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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5시경, 4호선 혜화역(동대문 방향) 5-3구역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11일 오후 5시경, 4호선 혜화역(동대문 방향) 5-3구역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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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후보님.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무도 오지 않아 우리가 만나러 갑니다."

11일 오후 5시경, 4호선 혜화역(동대문 방향) 5-3구역에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하나둘 모였다. 대선후보 2차 TV토론회가 열리는 서울 충무로 매경미디어센터로 향하기 위해서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방송사 6곳(MBN·JTBC·채널A·연합뉴스TV·YTN)이 공동 주관하는 토론회는 이재명(더불어민주당)·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심상정(정의당) 후보가 참석한다. 

장애인들은 퇴근 시간에 지하철을 타기 위해 모인 시민들에게 충무로 역으로 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명학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장은 "사회는 장애인이 평균 이하의 삶을 사는 게 당연한 것처럼 생각한다"라면서 "하지만 우리도 비장애인처럼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다. 대선후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러 간다"라고 호소했다. 

"3개 역 6분거리, 70분 걸려 도착했지만..."
 
11일 서울 충무로역에서 일부 시민들이 장애인들을 향해 "염치가 있어야지. 이 시간에 뭐 하는 짓이냐"라고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당신들 때문에 퇴근이 늦어진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11일 서울 충무로역에서 일부 시민들이 장애인들을 향해 "염치가 있어야지. 이 시간에 뭐 하는 짓이냐"라고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당신들 때문에 퇴근이 늦어진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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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8시경, 충무로역 환승통로에서 장애인들이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볼 준비를 하고 있다.
 11일 오후 8시경, 충무로역 환승통로에서 장애인들이 대선후보 TV토론회를 볼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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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여러분, 우리는 대선 후보들에게 장애인들도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다는 요구를 전달하고 정책 약속을 받고 싶어 나왔습니다. 각 후보에게 우리의 요구안을 전달했지만, 만나러 온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토론회장에 따지러 가는 길입니다. 퇴근길을 방해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우리 장애인들은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21년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의 사진 팻말을 목에 건 채 이형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공동대표가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 6일부터 이날까지 오전 7시~8시 출근 시간에 대선 후보·기획재정부에 '장애인권리 예산약속'을 요구하며 승강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요구사항을 알리거나 지하철에 탑승하는 등 '지하철 출근길 선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이재명·윤석열·안철수·심상정 각 후보에게 정책 질의서를 전달하며 답을 요구했지만, 이날까지 답변한 후보는 없었다. 

오후 5시 40분경, 60여 명의 장애인과 단체 관계자들이 지하철에 올라탔다. 동대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거쳐 충무로역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분. 하지만 장애인들이 충무로역에 내릴 때 문제가 생겼다. 일부 시민이 이들을 향해 "염치가 있어야지. 이 시간에 뭐 하는 짓이냐"라고 삿대질을 하는가 하면 "당신들 때문에 퇴근이 늦어진다"라며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형숙 대표는 "쓸데없이 왜 나오냐고요? 가만히 집에만 있으니까 국민들이 장애인의 어려움을 모르는거 같아서,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들이 계속 우리를 모른척 해서 나왔습니다"라고 응수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들을 쫓아 내리며, 장애인들의 발언을 저지하려 했다. 

그사이 토론회가 열리는 매경미디어센터 앞에 여러 집회시위와 교통체증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결국 장애인들은 충무로역 3호선 환승통로에서 대선후보 토론회를 시청하기로 했다. 4호선에서 내린 장애인들은 한 층 아래에 있는 환승통로로 가기위해 한 대 뿐인 엘레베이터 앞에 줄을 섰다. 엘레베이터에 휠체어 두 대가 겨우 들어가 40여분 지나고서야 모든 장애인들이 환승통로에 모일 수 있었다. 혜화역에서 충무로역 환승통로까지 총 70여분이 걸린 셈이다. 

이자리에서 장애인들은 대선후보들에게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에 대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에 대한 국비 책임 및 보조금법 시행령 개정 ▲장애인 활동지원 하루 최대 24시간 보장 예산 책임 ▲장애인 탈시설 예산 24억 원을 거주시설 예산 6224억 원 수준으로 증액 반영을 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지난해 12월31일 장애인들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교통약자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전장연은 기재부가 장애인 이동권 예산 반영을 확실하게 약속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개정안의 핵심인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국가 또는 지자체의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지원센터·광역이동지원센터 운영 비용 지원 등이 언제 시행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정다운 전장연 정책실장은 "기재부는 장애계의 요구에 관련 부처와 각각 협의하라는 말만 반복한다. 기재부의 권한과 책임을 또다시 관련 부처로 전가하고 있다"라면서 "지금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차기 대통령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장애인 교통약자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한 마디만 하면, 매일 아침 출근길 선전전을 멈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후 8시경, 충무로역 환승통로에 다시 휠체어가 하나 둘 모였다. 장애인들은 미리 준비해온 모니터를 통해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볼 준비를 마쳤다. 이들은 "결국 지상으로 올라가지 못한 채 지하철 역에서 후보들의 토론을 지켜보는 게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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