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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 "딸, 그림대회 나가 볼까?"
딸 : "그림 주제가 뭔데?"

아빠 : "'허위정보 없는 행복한 세상'이래."
딸 : "허위정보가 뭔데?"

아빠 : "진짜처럼 보이지만 거짓말이 섞인 정보를 말해. 아빠가 하는 일도 그런 잘못된 정보를 가려내는 거야."


'허위정보 예방 어린이그림대회'라고 해도 주제가 꽤 까다로웠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 앞에서 한참 설명해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허위정보'가 뭔지 모르는데, '허위정보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아이가 한참 머리를 굴리더니, 컴퓨터 모니터를 닮은 AI(인공지능) 로봇 앞에 줄지어 앉은 아이들이 머리에 무언가를 뒤집어쓰고 공부하는 모습을 그렸다. 창문 밖에선 '허위정보'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지만 '차단 장치'를 쓴 듯한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림에서 뭘 말하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아이는 끝내 그림에서 손을 뗐다.

미디어 기술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을까? 

요즘 중·고등학교뿐 아니라 초등학교에서도 틈틈이 미디어 교육을 한다는데, 학교 교육만으로는 일찌감치 스마트폰 세상에 눈을 뜬 아이들 눈높이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 유튜브나 게임이 미디어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TV와 신문만 보고 자란 부모 세대의 교육 방식이 통할 리 없다.
 
<안녕? 나는 호모미디어쿠스야>(자음과모음)는 현직 기자가 청소년을 위해 쓴 미디어 수업 교과서다.
 <안녕? 나는 호모미디어쿠스야>(자음과모음)는 현직 기자가 청소년을 위해 쓴 미디어 수업 교과서다.
ⓒ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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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호모미디어쿠스야>(자음과모음)는 미디어의 변화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현직 기자가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쓴 미디어 교과서다. 저자인 노진호 기자는 중앙일보를 거쳐 지금은 JTBC에서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담당하며 미디어 정책 분야를 취재하고 있다.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이란 뜻의 '호모미디어쿠스'란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책 초반에는 역사 수업하듯 비둘기부터 봉화, 문자 발명, 인터넷,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변천사를 알기 쉽게 풀어간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 기술이 불러온 장밋빛 세상 못지않게 부정적인 영향도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지금 소셜미디어가 악성댓글와 허위정보로 얼룩졌듯 아무리 훌륭한 미디어 기술이라도 때론 세상을 망치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의 히틀러와 괴벨스 사례를 통해 미디어를 악용하는 '프로파간다'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공산주의자 사냥'을 조장했던 미국의 매카시즘 광풍은 미디어의 무비판적인 의혹 보도가 총보다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는 북아프리카 지역 민주화 운동인 '재스민 혁명'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허위정보 확산 막는 팩트체크 

책 후반부에서는 이렇듯 양면성을 지닌 미디어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전달한다. 특히 '달리는 뉴미디어 기차에서 나를 지키는 법'이라는 표제가 붙은 마지막 장에서 정보 양극화와 불신을 부추기는 허위정보(가짜뉴스)의 폐해와 더불어, 이를 막으려는 팩트체크의 노력도 비중 있게 전하고 있다.

나 역시 언론사에서 팩트체크를 담당하는 취재기자로 AI 기술 발달과 함께 허위정보도 갈수록 진화하는 것을 일상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초기에는 언론에서 보도한 뉴스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한 가짜뉴스가 돌아다니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글과 사진은 물론 동영상과 음성까지 교묘하게 조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번 20대 대선에서 처음 등장한 AI 후보처럼,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하면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어렵고, 직접 눈으로는 보는 것만 믿는 냉정한 수용자들도 얼마든지 속을 수 있다.

청소년의 미디어 수업을 위해 쓴 책이지만, 성인이 읽어도 손색없는 깊이 있고 민감한 내용들도 담겨 있다. 이혼 후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 논란을 일으킨 '배드파더스' 홈페이지, 인종적 편견이나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부추겨온 과거 디즈니 애니메이션 비판처럼 미디어를 둘러싼 민감한 이슈도 피해가지 않는다. 이처럼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를 둘러싼 여러 논쟁거리에 대해 독자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미디어 교육이 중요한 덕목이다.

책을 덮으면서 보름 전 '허위정보가 없는 세상'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하던 아이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는 막연하게 허위정보가 사라지면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깊어져 다툼도 사라지고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애초 '허위정보가 없는 세상'은 존재한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존재하지도 않는 유토피아를 꿈꾸듯 허위정보 없는 세상을 꿈꿀 게 아니라, 허위정보가 있더라도 이를 가려낼 수 있는 안목을 키우고,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더 신뢰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낫다. 이 책이 청소년 독자에게 필요한 이유다.

안녕? 나는 호모미디어쿠스야 - 현직 기자가 들려주는 AI시대 미디어 수업

노진호 (지은이), 자음과모음(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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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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