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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디, 한국과 중국간 쓰임새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중국에선 긍정적 의미로 쓰인다.
 만만디, 한국과 중국간 쓰임새는 사뭇 다르다. 한국에서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중국에선 긍정적 의미로 쓰인다.
ⓒ 오마이뉴스
 
한국의 '만만디' :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림을 이르는 말.

중국의 '만만(慢慢)' : 일을 처리할 때 한 걸음 한 걸음 점차적으로 진행하거나, 기다려 보고 나중에 결정하는 경우 

 
이런저런 일로 중국인을 접해본 한국인은 중국인을 두고 '행동이 굼뜨고, 의사결정도 너무 늦어서 답답하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중국인의 행동과 생각을 '만만디(慢慢的)'라고 부르며, 당최 중국인의 속을 알 수 없다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만만디'를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늦는 경우 사용하는 단어로 정의한다. 중국 사전에서 '만만(慢慢)'은 일을 처리할 때 한 걸음 한 걸음 점차적으로 진행하거나, 기다려 보고 나중에 결정하는 경우로 해석한다.

그러니까 '만만디'라는 단어는 한국에선 일의 진행이 더딘 경우 부정적인 의미로, 중국에서는 일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앞으로 중국 경제가 더 발전하고, 중국 사회 환경이 변하면, 중국인 성격도 한국인처럼 빨라질까? 그렇진 않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일을 너무 천천히 처리할 경우 무능한 사람이라고 단정하지만, 반대로 중국에서는 일을 너무 빨리 처리할 경우 무능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중국인의 '만만디' 성격과 행동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알아보자.

중국 처세술 책 <증광현문>에는 '상대방을 서너 번만 만나 보면, 처음 만났을 때 생각했던 상대방의 인상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但看三五日,相見不如初)'라는 글귀가 있다. 상대방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 반드시 상대방을 여러 번 만나봐야 한다는 의미다.

위 글귀처럼 사람은 만나면 만날수록 처음 알았던 상대방의 모습이 변하게 되니, 상대방을 확실하게 알기 위해서는 많이 만나볼수록 좋다고 여긴다. 그래서 짧게는 몇 달 동안 길게는 몇 년 동안 같이 밥을 먹으면서, 서로 비즈니스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그래서 같이 어떤 일을 진행해도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 혼자서 상담 상대방을 판단하는 것이 미덥지 못하기에, 주변 사람과 같이 밥 먹는 자리를 만들어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본다. 그래서 중국인과 상담하다 보면, 매번 식사 자리에 나타나는 사람이 다른 경우가 잦다.

자국민인 중국인끼리도 상대방을 알려면 이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데, 하물며 외국인인 한국인을 파악하는 데는 당연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격언이다. "사람의 외모만으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됫박(농산물 용량 측정 기구)으로 바닷물을 잴 수 없는 것과 같다(凡人不可貌相,海水不可鬥量)." 사람은 한두 번 만나서 그 사람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중국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먼 길을 가봐야 말(馬)의 힘을 알 수 있고, 상대방을 오랫동안 겪어봐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路遙知馬力,日久見人心)." 이 글귀는 워낙 유명해서 중국인은 일상생활 중에 자주 사용한다.

이 글귀는 어떤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으로만 판단하면 실수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려면 장기간 겪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모르는 사이에 일이 이뤄진다

 
끝없는 화염산 사막
▲ 실크로드 투루판  끝없는 화염산 사막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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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은 어떤 일을 결정할 경우 그 과정에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중국인이 주변의 어떤 사람과 앞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야겠다고 판단할 때도 그렇고, 주변의 어떤 사람과 같이 이해관계가 걸린 일을 진행해도 되겠다고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중국인의 이런 사고방식은 단지 상대방을 정확히 알기 위해 자신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중국인의 생활 속에 배어 있는 관습과 같은 것이다. 

중국어 문법 어순에서도 이런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이미 중국인의 일상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인은 목표 지향적인 경향이 있다. 한국인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인은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간다'고 하는 경우가 많지,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는 말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즉 '밥을 먹는 행위'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식당에 가는 행위'라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반대로 중국인은 과정을 거치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목표가 저절로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인은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去餐厅吃饭)'라고 하지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간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즉 '식당에 가는 행위'라는 과정을 거치면, 당연히 밥을 먹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

또 한국인은 '차를 빨리 몰아라'고 하고 중국인은 같은 의미로 '차 엑셀을 작동시켜 차를 빨리 가게 하라'(车开快了)고 한다. 그러니까 한국인은 차를 빨리 움직이게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동차 액셀을 밟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표현하고, 중국인은 자동차 액셀을 밟는 과정을 거치면 차가 저절로 빨리 가게 되는 목표가 이뤄진다고 말한다.

중국인은 '연변(演变)'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한국 한자 사전에는 있지만, 한국인은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다. '연변(演变)'에서 연(演)은 '발전하다, 진화하다'라는 뜻이고 '변(变)'은 '바뀐다. 변화하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세상 모든 일은 발전하고 진화하면 자연스럽게 변화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한국인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중국인은 과정을 거치면 목표가 이뤄진다고 생각하고, 한국인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과정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중국인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에 긴 시간을 할애하는 데 반해, 한국인은 목표는 이미 정해져 있기에 과정에 필요한 시간은 단축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 

 
끝없는 사막 도로
▲ 중국 신장 돈황  끝없는 사막 도로
ⓒ 김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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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 #중국, #만만디, #중국사람이야기, #증광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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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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