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벨파스트>의 한 장면.

영화 <벨파스트>의 한 장면. ⓒ 벨파스트

 
누구나 지니고 있을 법한 유년의 추억은 그 사람이 사는 인생의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경험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친구의 존재로 가치관과 인생의 방향성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기쁨, 혹은 슬픔이나 아픔 등의 여러 기억이 있겠지만 이 모든 건 아마도 한 사람으로서 온전히 서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현재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수상하며 미국 오스카 수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영화 <벨파스트>는 바로 이 유년을 회고하며 우리 인생에서 잊기 쉬운 사소하지만 매우 소중한 기억을 소환하는 영화다. 배경은 1960년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라는 도시다. 개신교와 천주교 간 종교 갈등이 심해지면서 이웃 간 불신이 싹트기 시작하며 폭력 양상이 강해지던 그때를 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9살 소년 버디(주드 힐)는 개신교도인 부모 밑에서 소박하지만 나름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해가 지기 전까지 또래 친구들과 골목에서 뛰어놀고, 학교에선 나름 성적도 좋지만 관심은 온통 자신 앞자리에 앉은 짝사랑에 쏠려 있는 소년이다. 천주교도인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그들의 부모 또한 버디를 진심으로 아낀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에도 등장한 이 말처럼 벨파스트라는 동네는 온 마을 사람들이 이웃의 자녀와 그들의 고민까지도 함께 나누는 정겨운 곳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치솟는 실업률과 종교 갈등, 소수자 혐오 정서로 점점 각박해지자 하나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난다.
 
이 영화를 두고 단순히 노스텔지어와 이민자 정서에 대한 작품이라 치부할 수는 없다. 흑백 화면에 담긴 사람들의 표정, 마을의 정서는 어디선가 움트기 시작한 혐오와 차별, 배제의 기운과 정확히 맞서고 있다.
 
저녁밥 먹으라며 골목마다 아이들 꽁무니를 쫓아다니던 엄마들의 목소리, 또래 그룹에 속하기 위해 엉뚱한 일탈을 하는 아이들, 짝사랑에 못내 설레하다가 한 마디도 못한 채 발길을 돌리는 그 수줍음은 벨파스트만의 것이 아닌 온 세계가 공감할 정서와 풍경이다. 동시에 누군가 쏘아 올린 혐오의 감정이 얼마나 감염되기 쉬운지 그 위험성도 보여준다.
 
<벨파스트>는 시종일관 버디의 시선을 유지한다. 격변하는 정서에 흔들리는 부모를 바라보는 버디는 어른들 스스로 각박함을 키워오고 혐오를 공유하는 현상에 대한 일종의 백신과도 같은 존재 아니었을까. 나치즘과 파시즘이 횡행하던 시기를 살던 한 소년 이야기인 영화 <조조래빗>과도 함께 비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
 
 영화 <벨파스트>의 한 장면.

영화 <벨파스트>의 한 장면. ⓒ 벨파스트

  
 영화 <벨파스트>의 한 장면.

영화 <벨파스트>의 한 장면. ⓒ 벨파스트

  
연출을 맡은 케네스 브래너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이자 감독이다. 그간 할리우드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과는 질과 결이 상당히 다르다. 감독의 실제 어린 시절을 모티브로 한 만큼 진실성과 영화적 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버디의 할머니, 할아버지로 등장하는 배우들을 비롯해 상당 수 배우들이 벨파스트 출신이다. 음악 또한 벨파스트 토박이였던 밴 모리슨(Van Morrison)이 맡았다. 이야기 못지않게 재즈풍의 음악 또한 이 영화에서 하나의 캐릭터라 할 수 있을 만큼 개성 넘친다.
 
 
한줄평: 시대 비극을 관통하는 아이의 순수한 시선이 아름답다
평점: ★★★★☆(4.5/5)
 

 
영화 <벨파스트>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 케네스 브래너
출연: 케이트리오나 발피, 주디 덴치, 제이미 도넌, 시아란 힌즈, 주드 힐
배급: 유니버셜 픽쳐스
상영시간 : 98분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 3월 23일
 

 
벨파스트 케네스 브래너 오스카 영국 북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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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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