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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세 담당자 어디 계세요?"
"담당자 맞으세요?"


노서영 기본소득당 베이직페미 위원장이 20대 대선에서 '기본소득당 유세팀장'을 맡으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저예요" "저라니까요"였다. 경찰이나 선관위 측과 이야기를 하면 20대 여성인 자신이 담당자가 맞는지, 혹은 담당자를 앞에 놓고도 담당자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노 위원장은 청년 여성이 정치인이거나 정당의 주요 직책을 맡았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편견'을 마주해야했다.

2030 여성은 이번 대선에서 0.73%p의 박빙 승부를 만든 주역으로 지목되는가하면, 지난 2017년 대선에서도 20대 여성의 투표율은 79%로 50대 남성(77.9%)보다 높았을 정도로 정치에 대해서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유권자', '지지자'로서의 활발함과 별개로 실제 2030 여성이 정치권에 진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유독 2030 여성에게 '팬덤 정치'의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청년 그리고 여성에게 배타적인 정치 구조가 그들을 정치에서 '팬'이나 '지지자'로 그 역할을 국한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2030 여성 국회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총 6명이었으며, 이중 2명만이 지역구 의원이다. 심지어 황은주 대전 유성구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지방의회(기초-광역) 2030 후보는 216명이었는데, 이중 여성후보는 약 30%인 65명에 불과했다. 또한 민주당이 낸 전체 지방의회 후보 3275명 중에는 1.98%에 불과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이 낸 2030 지방의회 여성 후보를 살펴봐도 36명밖에 되지 않았다.

물론 2030 여성들을 '대의'하는 것이 그들의 정치적 열기를 담아내는 방법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청년 여성' 의제를 스스로 하나씩 실현시켜나가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에선 청년 여성이 정치에 발을 들이고 선거에 나가려면 학연과 지연과 같은 인맥들, 권력이나 자본을 바탕으로 한 영향력에 맞서 현저히 불리한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2030 여성 정치인 4명에게 청년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어려움과 더불어, 더 많은 이들 세대의 여성 정치인의 등장을 위해 어떠한 제도적 개혁이 필요한지 물었다. 

'청년'과 '여성' 사이에서도 소외받는 청년여성
 
한국여성유권장연맹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엘루체 컨벤션에서 열린 서울지역 여성 리더의 역할 및 성공전략 강연회에서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11.26
▲ 여성 정치참여 확대 촉구하는 참석자들 한국여성유권장연맹 관계자들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엘루체 컨벤션에서 열린 서울지역 여성 리더의 역할 및 성공전략 강연회에서 여성 정치 참여 확대를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11.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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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은주 대전 유성구의원(민주당)은 "정당 활동을 해도 청년위원회는 30대 후반~40대 초반 남성, 여성위원회는 중장년층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그나마 대학생 위원회에 가야 청년 여성들이 많다"라며 '청년'과 '여성'을 이야기하는 곳에서조차 '청년 여성'을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여성들의 정치 진출을 높이려면 적어도 성공 사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있다"면서 여성과 청년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직선거법 47조 4항에는 지역구 후보의 30%를 여성으로 할당하라는 규정이 있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일뿐이다. 다만 정의당은 이 규정을 의무화해서 적용하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여성의 대표성 확대를 위해 선거 후보자 추천시 특정 성별이 전체 6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공천 할당제'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도록 국회의장과 각 정당 대표에게 권고했다. 

황은주 의원은 "후보 경선을 해도 중복 가산점을 못 받으니 현실적으로 이기기가 어렵다"라며 "40대인데 지역에서 영향력이 크거나 자영업을 하시는 분이 '청년' 가산점을 받고, 명망 있는 5060 남성들이 처음 출마한다는 이유로 '신인' 가산점을 받는 등의 상황에서 청년 여성들은 기회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조민경 인천 연수구의원(민주당)은 제도 개선과 함께 청년 여성들의 정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정당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역 사무실로도 청년 여성들의 입당 관련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청년들이 정치를 하기 좋은 흐름이 왔다고 본다"면서 "당원에 가입하고 정당활동을 하는 것도 좋고, 더 나아가 출마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에서 투명하게 정보를 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조 의원은 정당 차원에서 출마 과정과 공천 등의 정보에 대해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공천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며, 공천 기준과 인재상은 무엇이며, 경선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에 대해서 정치권의 인맥을 통해 듣는게 아니라, 공개된 정보를 제공받는다면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정치입문을 위한 방법을 설명하는 강의들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개인적으로 (지난 지방선거 전에) 민주당이 진행하는 '청년 정치 스쿨 6기'를 들었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상설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수정당 2030 여성 정치인의 현실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복도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정개특위 간사인 김영배(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며 복도에서 이은주 정의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과 대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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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 후보로 출마하는 백소현 정의당 대구 북구을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선거 자금'이 가장 큰 부담이다. 만약 낙선하더라도 15%를 넘게 득표하면 선거 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진보정당 후보는 당선이 쉽지 않다. 우리 지역 3인 선거구에서는 국민의힘 후보자 2명, 민주당 후보자 1명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득표율이 낮으면 돈은 못 돌려받는다고 봐야 한다. 퇴직금을 다 써서 선거를 치러야 할 상황이다."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지방선거에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이 선거비용제한액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모금할 수 있다. 출마자의 비용 걱정을 약간 덜어주긴 했지만,  후원 역시 이렇다할 기반이 없는 청년 정치인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백 위원장은 경북대병원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부조리한 현실을 직접 바꾸고자 결심했다. 이후 고민 끝에 퇴사를 하고, '기후위기'를 정치적 중요의제로 삼는 정치인이 됐다. 그는 "답답해서, 누가 대신 나와줄 사람이 없어서 직접 출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돈은 현실이다. 

노서영 기본소득당 베이직페미 위원장은 이번 선거에 비례대표로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이대남 표심이 중요하다고 외치거나, 성차별적 공약이 남발되는 대선을 보면서, 지방선거에서는 2030 여성들이 직접 후보로 뛰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너무 많은 장벽이 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노 위원장은 "양당이 아닌 정당에서 출마하면 당선을 목표로 뛰는 것이 어렵다"면서 "게다가 청년 여성인 경우에는 더더욱 '네가 무슨 정치'를 하냐는 식의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당 내 여성 인재 풀 넓히고, 정치개혁 통한 다당제가 해법"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판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민주당의 경우, 지금 입당하고 있는 2030 여성들과 함께 어떻게 남성중심적 정치를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여성 정치인들도 자신만의 몫을 키울 게 아니라 정당 내 여성의 파이와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이후 총선을 대비하는 판 짜기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단 현재로서는 민주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30% 성별균형' 확보를 실천하고, 다른 한 축으로는 장기적으로 여성 풀을 어떻게 확대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어 권 대표는 "소수정당에 여성 후보가 더 많다. 학연 혈연 중심이 아니라 지향성을 가지고 모인 것"이라며 "청년 여성들이 (정치 개혁을 통해) 다당제로 정치제도가 변화하게 된다면 기꺼이 출마를 선택해서 더 많이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제도개혁을 통한 정치권의 체질 개선을 언급했다. 

[관련기사] 
- 개딸? 잼칠라? '부유하던 심판자' 2030 여성의 변신 http://omn.kr/1xyfy

태그:#2030여성, #여성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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