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지난해 9월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 이라크전만 하더라도 벤투호를 향한 시선은 싸늘했다. 졸전 끝에 이라크와 0-0으로 비기며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락했지만 이후 7승 1무의 완벽한 성적으로 여론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24일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차전에서도 2-0 승리를 거두며, 11년 동안 넘지 못한 이란 징크스를 깨뜨렸다.
 
이란에 승리한 한국은 7승 2무(승점 23)로, 이란(승점 22)을 제치고 A조 1위로 올라섰다. 이번 최종예선 2연전을 앞두고 벤투 감독이 목표로 선언한 조 1위 마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벤투호의 전술적 완성도가 이토록 완벽하게 자리잡는데 핵심 역할을 해낸 원동력 중 하나는 공격에서 손흥민, 수비에서 김민재라는 특급들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할 때 빛나는 손흥민, 월드컵 최종예선 득점왕 노린다
 
손흥민은 벤투호의 명실상부한 에이스이자 주장이다. 소속팀 토트넘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월드클래스로 부상했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면 토트넘에서의 기량을 100% 재현하지 못한다는 데 있었다.
 
월드컵 최종예선 이전까지 손흥민은 벤투호 출범 이후 총 21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4골 6도움에 그쳤다. 아시안컵 중국전,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스리랑카(2골)전이 전부였다. 모든 팀들이 손흥민을 향한 집중견제가 이뤄지는 점도 간과할 수 없었지만 무려 1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할 만큼 아쉬움을 남긴 것은 사실이다.
 
그랬던 그가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6경기에 출전해 무려 4골을 폭발시켰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손흥민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짊어줬다. 2선 측면에서의 돌파뿐만 아니라 플레이메이킹에도 상당 부분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과부하가 걸린 손흥민은 결국 공격포인트 생산성 부족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만 충실했다. 중원에서의 볼 순환과 패스의 줄기를 찾는 역할을 황인범, 이재성 등 중앙 미드필더들이 적절하게 소화했다. 이에 손흥민은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자신의 장점인 수비 뒷공간 침투와 슈팅에 주력했다.
 
지난해 10월 7일 시리아와의 최종예선 3차전에서 1-1로 비기고 있던 후반 44분 천금의 결승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10월 12일 이란전에서는 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넣으며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골을 넣은 역대 세 번째 한국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지난 24일 이란전에서는 2선에서 환상적인 무회전 슈팅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11년 만에 이란전 승리를 책임졌다. 최근 대표팀에서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패스를 내주던 소극적인 모습을 지워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골이었다.
 
또, 한국 선수가 이란을 상대로 2경기 연속 골을 넣은 건 2009년 박지성 이후 13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4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메디 타레미(이란), 우레이(중국), 이토 준야(일본)와 함께 아시아 최종예선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오는 29일 아랍 에미리트와의 최종전에서 골을 추가할 경우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다.
 
'괴물급 활약' 김민재, 벤투호 최종예선 최소 실점 이끌다
   
벤투호는 이번 최종예선 9경기에서 단 2실점만 허용했다. A, B조에 있는 총 12개팀을 통틀어 가장 적은 실점 기록이다. 지난해 이란과의 아자디 원정에서 후반 30분 자한바크시에게 실점한 이후 최종예선에서만 5경기 연속 무실점이다.
 
김승규 골키퍼가 지키는 골문과 이용-김민재-김영권-김진수로 짜여진 포백의 조직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바로 윗 선에서는 정우영과 이재성이 빌드업뿐만 아니라 수비 상황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상대 공격을 저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김민재의 활약상은 크게 두드러진다. 이번 이란전 무실점 승리도 김민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태클 성공 2회, 가로채기 3회, 지상 볼 경합 성공 3회, 공중볼 경합 성공 1회 등을 기록하는 등 이란의 골잡이 아즈문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아즈문은 아시아 정상급 공격수로 통한다.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명문 제니트에서 2019-20시즌 득점왕, 2020-21시즌 리그 MVP를 수상한 데 이어 올 겨울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아즈문조차 김민재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해 여름 터키 수페르리가 명문 페네르바체로 이적한 김민재는 '괴물'이라는 찬사를 얻으며 단숨에 정상급 수비수로 부상했다.
 
어리한 활약에 최근 빅리그 클럽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한국-이란 경기에서도 김민재를 관찰하기 위해 다수의 스카우터들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고, 능동적인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후방에서의 안정감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다. 수비 라인을 높게 올리고, 공수 간격을 좁히면서 전방 압박을 구사하려면 후방에서 빠른 스피드를 지닌 수비수가 필수적인데, 김민재가 완벽하게 부합한다.
 
상대 공격의 길목과 공의 흐름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빠른 주력을 활용한 사전 커팅, 커버 플레이 모두 발군이다. 수비 못지 않게 김민재는 공격력도 장착했다. 공간이 열리면 전진 드리블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고, 정확한 롱패스를 뿌린다.
 
수비의 단단함이 더해진 벤투호는 쉽게 실점하지 않고 지지 않는 팀으로 변모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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