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은반 위에 '컬링의 별'이 떴다.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캐나다의 은반 위에 '컬링의 별'이 떴다. 여자 컬링 대표팀 '팀 킴'이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 세계컬링연맹 제공

 
'컬링의 별'이 멀리 캐나다의 은반 위를 밝혔다. 여자 컬링 대표팀 강릉시청 '팀 킴'의 다섯 선수, 김은정·김선영·김초희·김경애·김영미 선수가 캐나다 프린스 조지에서 열린 2022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고지에 올랐다.

'팀 킴'은 한국 시각으로 28일 열린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결승에서 맞붙은 팀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단 한 번의 패배도 허용하지 않은 스위스의 '팀 실바나 티린초니'였다. 그런 팀을 상대로 막판까지 동등하게 경기를 끌고 간 '팀 킴'은 결승전에서도 명승부를 펼쳤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따낸 은메달 이후 '팀 킴'은 시련을 겪었다. 두 번째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악재가 겹쳤고, 그 탓에 아쉬운 마무리를 거뒀지만 포기란 없었다. 그리고 결국 세계선수권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밝게 웃었다.  

초반 당한 일격, 차근차근 따라간 '팀 킴'
 
 한국시간으로 28일 열린 여자컬링세계선수권 결승전에서 김은정 선수가 투구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28일 열린 여자컬링세계선수권 결승전에서 김은정 선수가 투구하고 있다. ⓒ 세계컬링연맹 제공

 
'팀 킴'의 상대는 쉽지 않았다. 지난 올림픽 예선에서 전승을 거둔 뒤 결선에서 내리 2연패를 당해 바짝 독이 올랐던 '팀 실바나 티린초니'는 이번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전승을 거두는 등 괴력을 과시했다. 

첫 엔드부터 후공권을 쥔 스위스는 블랭크 엔드를 만든 데 이어, 이어진 2엔드에서 '팀 킴'의 공격을 모두 봉쇄해내며 석 점의 빅 엔드를 만들어냈다. 특히 '팀 킴'은 경기 초반 두 선수 때문에 고전했다. 스킵인 실바나 티린초니가 서드 포지션에서 판을 깔아놓으면 포스인 알리나 패츠가 완벽한 샷 감각을 이용해 점수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기서 넘어질 '팀 킴'이 아니었다. '팀 킴'은 스위스의 파상공세 속에, 3엔드 첫 득점을 올렸다. 스위스와의 하우스 공방전 끝에 한 점만을 올린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4엔드에는 스위스도 한국의 반격 속에 한 점만을 따내는 데 그쳤다. 스코어는 1-4. 

5엔드에서는 '팀 킴' 선수들이 두 점을 냈다. 엔드 초반 사이드 가드를 세우고 사이드로 빗겨 들어가는 전략을 세운 '팀 킴'은 그 전략이 무산되자 양쪽을 모두 공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스킵 샷에서는 김은정 선수의 더블 테이크아웃도 터졌다. 상대의 끊임없는 공세 속에서도 1·2번 스톤을 모두 채운 한국은 3-4 스코어로 전반을 마쳤다.

휴식 이후 돌아온 6엔드에서도 스위스는 빈타 속에 한 점을 따내는 데 그쳤다. 센터 싸움에서 사이드 진영 차지, 다시 다량 득점 저지로 유연하게 전략을 바꾼 '팀 킴'은 효율적으로 상대의 득점이 될 수 있는 스톤을 쳐내는 데 성공했다. 스위스는 경기 중반 많은 득점을 얻어내는 데 실패하며 '팀 킴'에 추격의 빌미를 줬다.

극적인 동점, 하지만 아쉬운 마지막 엔드
 
 한국시간으로 28일 열린 여자컬링세계선수권 결승전에서 김초희 선수가 투구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28일 열린 여자컬링세계선수권 결승전에서 김초희 선수가 투구하고 있다. ⓒ 세계컬링연맹 제공

 
7엔드에서는 '팀 킴'의 파상공세가 펼쳐졌다. 첫 주자로 나선 김선영 선수가 상대의 스톤 두 개를 테이크아웃하고 자신의 스톤은 사이드 가드 뒤로 숨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김초희는 반대쪽에도 스톤을 밀어넣으며 공격 포인트를 늘렸다. 상대가 신경써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

김경애 선수가 최대한 많은 스톤을 드로우했다. 상대도 테이크아웃을 해가며 압박을 이어갔지만, 이미 가져간 전략적 우위를 어쩌할 도리는 없었다. 이어 김은정 선수가 막판 드로우에 성공하면서 7엔드 한국의 두 점을 완성시켰다. 스코어 5-5. 극적인 동점 성사였다.

8엔드와 9엔드에는 한국과 스위스가 한 점씩을 만들어내면서 균형을 계속 이어갔다. 스코어는 6-6. 하지만 10엔드는 스위스에 후공을 내준 가운데 시작되었다. 선수들에게 충분히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차근차근 경기를 이어갔다. 가드스톤을 세워놓고, 상대를 압박하는 포지션으로 스톤을 만들어나갔다. 하지만 상대도 만만치 않았다. 압박을 피해 한국의 스톤을 쳐내고, 피하는 등 경기를 이어나갔다. 마지막 순간 김은정 선수의 스톤이 티 라인 뒤에 위치하는 아쉬운 드로우까지 나왔다.

스위스의 포스 알리나 패츠가 투구한 스톤은 한국의 스톤 두 개를 모두 쳐냈다. 하우스 안에는 스위스의 스톤만이 남았다. 최종 스코어 6-7. 아쉽게 스위스의 '팀 티린초니'에게 금메달을 뺏기고 말았다. 

"세계 무대 뛸 수 있어 자랑스럽다"
 
 메달 획득의 기쁨을 나누는 '팀 킴' 선수단. 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임명섭 감독, 김영미 선수, 신보옥 트레이너. 왼쪽 아래부터 차례대로 김은정·김경애·김초희·김선영 선수.

메달 획득의 기쁨을 나누는 '팀 킴' 선수단. 왼쪽 위부터 차례대로 임명섭 감독, 김영미 선수, 신보옥 트레이너. 왼쪽 아래부터 차례대로 김은정·김경애·김초희·김선영 선수. ⓒ 세계컬링연맹 제공

 
선수들과 임명섭 감독은 은메달 세리머니로 '컬링의 별'을 만들었다. 선수들이 별 모양을 만드는 포즈로 아이스 위를 엉거주춤 걸어가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이어진 메달 세리머니에서도 임명섭 감독은 선수들에게 일일이 메달을 건네며 함께 축하를 나눴다.

선수들은 이날 메달로 한국의 컬링 역사에 또 다른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은정 선수는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초반에 3점을 주면서 계속 따라가는 식으로 플레이를 했는데, 우리가 2점씩을 계속 따라붙어서, 마지막에 동점까지 간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은정 선수는 "한국 팀이 세계선수권 결승에 올라왔다는 것, 그리고 세계 무대에서 이렇게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팀 킴' 선수들은 30일 오후 5시 5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선수들은 잠깐의 휴식 후, 4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메달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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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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