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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4월 18일부터 마스크 착용을 제외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간다니 반갑기도 하지만, 사실 이전의 그 일상이 마냥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 시기에 처음 경험한 삶의 리듬을 코로나 이후에도 지켜보자고 싸움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이마트 노동자들이다.

코로나 이전, 마트는 밤 11시, 하절기에는 자정까지 운영하기도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운영시간이 줄어들었다. 2020년 사회적거리두기 2.5단계에서 수도권 마트 운영이 밤 9시까지로 제한됐다. 잠시 완화된 시기에도 밤 10시까지 운영되던 것이 지난 3월 16일을 기해 밤 11시, 코로나 이전 운영시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팬데믹이 끝났으니 예전으로 돌아가는 게 당연하다고? 10시 폐점을 주장하는 이마트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전국 매장에 10시폐점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붙여두었다.
 전국 매장에 10시폐점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붙여두었다.
ⓒ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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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우리가 경험을 해 본 거잖아요

홍현애(이마트지부 서울본부장) : "우리가 코로나 때 9시, 10시 폐점 경험을 해본 거잖아요. 11시에 끝날 때랑 차이가 당연히 느껴지죠. 11시 퇴근을 하고 집에 가면, 씻고 잘 시간밖에 없어요. 그런데 9시에 퇴근하면 개인적인 취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죠.

교통편 때문에도 차이가 더 커져요. 9시, 10시 퇴근할 때는 퇴근길이 더 편해요. 11시에 퇴근을 하면, 교통편이 줄고 배차 간격도 늘어나서 퇴근 시간도 더 걸리죠. 지금 아직 대중교통 정부 방침이 다 돌아오지 않아서, 퇴근해서 가는 길에 교통편이 끊기는 경우도 있고, 갈아타야 하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기도 해요."

김선경(이마트지부 사무국장) : "11시에 퇴근하고 집에 가면 가느라 시간 걸리고, 도착해서 씻고 하다 보면 날이 바뀌어요. 10시에 퇴근하면 그날 안에 잠들 수 있다는 얘기를 서로 많이 나눴어요. 11시에 퇴근하면 몸이 깨어 있어서, 바로 잠이 오지도 않거든요. 마감 퇴근할 때는 1시는 늘 넘어서 자는 것 같아요. 2~3시에 잠든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밤 11시 근무에서 9시로 영업시간이 제한되어보니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늘고, 퇴근에 쓰는 시간은 줄었다. 피로도가 줄어든 것도 느껴졌다. 이걸 경험하고 나니,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조합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조합원들이 느끼는 변화는 이것만이 아니었다.

노동자 각자의 노동시간(소정근로시간은 주 35시간)은 그대로인데, 영업 시간 전체가 줄어든 것이라서 일하는 동안 노동강도가 감소 되는 효과도 있었다. 그런데 이게 조합원들에게만 좋은 것은 아니다. 마트 업무 효율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는 당연하게 여기던 심야 근무를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보니, 지나쳤던 문제점들이 새로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홍현애 : "영업 시간을 줄였을 때, 9시~17시 출근 조가 있고, 14시~22시 아니면 13시~21시 교대조가 있었거든요. 저희 점포는 물류가 보통 12시 정도에 가장 많이 들어와요. 이전에는 물류 정리를 오전 조가 다 해야 했어요. 그런데 이제 1시~3시 혹은 2시~3시는 오전, 오후 조가 같이 일하니까, 둘이 같이 할 수 있어 훨씬 편하죠.

이 때, 일상, 패션, 완구 물류가 한꺼번에 올라오는데, 후방이 넓지 않아서 진열을 빨리빨리 해 줘야 되거든요. 그런 점에서 회사에도 좋은 거죠. 제가 관리자들에게도 늘 강조해요. 이게 다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요."

김선경 : "이번 기회에 그동안 심야 근무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 거예요. 수퍼마켓처럼 운영하는 매장에서 여성 조합원 한 분이 마감 근무를 서시다가, 취객이 와서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 아주 씩씩하신 분인데 공황 상태까지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런 사건이 많았어요.

저도 예전에 3층 후미진 데 혼자 있었는데, 취객이 와서 막 소리를 지른 적이 있어요. 체감상 정말 아주 오랜 시간인데, 한 10분 정도였겠죠? 아무도 안 오는 거죠. 10분 동안 오로지 저 혼자 그 사람이랑 대치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날 무서워서 집에 못 가겠는 거예요. 이런 사건이 꽤 많았는데, 그 때는 일상으로 여기고, 특별한 문제로 삼지도 않았던 거죠."

신승훈(이마트지부 수석부위원장) : "퇴근길도 그렇습니다. 심야근로 끝나고 나서 퇴근할 때, 집이 조금 멀거나 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죠. 또 점포가 좀 외곽에 빠진 곳들은 이게 더 심하고. 그래서 여성 조합원들이 심야 시간에 이동하는 걸 무서워하시는 분도 계시고요."

심야노동, 우리에게 선택권이 있었다
 
지난 1월 10시 폐점을 촉구하며 전국동시다발로 진행한 기자회견
 지난 1월 10시 폐점을 촉구하며 전국동시다발로 진행한 기자회견
ⓒ 마트노조 이마트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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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영업 시간 제한을 경험하면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야간 노동을 거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조합 내에서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노동시간에 대한 자기결정권 문제이다. 

신승훈 : "매년 연봉 계약서를 갱신하는데, 2015년 경 연봉계약서 아랫 부분에 '야간, 휴일, 연장 근무에 대해 동의합니다' 이런 문구가 들어가서, 동의를 같이 받았어요. 법률 검토를 해 보니, 일종의 근로계약이 들어가게 된 것이라 문제가 있었어요. 회사에 문제제기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고민해오던 차에, 2020년 2021년에 코로나로 영업 제한을 경험하게 된 것이죠. 조합원들 사이에서도 '야간에 안 했으면 좋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서, 조합이 나서게 된 거죠.

야간 근무 안 하고 싶은 조합원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마시라고 설명을 드렸죠. 사실 그전까지 심야노동은 아주 당연시되어 왔고, 저희도 당연히 하는 걸로 알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걸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우리한테 있다는 걸 우리도 생각을 못 했던 거예요. 그런데 연봉 계약서에서 이 내용이 들어가면서, '어, 그러면 거부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고민이 시작되면서 투쟁이 만들어졌습니다." 

올해 1월, 아직 영업시간이 단축 중이던 때, 2022년 연봉 계약서를 갱신하면서 문제가 본격화되었다. 노동조합에서는 이 시기에 관리자들에게 "나는 밤 10시에서 11시까지 심야 근로를 거부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내는 활동을 했다. 회사에서는 거부 의사를 밝힌 조합원들을 일일이 개인 면담하는 방식으로 강경하게 나왔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니, 면담 과정에서 오히려 관리자들이 징계니 임금 삭감이니 근거가 없는 얘기를 하는 실수가 많았다. 이런 발언을 녹취하고 항의하자, 지금 회사는 면담은 자제하고 '당신은 포괄적으로 동의를 했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얘기해주면 빼줄 수도 있다'는 문자를 보낸다. 

회사는 3월 16일을 기해 다시 11시까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 밤 10시 이후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경쟁상대인 다른 대형 마트들이 11시나 12시까지 운영하는 상태에서 이마트만 10시 폐점하기는 부담스러워 한다는 게 노동조합의 분석이다. 11시까지 운영하는 점포에서는, 심야노동을 거부한 조합원도 11시까지 배치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나는 오늘 동의하지 않는 심야근로를, 당신 때문에 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자를 관리자에게 보내는 2차 문자 투쟁, 3차 문자 투쟁을 했다. 매일 부딪치는 현장 관리자들에게 출근할 때마다 이런 문자를 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홍현애 : "이 심야 투쟁을 하면서, 점포 전체차원에서 일괄 11시까지 반드시 스케줄을 넣게 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 같아요. 제가 2시 출근, 10시 퇴근으로 스케줄을 넣었더니, 관리자가 막 지우고 2시를 3시로 고쳐버리더라고요. 기분이 안 좋죠."

신승훈 : "현장에서 계속 관리자들하고 부딪히는 상황이 되니까 사실 조합원들이 어려워하시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개별 문자 투쟁은 멈추고, 관련한 내용은 노동조합에서 공문 형식으로, 정기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심야노동 거부하는 조합원들을 회사가 강제로 야간 스케줄에 넣고 있다. 거부 의사 표현 문자를 안 보내는 것이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다' 이렇게요. 앞으로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할 예정입니다." 

'아프면 쉬어야 한다', '상병수당이 지급돼야 한다' 등 팬데믹 시기에 나왔던 많은 이야기들이 어디론가 쑥 들어가버렸다. 팬데믹이 끝났다고 모두가 이전으로 돌아가야 할까? 돌아간 '일상'에서 우리는 꼭 밤 11시, 12시까지 장을 봐야 할까?

다 같이 노동시간을 줄이고, 좀 더 건강에도 좋고 가족친화적인 노동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한밤중에 장 볼 필요도 줄어들지 않을까? 팬데믹 덕분에 뒤늦게 깨달은 휴식권과 노동시간 결정권, 건강권을 위해, 다른 일상을 그려 보자고 마트 노동자들이 외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최민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5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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