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오스템 임플란트 재무팀장이 2천억을 횡령한 사건이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진 후 주식거래가 중지되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에 돌입했다. 2조 원 미만 기업이 자본금의 5% 이상을 횡령할 경우 상장 폐지 요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지난 1일 MBC < PD수첩 > '당신 주식 안전하십니까?' 편이 방송되었다. 오스템 임플란트 횡령 사건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신라젠과 ELK 등 문제가 된 기업을 통해 기업의 횡령·배임 등 문제로 인해 피해 본 주주들을 보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짚어 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2일 '당신 주식 안전하십니까?' 편을 취재한 김인수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제대로 은행 잔고 확인 안 해"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 지난 1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당신 주식 안전하십니까?' 편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방송이 원래 2월 중에 예정돼 있었었는데 동계올림픽과 대선 토론 때문에 2주가 밀렸어요. 그래서 오스템 임플란트 건은 시기를 놓친 것 같기는 해요. 반면에 신라젠 같은 경우 상장 폐지 심사나 아니면 문은상 대표 2심이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아쉽고 어떤 면에서는 취재를 더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 기업의 횡령·배임 등 문제로 인해 피해 입은 주주들을 보호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거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됐어요?
"시작은 오스템 임플란트였고요. 원체 큰 사건이었고 조금만 들여다봐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 수가 있나하는 의심을 누구나 품게 되잖아요. 그래서 오스템 임플란트만 놓고 한번 취재를 해보자고 시작했는데 취재가 되게 힘들었어요. 주변에 이미 피의자였던 이 팀장은 체포돼서 취재할 수 없고 가족분들과도 제가 접촉 많이 해봤었는데 취재를 상당히 꺼리셔서 어떤 말씀도 들을 수가 없었고요.

그다음에 오스템 임플란트 같은 경우도 전직 직원분들은 많이 만나 뵀습니다만 현직에 계신 분들은 답하기 상당히 꺼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취재가 난항에 빠졌었죠. 그래서 다른 방향으로 다각도로 한번 살펴보자고 하다 보니 주주의 잘못이 아닌 회사 혹은 대표나 대주주들의 잘못으로 피해보는 주식 투자자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됐어요. 때문에 방향을 조금 넓혀 신라젠이나 ELK 같은 경우 케이스도 다루게 되었습니다."

- 오스템 임플란트 사건 났을 때 그 사건은 어떻게 보셨어요.
"뒤에 물론 단독 범행으로 정정했습니다만 처음에는 재무팀장 이씨가 윗선에서 함께했다는 취지로 증언을 했었고 저도 그게 타당성이 있다고 봤거든요. 왜냐하면 재무팀장 한 명이 2천억 가까운 돈을 횡령하는 게 가능한가라는 데에서 대단히 의심을 품었어요. 하지만 지금 여러 가지 수사 등을 봐도 이 팀장의 단독 범행이 맞는 것 같긴 해요."

- 그 큰돈이 없어졌는데 1년 동안 모르고 있던 거였잖아요.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그냥 범행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숫자를 맞춰서 보고 하면 재무본부장이나 대표가 그걸 믿고 그냥 통과시킨 거죠. 범행 수법 자체는 대단히 단순한데 전문가들이 전부 다 지적하는 건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대로 은행 잔고에 대해서 정확히 재무본부장이나 대표이사가 확인을 안 했다는 거죠. 그건 대단한 실책이라고 저도 생각하고 전문가들도 그렇게 얘기하고 합니다."

- 오스템 임플란트가 구멍가게가 아니지 않나요.
"오히려 구멍가게면 사장이 매일 잔고 같은 거 들여다볼 텐데 회사가 크다 보니 부하 직원들이 올린 서류들을 그대로 믿었다고 얘기하는 건데 그게 면피가 되지는 않죠. 그렇다고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거고요. 범행은 이 팀장의 단독 범행이 맞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런데 이 팀장이 그렇게 범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게 된다는 걸 알았다는 거잖아요. 그 전 단계에서는 분명히 뭔가 있지 않았을까예요."

- 처음은 작은 액수로 했는데 안 걸리니 커진 건가요?
"수사 결과가 정확히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알 수는 없습니다만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은 해보는 거고요. 횡령 금액에 대해서도 일부 언론에서 잘못 보도된 내용이 있기는 했는데 제가 경찰에 다시 확인했었거든요. 횡령 금액이 얼마 얼마였다고 정확히 알려줄 수는 없습니다만 16차례 정도에 걸쳐서 했다고 해요. 처음에 한두 번은 해보고 이게 안 걸리니 계속했던 것 같아요."

- 재무팀장 이씨가 급한 돈이 필요한 건 아니었나 봐요?
"이 팀장이 파주에 살고 있는데 그 주변으로 거기가 신도시거든요. 그 주변으로 건물을 본인 명의는 아닙니다만 가족 명의로 4채가 있어요. 전부 4층짜리 건물이거든요. 그래서 특별히 돈에 쪼들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 방송에 최규옥 회장의 동문이라서 회장이 비호했다는 내용도 나오던데.
"전직 직원들이 증언한 바에 따르면 이 팀장이 본인의 입으로 '내가 회장과 각별한 관계다'라고 얘기했던 적도 있고 다른 루트를 통해서도 동문 출신들에 대해 특별히 각별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단 얘기는 두 분 이상에게 제가 들은 바가 있어서 방송됐습니다."

"억울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 신라젠의 경우 문은상 대표이사의 횡령 배임으로 2020년에 거래가 정지된 거잖아요. 그럼 개인 투자자 보호 장치는 없나요?
"되게 억울한데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방법이 없어요. 그 회사가 거래 정지됐다고 그 거래 정지된 주식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고요. 가령 오스템 임플란트 것만 해도 이건 회사 직원의 일탈이지만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한 회사 책임도 있기 때문에 이런 건 민사로 가면 가능성이 높지 않나 싶은데 오히려 신라젠 같은 경우는 더 어려운 거죠."

- 그게 상장 폐지될 경우 대표이사 책임인데 개인이 피해를 보니 문제이지 않나요?
"상장 폐지 같은 경우 이런 문제가 있어서 폐지되는 일도 있습니다만 회사 자체가 경영이 어려워지고 수익을 낼 수 없어서 상장 폐지되는 일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를 보게 되면 그건 투자자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잖아요. 그건 자기가 주식을 잘못 고른 거니까 누구 탓도 하기 힘들겠습니다만 이번에 제가 방송에서 다룬 케이스들 같은 경우 대부분 다 주주들은 회사에서 설명한 내용을 믿었고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공부도 많이 하셔서 투자를 한 건데 이게 대주주나 오너 같은 사람들의 일탈로 인해서 이렇게 되는 경우 정말 너무 억울하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죠."

- 신라젠 개인 투자자들은 한국 거래소에 책임을 묻고 있나 봅니다?
"저도 그 점이 되게 이상했어요. 거래 정지를 시킨 것도 문은상 대표고 그 일로 인해서 상장 폐지까지 가게 된 건데 왜 거래소에서 저렇게 항의 시위를 하시지라고 보니까 이분들이 주장하시는 건 문은상 대표의 횡령 배임이 상장 이전에 있었던 건이잖아요. 근데 그걸 제대로 확인 안 하고 상장시켰으면 거래소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해 상장시킨 건데 그 전 단계에서 왜 자세히 더 들여다보고 점검하지 못했느냐죠. 거래소에서 기술특례 상장이라고 일반 상장하고도 조금 달랐거든요. 특별히 상장을 시켜준 거여서 그걸 믿고 주식을 산 거라고 주주들은 주장하시는 거죠."

- 한국 거래소 입장은 뭔가요?
"신라젠 주식을 누군가 팔면 또 새로운 누군가는 사야 되잖아요. 그럼 이 사람은 문제가 있는 주식을 사게 되는 거죠. 이미 문제는 발생했고 그걸 인지를 했는데 신라젠의 주식을 거래 정지시키지 않으면 새로운 피해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거래 정지를 시키는 거라고 거래소에선 주장해요. 거래소의 주장도 일리가 있기는 있죠."

- ELK는 어떤 경우인가요?
"주주들은 주가 조작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뭐냐하면 애초에 그 회사는 바이오 기업이 아니었거든요. 액정 같은 걸 만드는 회사였는데 회사 경영이 조금 어려워지고 있었어요. 그 시점에서 자기들도 바이오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아주 저명한 교수 한 분을 대주주로 앉히고 원래 대주주였던 대표이사 신씨의 주식을 교수에게 양도해요. 그런데 석연치 않은 점이 뭐냐면 그 교수가 돈 주고 주식을 사야 되잖아요. ELK의 그 돈도 사실은 이쪽 대표가 미리 줬던 거고 그런 게 이면 합의서라고 돼 있었어요. 공시에 대해서 주주들이 분노를 하는 건데 공시에는 그런 내용이 적혀 있지 않고 이면 합의서에만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던 거죠. 그래서 이건 주가 조작이라고 주주들은 주장하는 거죠."

- 경제사범의 형량이 낮은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미국 같은 경우는 몇백 년 형도 나오잖아요. 그게 판결 체계가 다르기 때문이죠. 왜냐하면 미국은 그냥 죄가 여러 개면 다 합산해서 형을 내는 거기 때문에 그런 형량이 나오는 거고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죄를 지었으면 그중에 제일 중한 죄 형량이 형량으로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냥 일반적인 시민들이 생각했을 때는 말도 안 되는 거죠.

문은상 대표도 1천 억 가까운 횡령 배임이 있었는데 그냥 5년 살고 나오면 되고요. 벌금도 1심에서 350억이었는데 2심에서 추산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10억으로 감액됐어요. 이런 걸 보면 정말 주주들이나 일반 시민들은 속 터지는 거죠. 아니 저러면 누가 사기 안 칠까죠. 그냥 치고서 걸리면 적게 살고요. 폭행이나 살인죄에 비해서 훨씬 덜한 형을 받고 그마저도 감형되고 집행유예 되고 보석돼서 나오는데 벌금마저 적다 보니까 그럼 누가 안 하겠냐는 얘기들이 나오는 거죠."

- 양형 기준이 낮은 건가요. 아니면 법 자체가 낮은 건가요?
"제가 정확히 그거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문은상 대표의 2심을 보면서 느낀 점은 뭐냐면 사실 이게 어려워요. 얘가 무슨 죄를 지었는데, 어느 정도의 벌금을 내리고 어떤 정도의 형벌을 내려야겠다는 게 경제적으로 이걸 다 파악을 해야 되는 거잖아요. 애초에 재판부에서는 350억이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그냥 당시에 그 주식의 액면가를 산정했던 거예요. 그런데 문 대표는 그걸 5천 원에 판 게 아니라 훨씬 높은 금액이에요. 주가가 올랐으니까 그때 팔았단 말이에요. 그러면 그러니까 검찰 쪽에서는 이건 1천억 이상의 벌금을 때려야 된다고 얘기를 했는데 재판부는 액면가 5천 원으로 보는 거예요."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요즘에는 다들 재테크에 관심 많잖아요. 우리나라 주식 사기 싫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지는데 다른 이유도 많겠죠. 물적 분할도 있고 공매도도 있고 그다음에 우리나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르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겠습니다만 이번에 방송했던 내용은 그런 거와 조금 다르게 이런 식으로 기업의 오너라든가 대주주 이런 사람들의 잘못으로 인해 아무 잘못 없는 주주들이 고통받는 일은 없어져야 되지 않을까 해요.

이걸 위해서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만 여러 쪽에서 다 같이 노력해야 되죠. 거래소도 해야 될 일이 있고 입법기관에서도 해야 될 일이 있고 검찰에서도 경제 사범에 대한 더 성실하고 꼼꼼한 조사가 있어야 되고 재판부에서도 한번 생각해 봐야 될 것 같아요. 엄중하게 처벌을 해야 이런 일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경제 이런 걸 잘 모르기 때문에 용어도 생소하고 투자는 잠깐 해봤습니다만 그냥 주식 사고파는 거였지 정확히 잘 모르잖아요. 이 플로우가 어떻게 되는지 그런 거 공부하면서 하느라 대단히 힘들었고 그다음에 아무래도 기업들에 대한 내용이기 때문에 기업들에서 당연히 협조해 줄 리가 없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로 취재하는데 힘들었습니다만 다행히 기간이 길어져서 더 성실히 취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 아쉬운 게 있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스템 임플란트 같은 경우에 마지막에 벌어진 일은 단독 범행이 맞는 것 같습니다만 그 이전에 이 팀장이 왜 이런 일을 애초에 시작했을까라는 거에 대해서 밝혀내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김인수 PD수첩 호스템 임플란트 황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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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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