 '서울대생 80~90%가 받는' 장학금을 자기 딸도 받았다고 비난받는 게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조국 사태 당시 언론의 잣대로 보면, 그 역시 윤석열 내각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태그:#서울대장학금, #정호영, #조국, #관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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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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