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사랑만 한 게 죄인 거예요. 너무 사랑하면 시련을 줘야죠." 잘못은 가해자가 저질렀는데 자책은 피해자가 한다? 피해자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오히려 가해자에게 지배당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가스라이팅은 사람 대 사람의 관계만이 아니라 사람과 반려견 간의 관계에도 해당될 수 있다.
 
보호자 가족 전체를 물어버린 역대급 통제불가 문제견이 등장했다. 4월 18일 방송된 KBS 2TV <개는 훌륭하다>에서는 지나친 공격성으로 안락사 위기에 놓인 진돗개X풍산개 믹스견 봄이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개훌륭>에도 이미 여러 차례 등장했던 진돗개와 풍산개는 남다른 공격성으로 고민견 단골손님에 등극한 바 있다. 산전수전 다겪은 강형욱 훈련사도 진돗개와 풍산개일 경우에는 다루기 힘들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강형욱은 "카네코르소같은 맹견들과는 다른 살벌함이 있다. 대형견들이 우직하게 겁을 준다라면, 진돗개나 풍산개는 뒤에서 몰래 공격할 것 같은 느낌이다"며 차이를 설명했다. 이경규도 지난 방송에서 풍산개 믹스견에게 전조없이 기습당하여 엉덩이를 물렸던 아찔한 장면을 회상하며 공감했다.
 
전남 화순의 한 시골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오늘의 고민견 봄이는 풍산개 아빠-진돗개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6살 믹스견이었다. 의뢰인인 보호자 엄마는 동네에서 장동건으로 통한다며 봄이의 훤칠한 외모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생후 2개월부터 입양된 봄이는 온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집안의 마스코트로 자라났다.
 
하지만 봄이의 문제는 심각한 공격성이었다. 외부인을 볼 때마다 엄청난 짖음 때문에 동네에서 소음으로 민원이 들어올 정도였고, 골목에 들어오기가 무섭다고 호소하는 주민도 있었다. 봄이는 집안에 동네 이장님같은 외부인이 방문하거나, 멀리서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짖어대기 일쑤였다.
 
더 큰 문제는 보호자 가족을 향한 입질이었다. 충격적이게도 가족들 모두가 봄이에게 물린 경험이 있었다. 두 딸은 손. 머리, 얼굴에 여러 차례 큰 상처를 입었고, 다리가 불편하여 거동이 어려운 아들은 넘어진 상태에서 봄이에게 물리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실제로 제작진이 공격성을 점검하기 위하여 보호복을 입고 접근했을 때 봄이는 입마개를 했음에도 끝까지 달려들어 입질까지 할 정도로 과격하고 집요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옆집에 거주하던 보호자의 친정엄마까지 봄이에게 팔을 물려서 꿰매야 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동안 봄이를 벼르고 있던 친정 가족과 친척들까지 나서서 봄이의 안락사를 강하게 요구하며 보호자는 난처한 상황에 몰려있었다. 보호자는 마지막 수단으로 <개훌륭> 제작진에게 솔루션을 의뢰하며 '봄이를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정작 보호자 가족들은 여러번 물림 사고로 피해를 입었음에도 하나같이 오히려 봄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큰 딸은 병원에 가면서도 "봄이가 잘못한 거 없다. 내가 잘못해서 물린 거다. 봄이 어떻게 하면 안돼"라고 신신당부했다고. 친정엄마는 본인이 물린 사실을 처음엔 자녀들에게 숨기려고 했던 사실을 고백하며 "친척들이 봄이를 미워할까봐 그랬다. 무는 짐승을 탓할 게 아니라 사람이 조심했어야 한다"고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지켜보던 강형욱은 "가족들 모두가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는 게 가장 놀랍다"고 지적했다. 보호자는 입질을 했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꼬리를 치며 애교를 부리는 봄이를 도저히 미워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강형욱은 굳은 표정으로 "무조건 좋아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그런데 아마 보호자 가족들이 원하는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언급을 했다. 강형욱은 봄이가 착용한 빨간 넥칼라와 뚱뚱한 체중을 언급하며 "필요 이상으로 사랑받은 흔적들이다. 너무 사랑하다보니 자발적으로 길들여진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경규와 장도연이 먼저 보호자를 방문했다. 봄이는 입마개를 했음에도 이경규가 접근하거나 자세를 낮추기만 해도 강하게 짖으며 공격성을 드러냈다. 보호자 가족들은 봄이를 진정시키기 위하여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하지만 지켜보던 강형욱은 헛웃음을 지으며 "저런 행동은 오히려 경계심을 칭찬해주는 꼴이다. 격투기 선수들에게 링에 올라가기 전에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강형욱은 "가장 큰 고민은 보호자들이 공격성 강한 봄이를 통제하지 못할 것 같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이경규는 강형욱의 가이드에 따라 봄이를 통제하기 위하여 나섰다. 봄이와 장시간 대치하며 꼼짝달싹 못하게 된 이경규는 "나를 통해서 (봄이의) 힘을 빼놓으려 것 아니냐? 나중에 (강형욱이) 와서 훈련 쉽게 하려고"라고 의심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봄이는 짖음을 멈추지도 물러서지도 않고 계속해서 이경규와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한발 후퇴한 이경규는 보호자를 소환하여 봄이의 목줄을 잡게하며 일단 곤경에서 벗어났다. 간신히 상황실로 돌아온 이경규는 반쯤 혼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형욱이 나섰다. 보호자 가족은 할머니의 물림사고 이후 봄이를 훈련소에 보내기도 했지만 결국 일주일 만에 다시 데려왔다고 밝혔다. 보호자 엄마는 봄이를 데려오는 데 온 가족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지만, 정작 아들은 동의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며 가족들간의 입장차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강형욱은 "그렇게 가족들을 물었는데도 봄이가 좋으냐?"고 묻자 보호자 엄마는 "그러니까 마음이 아프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강형욱은 "많이 물리는 보호자의 특징이 자책이 많다"고 지적하며 "누가 물려도 개의 문제가 아니라 보호자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면 '개한테 지배당하는' 상황이 된다. 지금 가족들은 충분히 봄이에게 길들여진 상태"라고 쓴소리를 했다.
 
강형욱은 봄이의 위험성으로 전조 증상 없이 갑자기 돌변하여 달려들어서 무는 기질을 지적하며 "평상시 언제 물릴지 파악을 못하니까 보호자들의 두려움이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가족 모두가 물려본 전과(?)가 있다"고 이야기하자, 강형욱은 곧바로 "전과는 봄이에게 있지, 피해자에게 무슨 전과가 있냐"며 반박했다.
 
강형욱은 대뜸 "정신나간 개"라고 독설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강형욱의 충격 발언에 보호자의 표정은 굳어졌다. 강형욱은 "객관적으로 봐야한다. 보호자가 먼저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사람을 무는건) 정신나간 행동 아닌가?"라고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보호자에게 강형욱은 "단지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한다. 잘못은 '사랑만 한 게 죄'인 거다. (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시련도 줘야한다. 그리고 이런 걱정은 제가 아닌 보호자 스스로 해야하는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예쁘다고 안아만 주면 혼자서 일어설 수 없다는 강형욱의 독설에 보호자 가족은 말을 잇지 못하고 침묵에 빠졌다.

강형욱이 본격적인 솔루션에 나섰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며 거동이 불편한 아들은 일단 방으로 들여보냈다. 강형욱은 "이런 친구들은 만만한 상대 뒤통수를 치는 걸 좋아한다"며 우려했다. 이어 강형욱은 "이 솔루션이 끝나면 봄이가 보호자들에게 엄청 짜증을 낼 것"이라며 단단한 마음의 각오를 할 것을 주문했다.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2

 
강형욱이 목줄을 잡자 봄이는 처음 받아보는 통제에 거세게 반항했다. 격렬한 몸부림에 봄이의 입마개가 두 번이나 날아가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보호자 엄마는 당황하여 안절부절 못했지만 강형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강형욱은 "보호자들이 이럴 때 봄이를 불쌍해하고 걱정하면 이 친구에게는 오히려 힘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봄이는 흥분을 못이겨 발악하다가 자기 혀를 깨물어 피를 흘렸고, 긴장한 나머지 대소변을 지리기도 했다. 그동안 솔루션에 등장한 고민견들 중에서도 역대급 저항이었다. 하지만 강형욱은 계속해서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봄이를 압박하며 결국 기를 꺾는 데 성공했다.
 
강형욱은 안절부절못하는 보호자에게 "(봄이에게) 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칭찬해주고 예뻐해줘도 된다. 하지만 사정하고 매달리는 사람은 칭찬할 수 없다. '얼마나 불쌍하면 똥을 쌌을까'가 아니라 '어디서 똥을 싸고 있어'라는 단호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보호자 가족들에 번갈아가며 목줄을 인계하고 봄이를 통제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이어 이경규와 장도연이 복귀하여 외부인에 대한 경계를 완화하는 훈련도 진행됐다. 강형욱은 거동이 불편한 아들과 봄이 분리할 것을 조언하며 "개들은 무서워하는 사람을 더 공격한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봄이는 반복된 훈련 속에 많이 얌전해진 모습을 보였다. 까다로웠던 솔루션과 별개로 훈련 시간은 굉장히 짧았을 만큼 봄이는 학습능력이 뛰어난 개였다. 강형욱은 "강형욱은 "봄이는 진짜 예쁘고 괜찮은 개다. 보호자님이 뚝심을 가지고 훈련한다면 봄이는 웬만한 스트레스는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희망을 불어넣었다.
 
보호자는 "솔루션 과정이 너무 힘들었지만 감정보다는 이성을 더 챙기려 노력했다.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는 가슴이 아닌 머리로 하겠다"고 변화를 다짐했다. 보호자의 지나친 사랑과 배려가 오히려 독이 되어 안락사 위기까지 몰렸던 봄이의 이야기는 우리 일상의 다양한 관계속에서도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진정한 사랑에는 시련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개는훌륭하다 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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