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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수목원 글로벌 시드볼트
 백두대간수목원 글로벌 시드볼트
ⓒ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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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두번의 '수목원 사람들' 인터뷰를 통해 백두대간수목원 글로벌 시드볼트의 전반적인 운영과 우리나라의 야생식물 종자 연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시드볼트와 종자 복원 연구의 중요성이 최근 들어 점점 더 부각되는 이유는 지구가 급격한 기후 변화라는 과제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작년부터 폭발적으로 터져나온 기후 위기는 지구촌 곳곳을 위협하고 있다. 한쪽에선 폭우와 홍수로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반대쪽에선 폭염과 산불로 신음한다. 독일, 벨기에, 스위스, 미국 등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마저도 이상 기후라는 자연의 거대한 공격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위기는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다. 지난 100년간 전 세계 생물종 가운데 20%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2020년 영국 큐식물원은 전 세계 모든 식물 중 39.6%가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다. 2016년 보고서에는 위험 수위 식물이 전체의 26%였으니, 단 4년 만에 위험도가 수직 상승한 것이다. 어느 기후 운동가의 말처럼 이제 안전한 곳은 지구 위 어디에도 없을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목원들은 기후 위기 최전선에서 식물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도서 <시드볼트>의 저자 중 한 명인 시드볼트운영센터 이하얀 팀장을 만났다.

시드볼트운영센터 사람들이 <시드볼트>를 만든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시드볼트가 제 역할을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후 위기로 인해 식물이 멸종해 시드볼트에 있는 종자가 반출되는 일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어야 한다. 지난 3월 30일 경북 봉화에서 이하얀 팀장에게 수목원과 기후 위기, 그리고 시드볼트에 관한 못다한 이야기를 들었다.

"수목원의 진짜 존재 이유는 식물 보존"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운영센터 이하얀 팀장
 백두대간수목원 시드볼트운영센터 이하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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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시드볼트>를 보면 시드볼트에 관한 내용에 앞서 수목원의 역할에 관해 상세히 소개하는데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비롯해 우리나라 수목원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준다면?

"흔히 수목원이라고 하면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 꽃과 나무를 보면서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힐링'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물론 그런 역할도 한다. 하지만 수목원의 진짜 존재 이유는 식물 보존에 있다.

크게 현지 내 보존과 현지 외 보존으로 나누는데, 현지 내 보존은 현지에 있는 식물을 조사하고 어떤 특성이 있는지 연구해서 그 식물이 그 자생지 내에서 계속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켜 주는 일을 말한다.

간혹 어떤 식물이 자라는 곳의 환경이 너무 척박해졌거나 어떤 형태로든 생태계가 파괴되어 더 이상 현지에서 자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땐 그 식물을 가지고 와 수목원 내에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식물을 지키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이것을 현지 외 보존이라고 한다."

- 그렇다면 시드볼트도 현지 외 보존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 일반적으로 수목원에서는 식물 자체를 옮겨 와서 지키고 보존한다면 시드볼트는 씨앗 하나하나가 다시 자라날 수 있는 식물의 특성을 이용해 식물에서 맺어진 열매, 즉 종자를 보관하는 방식이다. 오직 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 시드볼트 외에 현지 외 보존을 위한 시설은 어떤 것이 있나?

"국립수목원은 각각의 주요 역할이 있는데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고산식물 보존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관련한 시설로 알파인하우스와 암석원을 꼽을 수 있다. 알파인하우스는 일종의 냉실이라고 보면 된다. 흔히 생각하는 온실의 반대 개념인데, 하부에 차가운 물이 흐르는 쿨링 파이프로 토양 온도를 낮추고, 환풍 장치 등을 이용해 해발 2000m 이상의 기후와 건조한 환경을 유사하게 재연했다.

암석원은 좀 더 자연 그대로에 가깝게 조성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바위나 돌을 과학적으로 배치해 그 틈으로 바람이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늘한 환경을 만든 것이다. 참고로 알파인하우스나 암석원 모두 일반 관람객에게도 공개해 전시의 역할도 겸하고 있으니, 한번쯤 들러봐도 좋겠다."
    
- 두 시설 모두 자연과 과학이 조화롭게 접목된 시설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들은 지금이 기후 위기라는 사실을 또렷이 보여주는 방증이 아닌가?

"그렇게 볼 수 있다. 현재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서 고산의 온도도 올라가고 있다. 그곳에 살던 식물은 서늘한 기후에 익숙한데, 온도가 높아져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도태되어 멸종될 수밖에 없다.

그 식물들이 사라지기 전에 수목원에서 고산지대와 유사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암석원이나 알파인하우스로 옮겨와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설을 일반에 공개하는 데는 식물 생태계와 보존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한 이유도 있다."
 
알파인하우스
 알파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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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석원
 암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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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 식물 571종, 정말 심각한 문제"

- 전 세계적으로 우려할 만한 수준에 있는 식물이 전체의 39.6%라는 발표가 있었는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의 야생식물이 약 4000종 정도인데, 그 중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이 571종이라는 산림청 발표가 있었다. 식물이 사라져 가고 있다는 건 한번 가서는 알 수 없다. 여러 해에 걸쳐 방문하면서 서식지 감소, 한 서식지 내 범위 감소, 개체 수 감소 등 여러 요인을 검토해 파악하는데, 이런 복합적인 관찰을 통해 멸종 위기라고 판단한 우리나라 식물이 전체의 14%가 넘으니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다."

- 직접 체감하는 경우도 있을까?

"식물 연구자들은 조사도 많이 다니는 편인데, 같은 장소를 매해 방문하다 보면 예전에 비해 식물 개체 수가 확연히 줄어드는 게 보일 때도 있다. 어떤 장소는 살아있는 식물이 아니라 죽은 식물들만 보기도 하고, 온도가 따뜻해지면서 식물들이 열매를 맺지 않는 경우도 많다.

사실 이런 직업을 갖고 있거나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만 체감하는 것도 아니다. 요즘엔 한라산만 올라가도 고사한 구상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고산식물인데, 높아지는 기온에 적응하지 못해서 죽고 눈이 잘 내리지 않아 수분이 부족해 마르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사한 구상나무 군락
 고사한 구상나무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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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오늘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망치고, 망가진 자연은 다시 인간을 공격합니다. 그렇게 지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구상나무가 살 수 없는 지구에 인간이 살 수 있을 리 만무합니다. - 도서 <시드볼트> 중에서
 
- 새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환경의 측면에서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다. 현재 그런 식물이 무려 571종이나 있다는 건데,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런 상황을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른다.

아무래도 동물에 비해 식물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는 무감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멸종 식물에 대한 정책, 식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면 어떨까 싶다. 덧붙여, 시드볼트가 국제적으로 종자 보존에 앞장설 수 있도록 새 정부에서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

- 시드볼트 얘기를 좀 더 해보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시드볼트가 영문으로 '글로벌 시드볼트'인데, 사실 글로벌에 대해선 미흡한 부분이 많다. 시드볼트가 공식적으로 운영된 지 이제 5년 차가 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정말 글로벌한 시설로 거듭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선 올해 5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산림총회, 9월에 호주에서 열리는 세계수목원총회같은 식물 관련 굵직한 행사들이 있다. 그런 행사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서 시드볼트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물을 계속 보려면 종자를 지켜야 한다"

- 왜 시드볼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종자도 무상으로 보관해 주는지 궁금하다. 이게 대체 시드볼트에 무슨 이익이 있나?

"세세하게 따지고 보면 시드볼트는 식물 데이터 수집이나 연구의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이익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드볼트는 이득을 말하지 않고 그래서도 안된다. 시드볼트의 이득은 '지금의 우리'가 아니라 '미래의 누군가'에게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그저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뿐이다.

우리나라는 무분별한 벌목과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산림을 복구했고, 현재까지도 복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하지만 세계에는 망가진 산림을 복구할 자본이나 기술이 없는 나라가 많다.

물론 시드볼트는 국내의 다양한 종자를 중복 보존하고 시드볼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목표가 있지만, 동시에 지구상에 있는 모든 종자들의 멸종 위기에 대응하고 전기 공급이나 시설 건립 등 인프라를 구축하기 힘든 나라를 지원한다는 목적도 있다.

결국 시드볼트는 처음부터 '지구 환경'과 '세계 공익'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 목적은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흔들리지 않았다. 이런 일을 대체 왜 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그 정도의 기술력과 국제적인 위상을 갖춘 나라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것을 자부심이라고 해도 좋다면, 이 자부심은 거만이나 위세가 아니라 세계와 인류와 환경을 향한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러니까 그 옛날, 총과 칼로 다른 나라의 도움을 받은 대한민국은 이제, 시드볼트를 통해 꽃과 나무와 씨앗으로 다른 나라를 돕습니다. 아름답고, 위대하고, 복된 일이 아닌가요. - 도서 <시드볼트> 중에서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에 반려식물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반려식물의 시작 역시 사실은 종자다. 우리가 식물을 계속 보려면 결국 종자를 지켜야 한다. 종자를 지키는 일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고 동시에 시드볼트에서 종자를 열심히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시면 좋겠다.

아! 참고로 도서 판매 금액 일부는 최근 산불로 피해를 입은 곳에 기부된다는 사실도 알리고 싶다. 사실 시드볼트는 여러분과 아주 가까운 곳에서 함께하고 있다.(웃음)"
 

시드볼트 - 지구의 재앙을 대비하는 공간과 사람들

시드볼트운영센터, 산림생물자원보전실 생물자원조사팀, 야생식물종자연구실 (지은이), 시월(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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