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4.18 09:08최종 업데이트 22.04.18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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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벌써 3년째 코로나-19 팬데믹(Covid-19 Pandemic: 이하 코로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대세가 된 변종인 오미크론의 위중증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면서 엔데믹(Endemic)을 준비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코로나는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던져 주었다. 특히, 산업경제와 고용에 큰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는데, 2~3%대를 오가던 우리나라 GDP 성장률은 2020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고용률과 중위소득도 감소하였다(국가지표).


특히, 코로나 상황에서 관광, 항공, 면세점을 비롯한 유통, 숙박, 영화 및 공연 등의 업종의 종사자들은 더욱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업의 경우 2020년 관광수입을 보면, 2019년 관광수입 207억 4500만 원보다 50.9%가 감소한 101억 8100만 원을 기록했고, 2021년에도 전년도에 비해 단 1%가 증가한 102억 8200만 원을 기록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았다(관광통계).

항공산업도 2020년 국내선 여객실적은 2019년 대비 23.7%가 감소하였고, 국내선 화물실적은 2019년 대비 29.7% 감소하였다. 국제선 여객실적은 더욱 심하여 2019년 대비 2020년 84.2%나 감소하였다(국가통계).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11일 1개 노선을 제외한 모든 항공편의 운항이 중단된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터미널. ⓒ 박장식

 
그런데 더 안타까운 부분은 코로나19와 같은 세계적 질병의 유행 등 국제적 위기 상황의 도래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질병의 유행은 2000년대 들어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 2020년 코로나 등 점점 주기가 짧아져서 나타나고 있다. 이외에도 90년대 아시아 경제위기, 2000년대 말 세계 경제 위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위기 상황이 닥쳐오고 있다.

구조조정만이 해답일까? 핵심은 고용유지

위기상황으로 인한 실적 감소는 해당 산업의 종사자들에게 큰 고통을 수반한다. 실적 감소의 어려움이 닥쳐오면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되는데 가장 손쉽게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유휴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미국의 임시해고 방식(Layoff)이 대표적인데 우리나라에서도 경영 위기 시에는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법제화 되어 있어서 저가항공사, 영화관, 호텔 등의 업종은 코로나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조정방식은 위기 상황의 모든 고통을 노동자들이 감내해야 한다는 점, 구조조정된 인력의 지원이나 관리를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점, 경기가 회복되었을 때 필요한 인력들까지 내보내게 되어 이후 필요한 인력을 제때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수반한다.

따라서 많은 국가에서는 코로나와 같이 불가항력적인 외부 환경의 이유로 경영 위기에 놓인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대폭적인 재정지원을 통하여 사업폐쇄, 구조조정, 무급휴직 등의 조치를 피하고, 고용을 유지하면서 노동자들에게 통상적인 급여를 지급하여 일상적인 생활수준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조업단축제도(Kurzarbeit)이다. 독일의 조업단축제도와 조업단축지원금제도는 비상시 업무손실에 따른 기업의 통상적인 정규근로시간을 일시적으로 단축하여 운영하는 조업단축의 실시와 조업단축 실시로 발생하는 노동자의 임금 감소분 일부를 정부가 보상하는 제도이다.

특히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는 독일, 노르웨이처럼 기존에도 조업단축제도를 통해 대폭적인 재정지원을 해온 국가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정리해고 및 구조조정이 자유롭게 이루어져 온 영국, 호주, 미국 등에서도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통하여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 바가 있다.

노력했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 시기 동안 일반 국민에게는 6차례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고, 자영업자에게도 특별지원금을 제공하였으며, 항공산업 등 코로나로 인한 경영위기 기업들에 고용유지지원금을 계속 지원해왔다. 이외에도 특별고용노동자, 프리랜서, 무급휴직자, 영세자영업자 등에 대하여 특별고용안정지원금과 무급휴직지원금을 제공하는 등의 노력도 기울인 바가 있다.

이 중 고용유지지원금은 매출액·생산량 감소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휴업·휴직을 실시하고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면 인건비 일부를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되는 것이다. 즉, 사용자는 휴업·휴직을 실시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평균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 고용유지지원금을 통해서 휴업·휴직 수당의 2/3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한도는 1일 6만 6천 원까지 180일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의 고용유지를 위한 재정지원은 지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지원금액도 낮은 편이다. 최대로 고용유지지원금이나 무급휴직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연 총 180일 한도이고, 금액도 최저임금 수준으로 제한된다. 게다가 지원적용을 받는 것이 까다롭다 보니 정작 고용유지가 필요한 영화 및 공연 산업 등은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24일 시민들이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2020.8.24 ⓒ 이희훈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코로나 상황에서의 고용유지를 위한 재정지원이 1~2년간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호주의 경우 정부의 잡 키퍼 프로그램(Job Keeper Program)과 주 단위의 잡 세이버 프로그램(Job Saver Program) 등을 통하여 2020~2021년의 기간 동안 코로나에 영향을 받은 업체에 고용된 근로자들에게 호주의 1인당 소득 중간 값(2018년 기준 약 $50,000/년)에 조금 못 미치는 최소 1500호주달러(1달에 약 260만 원 정도)의 급여를 정부가 지원하였다.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사업의 통상 매출이 30% 이상 감소하고, 근로자의 계속 고용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라면 모두가 신청이 가능했다. 이를 통해 2021년 9월 말 기준 약 100만 명의 근로자에게 총 약 100조 원 이상의 재정이 지원되었다.

영국의 경우에도 코로나바이러스 일자리 유지제도(Coronavirus Job Retention Scheme)를 통하여 휴업·휴직 근로자에게 최대 월 2500파운드(약 380만 원)까지 월 임금의 80%를 지원하고 고용주가 납부해야 하는 고용보험 및 연금 부담금까지 지원한 바가 있다. 이를 통해 2021년 5월까지 약 1150만 명을 지원하였고, GDP의 15%인 3300억 파운드를 재정 지원하였다.

고용유지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 필요

이러한 국가들에서는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임금 부담을 정부가 떠안음으로써 고용유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영국과 호주 등은 우리나라와 세제 부담 기준이 달라서 평상시에 국민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직접적으로 비교하기에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위기 상황에서 조업 단축에 대한 지원금을 지원해 온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아니어도, 코로나 같은 불가피한 경영 위기 상황에서 고용유지를 위하여 많은 국가들에서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재정지원을 늘리는 노력을 해왔지만 다른 국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며, 기획재정부 등 정부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재정지원에 대하여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해왔고,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재정지원에 대하여 비판하는 시각이 존재하여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어렵게 만들어 왔다.

그러나 아직도 코로나를 완벽하게 벗어나지 못한 상황인 데다가 앞으로도 이러한 불가피한 위기 상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우리나라에서도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대하여 고용유지를 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이를 위하여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대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의 대폭적인 재정지원에 대한 부담을 고용보험기금만을 통해서 대응하는 것은 어렵고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므로,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고용위기에 대응하는 기금을 추가로 설치하여 평상시에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재정지원에 대한 준비와 적립을 해둘 필요성도 제기된다.

필자의 주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위기상황시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로 노동자와 기업에 안정적인 고용환경을 제공하는 일은 앞으로 반드시 정부가 책임져야 할 중요한 정책 방향 중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

* 필자 소개: 경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경영학 박사(인사/조직 전공), 한국인사관리학회 학술위원장, 한국인사조직학회 브릿지위원장. 다년간 근로시간 및 휴직제도, 청년고용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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