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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단체는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타기 행동을 통해 장애인권리예산과 장애인권리 4개 법안인 장애인권리보장법, 장애인 탈시설 지원법, 장애인 평생교육법, 특수교육법을 요구하여 왔다.

최근에도 지하철 타기 행동을 이어가며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지원 ▲장애인 활동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예산 책임 ▲장애인 탈시설 예산 24억원을 거주시설 예산 6224억 원 수준으로 증액 등을 재차 요구했다. 

장애인 단체의 요구사항은 매우 부당하거나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다. 이는 국가와 사회가 응답해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대립하는 듯한 모양새가 된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사단법인 녹색교통운동은 1994년 장애인권익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교통약자와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함께 걸음 시민대행진'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이 얼마나 침해되고 있는가를 '체험' 방식을 빌려 알렸다. 당시 행사에 참여한 내무부 장관, 국회의원은 장애인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는 체험을 했다.

1994년 당시 서울지하철공사가 운영하는 1호선에서 4호선 역 중 경사로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곳은 학여울역 단 한 군데였으며, 장애인용 리프트가 설치된 역은 단 두 군데 뿐이었다.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는 단 한 대도 없었다. 1997년 서울시에서 '보행권 확보와 보행환경개선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고 전국으로 확산됐다. 
 
교통약자와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시민대행진에서 당시 국회의원과 내무부 장관은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체험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확보의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 교통약자·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함께걸음 시민대행진, 1994.4.20 교통약자와 장애인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시민대행진에서 당시 국회의원과 내무부 장관은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체험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확보의 필요성에 공감하였다.
ⓒ 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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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은 2001년 1월, 설을 맞아 역귀성한 장애인 노부부 중 한 명이 오이도역 장애인용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해 사망하면서 본격화됐다. 사고 발생 후 장애인들은 이동권에 대한 권리를 외치며 정부와 지자체에 끊임없이 대책을 요구하였다.

이후 서울시는 지하철 승강기 설치, 저상버스 도입 등 장애인을 위한 교통편의시설의 설치와 공급을 약속하고 추진하였고 정부는 2005년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법'을 제정하였다.

장애인·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은 보장돼 왔는가?

지하철 승강기 설치, 저상버스 보급, 장애인 콜택시 운영 등 장애인과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시설이 증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은 왜 아직도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어야만 할까?

현재 전국 노선버스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28.4%에 불과하다. 저상버스 보급률이 가장 높은 서울이 56.4%이며 가장 낮은 충남의 경우 10.0%이다(2020년 7월 기준). 서울 지하철 역사엔 대부분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만, 아직도 없는 곳이 21군데(5곳 공사중, 13곳 공사 예정, 3곳 검토중)에 이른다. 버스와 지하철이 없는 지역의 장애인 콜택시는 그 수가 적어 배차시간과 대기시간이 길다. 또 장애인 콜택시는 지역내 이동만 가능할뿐, 지역간 이동이 불가능하다.

저상버스의 도입률이 높아진다 하더라도 저상버스 탑승을 위해 접근하는 보행로, 저상버스 탑승을 위한 정류소와 (환승)터미널 시설의 장애인 이동을 위한 경사로, 버스 배차간격 등 실제 이용을 위해 필요한 연계시설이 충분히 고려되어 있지 않아 이용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저해하고 있다.

지하철의 경우도 환승역사에서의 각 노선간 승강장 이동을 위해 필요한 장애인용 리프트나 엘리베이터가 미비하거나 고장나 있고 경로 안내가 부실하여 있으나 마나한 곳도 많은 상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역간 통행이다. KTX 등 고속철도를 제외한 시외·고속버스의 경우 시범사업을 한 차량 10대에만 휠체어 좌석이 있을 뿐이다. 결국 교통약자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동 편의는 실제로 이동을 할 만큼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이동권은 누구나에게나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 권리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불가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교통약자를 위하여 별도의 시설을 마련하고 그 시설이 실질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이며 교통약자가 가진 당연한 권리이다. 가령 시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점자 신호판 등이 있어야 하며, 보행장애인을 위해서는 리프트나 엘리베이터 등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동권에서 평등하지 못하고 침해를 받고 있는 장애인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비장애인의 불편을 내세우며 장애인들의 보편적 권리 보호와 당연한 의무를 부조리로 취급하는 일부 언론과 정치인은 "이동할 수 있는 권리, 이동권은 누구에게나 평등한 권리"임을 하루 빨리 인지해야 할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지하철 시위로 인한 이용의 불편함에 대해 장애인 단체의 행동을 탓하기에 앞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시민으로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해하는 연대 의식을 발휘해주었으면 한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서는 장애인등 교통약자는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과 동등한 이동권을 가지며 국가와 교통사업자는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고 정책을 수립할 의무를 가진다.
▲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서는 장애인등 교통약자는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과 동등한 이동권을 가지며 국가와 교통사업자는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고 정책을 수립할 의무를 가진다.
ⓒ 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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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입니다.


태그:#교통약자, #장애인, #이동권, #교통권, #녹색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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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교통운동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 대중교통 정책 일반등 녹색교통 활성화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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