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10월 경 일본의 한 지인이 필자에게 연락을 해 왔다. 한국의 여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재명 전 경기도 지사가 후보로 확정되었는데 만약 이재명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앞으로 한일관계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재명후보(더불어민주당)는 이념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 생각을 가진 후보이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한일관계를 과감하게 개선하겠다고 이미 공약한바 있으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대답해 준 바 있다. 

사실 필자는 항상 한일 간 우호 협력관계 구축이 양국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므로 양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이러한 기본정신 위에서 상대국에 대한 정책을 추진해야 된다고 믿고 있고, 또 그러한 방향에서 일해 온 사람이다.
 
제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제20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누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한일관계가 급속히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한 게 현실이다. 일본의 혐한정책(특히 최근 10년간)으로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생각이 급속히 바뀔 가능성 또한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 국가 이미지가 동남아등 일부 국가에서는 90%가 넘어가고 다른 나라에서도 대체로 70-80% 이상이지만 유독 일본에서만 35%(전년도 27.6% 대비 7.4% 상승하였는데도 불구하고)로 낮게 나온 것만을 봐도 알 수 있다(2022.1.24. 발표, 문체부 해외문화홍보원 조사 결과)

5년 전 대선 과정에서도 일본 언론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 과격하다든지 친북, 친중, 반일, 반미라는 프레임 속에 넣어서 보도를 했었고 지금까지도 이러한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심지어 주한일본대사를 지낸 무토씨는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다행이다'라는 책을 내고 일본의 각종 미디어에 나가 문재인 후보나 한국정부를 폄하한 바 있다. 그는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망치게 하는 사람이며, 북한을 추종하면서 언제든 한국을 붕괴될 수 있는 위험에 놓이게 하고 있고, 또한 한국인을  불행하게 하는 최악의 대통령인 것처럼 비난하고 있다. 

그런데 조금 아이러니한 것은 한국의 보수언론들이 이러한 일본의 언론보도 내용을 때로는 크게 소개할 뿐만 아니라 동조하는 태도를 많이 보여 왔다는 사실이다. 한국의 보수 언론은 한국을 깎아 내리거나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일본 언론 보도를 그대로 베끼거나 특별한 평가 없이 보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일본 언론도 이러한 한국의 보수 언론 특히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의 일본어판을 통해 한국의 현상을 바라보게 되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일본인들이 한국의 현 정부에 대해 호감을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지난 5년간 한국이 이룩한 성과에 대해서도 긍정적 생각을 갖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 내의 한국, 세계 속의 한국

지난 5년간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어떠한 변화를 해 왔으며, 한일 간 격차는 어떤 변화를 해 왔는지 살펴보면 오히려 정 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딱 한 가지 한일관계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일본정부 태도를 보면, 앞으로의 한일관계는 한국이 영토문제나 과거사 문제에서 상당한 정도의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별로 개선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의 악화된 한일관계가 한국정부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발표나 통계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나 한일 간의 격차에 대해서 그 동안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알아보자. 지난 5년간 한국의 국제적 위상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많은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 

우선, 한국이 GDP 총액 기준 순위 세계12위에서 10위로 상승하였고, 이러한 지위 상승에 따라 G7 정상회의에도 2년 연속 초청되었다. 

블룸버그 혁신 지수 평가에서 세계 1위, OECD의 디지털 정부 평가에서 회원국 중 1위에 올랐으며, 스위스 IMD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도 세계 23위로 5단계 상승하였다. 또한, 무디스의 국가신용평가에서 한국은 Aa2로 프랑스와 동급이며 영국보다 1단계 위이고 일본보다는 2단계 위에 올라있다.

주요 선진국 중 코로나19 이후 경제성장율이 세계 1위이며, 수출 세계 6위, 군사력 세계 6위의 국가에 올라있다. 반도체. 가전. 조선 분야에서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이며, 세계 1위 제품 품목 수에서도 미국, 중국 다음 세계 3위(일본과 공동 3위)에 올라있다.

OECD 국가 중 GDP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가장 낮은 수준(2021년 기준 OECD평균은 134.46%, 한국은 47.19%)을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다만, 가계부채는 GDP대비 104.2%로서 미국 79.2%, 영국 89.2%에 비하여 높은 수준인데, 코로나 19 피해에 대한 대국민 지원은 선진국 중 한국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K-POP을 비롯, 영화 <기생충>, BTS, 넷플릭스 프로그램인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류의 영향과 코로나 19 방역 성공으로 한국의 소프트파워도 세계 11위로 상승(2022 Brand Finance 기준)하였다(한국과 인구가 비슷한 선진국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보통 10만 명 이상 발생하였고, 인구 3억3천인 미국은 92만 이상 발생했으나, 한국은 2022년 2월 16일 현재 7163명 발생, 또한 한국은 국경봉쇄나 록다운을 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EIU 세계 민주주의 평가에서 한국은 2014년 결함있는 민주국가(flawed democracy)였으나, 2020부터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로 전환하여 2021년 기준으로는 아시아 1위, 세계 16위의 민주주의 국가이며, 국경 없는 기자회 발표 언론 자유도에서도 아시아 1위(세계 순위는 2016년 70위에서 2021년 42위로 상승)를 기록하고 있다.

한일 간의 격차 변화

한편, 지난 5년간 한일 간의 격차가 어떤 변화를 해 왔는지도 살펴보자.

일본은 구매력기준 1인당 소득에서 이미 2018년에 한국에게 추월당했고, 2027년이면 명목GDP도 추월당하리라는 전망이고, 무디스 평가 국가 신용등급도 일본이 한국보다 2단계 밑이다. 블룸버그 혁신지수에서 한국이 세계 1위인 반면 일본은 세계 12위이며, 스위스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한국 23위인 반면 일본은 34위로 나타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EIU 민주주의 평가 지수에서도 한국은 아시아 1위(세계16위)로서 일본(세계17위)보다 위에 올라있으며, '국경 없는 기자회' 세계 언론 자유도 평가에서도 한국은 아시아 1위(세계 42위)인 반면, 일본은 2012년 세계 22위에서 2021년 69위로 떨어져 한국보다 뒤쳐졌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었으나 오히려 일본이 타격을 받았으며 현재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1위의 기업에 올라있다. 세계 1위 제품 품목 수에서 한국과 일본이 공동 세계 3위이나 반도체, 가전, 조선 등 산업에서 한국은 일본을 완전히 추월해 버렸다. 

한일 간 비교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일본이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전환에 실패하여 코로나19 방역 등에서 한일 간의 격차가 크게 드러났으며, 향후 다양한 분야의 국가 경쟁력에서도 한국에 더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 언론이나 일부 한국의 보수 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문재인 정부가 한국을 망하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은 흥하는 반면, 일본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언론의 한국 대선 보도

현재 일본 언론은 한국의 대선에 대해 5년 전 문재인 후보를 비난한 것과 거의 비슷한 양상으로, 이재명 후보가 이념적이고 과격하며 한일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며 한국을 망하게 할 것처럼 비난하고 있으며, 그를 반일, 반미, 친북, 친중이라는 프레임 속에 가두어 비난하고 있다. 심지어 이재명 후보의 생각 자체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라고 선동하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 일부 국내 보수 언론도 이와 비슷한 논조로 이재명 후보를 부정적으로 보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로서는 한일 양국 간 우호 협력관계가 구축되어 양국 국민들이 더 많은 이익을 보게 되기를 바라는 기대를 계속 가지고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단 기간 내에 충족되지 못하더라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할 것이며 이번 대선 이후에도 세계 속의 한국의 역량이 크게 발휘되고 일본과의 격차도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 오히려 한국이 앞서 가면서 한일 간의 격차가 확대되리라고 믿는다.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일일이 여러 뉴스를 비교 분석하여 진짜 뉴스를 찾아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한국의 깨어있는 시민들은 더 현명하게 자신감을 갖고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한국의 민주주의를 더 단단히 뿌리내리게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온갖 역경을 이겨내 온 깨어있는 시민들이 대한민국을 단군의 건국이념인 '널리 인간세상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나라로 만들어 세계에서 우뚝 서는 선도국가로 이끌어 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현 성신여대 석좌교수입니다. 37년의 외교관 생활동안 일본, 미국, 베트남, 네덜란드, 이탈리아, 이라크 등에서 20년간 생활 했으며, 주후쿠오카총영사, 주이라크 대사 및 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 등을 역임했습니다.


태그:#대선과 한일관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37년간의 외교관 생활 중 해외에서 20년 근무,일본 8년, 미국5년, 유럽 6년 등 근무, 주후쿠오카 총영사, 주이라크대사,주로스앤젤레스총영사 역임. 2016년 은퇴후 한국수입협회 상근부회장으로 2년여 근무했고, 현재는 성신여대 석좌교수로 가르치고 있음.

이 기자의 최신기사한류, 민주주의, 그리고 대선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