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거대한 카르텔과 맞설 수 있도록, 우리 당 모든 의원이 나서도록 지침을 내리겠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정책 요구를 달리하는 장애인 단체들과 하루 두 차례 연이어 만나면서 지원을 약속했다. 전장연 등을 "거대한 카르텔"이라고 상정하면서 우군 찾기에 나선 모양새다. 

이 대표는 1일 오전 국회에서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단체는 '탈시설' 정책에서 전장연과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개별주택에 살면서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자율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입소 장애인들을 일률적으로 돌보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인권침해가 빈번히 일어나면서 탈시설 요구가 높아졌다. 지하철 시위를 벌이고 있는 전장연은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과 탈시설 지원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김현아 전국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는 정부의 탈시설 정책으로 인해 장애인 거주시설의 정원이 줄어들면서 신규 입소는 물론 기존 입소자도 사실상 강제 퇴소될 것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김 대표는 "정부는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의 현실을 무시하고 장애인 탈시설 정책을 강행하기 이전에 중증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과 고령화되거나 중증 질환이 생겼을 때와 같이 가족들이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비장애인처럼 마음 놓고 요양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고령 중증장애인 돌봄 전문 요양 서비스 지원 대책부터 최우선으로 마련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 대표는 "장애인 거주지 관련, 탈시설 관련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 문제가 아주 피상적으로 접근되고, 무엇보다 한쪽 생각이 주요 생각인 것처럼 보도되기도 하고, 실제 장애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시설이라는 것이 모두가 말한 것처럼 여러 복지 서비스 강화 이전에, 선택이 아닌 강요로 시행되는 것은 인권유린"이라며 "(특히) 무연고 장애인에게 이런 강요는 굉장히 비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이다. 가족이 있는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부양책임 등을 가정에 전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맹비판했다. 

그러면서 "유복한, 형편이 되는 상황에서의 탈시설 문제, 무연고자 탈시설 문제는 엄격히 다른 것임에도 하나의 목표를 세워 (탈시설을) 수치 쌓아 올리기처럼 하는 것은 정치권에서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이분들이 하는 일에 관심 가지고, 입법이나 인수위(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 등 참석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모습은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1시간가량 생중계되기도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오후 이종성 의원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김기현 원내대표와 허은아·윤창현·박대수·전주혜·서정숙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장애인 개인예산제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으로, 장애인이 주어진 예산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해 이용하자는 취지다. 전장연은 '장애인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기 어렵다'며 반대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이종성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이종성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개인예산제 도입 방안과 과제’ 토론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이준석, 이슈 묻히는 대로 떠나면 되지만..."

전장연과 입장이 다른 단체들을 연이어 만나 입장을 경청하고 지원을 약속하는 이준석 대표의 행보를 두고 '소수자 갈라치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는 앞서 전장연이 아닌 다른 장애인단체와의 소통강화 및 정책개발 의사를 밝힌 바 있다(관련기사 : [단독] 전장연 공격 이준석 '다른 장애인 단체와 소통 강화하라' http://omn.kr/1y14r ).

변재원 전 전장연 정책국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가) 오늘은 장애인 거주시설 이용인 부모회를 초청하고, 탈시설 이슈를 끌고 나왔다. 장애인 vs. 장애인 부모의 구도를 만들기 시작한 셈"이라며 "이동권 이슈가 밀리자 새로운 갈라치기의 시작이라니... 지난 일주일간 이 대표가 전장연을 저격한 글만 해도 25개가량 되는 것 같다. 끝없는 질주"라고 성토했다. 

이어 "중증장애인이 집단 수용 형태의 요양시설에서 나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중심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탈시설정책은 유엔(UN)장애인권리협약의 기본적인 사항이고, 전세계적 흐름"이라며 "그런데 (이 대표는) 장애인을 계속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들고, 장애인 간의 갈등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절망스럽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변 전 국장은 "이런 방식으로는 정책 해결은커녕 갈등만 극대화한다. 이 대표는 이슈가 묻히는 대로 떠나면 되겠지만, 장애인끼리는 평생의 상처를 입고 입히며 살아야 한다"며 "이 대표가 꿈꾸는 사회는 장애인이 내 옆의 이웃으로 살 수 없도록 하는 사회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이준석 대표의 '혐오발언'을 멈추라며, 이와 관련 인권위에 "위원장 성명 또는 입장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전장연은 이준석 대표의 "혐오발언"을 멈추라며, 이와 관련 인권위에 "위원장 성명 또는 입장을 내달라"고 요구했다.
ⓒ 신나리

관련사진보기


태그:#이준석, #장애인, #전장연, #탈시설, #국민의힘
댓글7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