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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 등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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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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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0일 오후 6시 7분]

김용균씨 사망사고 관련자에 대한 1심 공판에서 당시 원청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사단법인 김용균 재단과 노동계 관계자들은 "원청 사업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잔인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서부발전 전 대표 무죄, 법인은 벌금 천만원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10일 오후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 대해 "사망 원인으로 꼽힌 컨베이어벨트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과의 위탁용역 계약상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로서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고의로 방호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김병숙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이유에서 원청과 하청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고, 설비의 위험성 및 작업방식의 위험성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 반성과 책임 없는 사회에서 산업재해의 근절과 안전한 환경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검찰은 "다시는 일 하다 죽는 일이 없도록 피고인들에게 실형을 선고해 달라"며 김 전 대표 외에 나머지 4명에 대해 징역형을, 7명에 대해 금고형, 4명(법인 2곳 포함)에게 벌금형을 각각 구형했었다.

하지만 검찰 구형에 비해 선고형량은 크게 낮았다. 재판부는 나머지 피고인 15명(법인 2곳)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형·금고형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을 내렸다. 또 한국서부발전은 벌금 1000만원, 한국발전기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징역형의 경우, 최대 1년 6개월의 징역에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선고를 종합하면, 한국서부발전 깁병숙 전 사장은 무죄를 ▲한국서부발전 법인 벌금 1천만 원, ▲김경재 기술본부장 금고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 ▲태안발전본부 권유환 본부장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박상용 기술지원처장 금고1년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 ▲민아무개 연소기술부장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 ▲조아무개 연소기술부차장 금고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 ▲김아무개 석탄설비부장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김아무개 석탄설비부 차장 금고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이어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법인 벌금 1천만 5백 원, ▲백남호 대표이사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 , ▲태안사업소 이아무개 소장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200시간, ▲서아무개 운영실장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산 , ▲이아무개 운영팀장 벌금 700만원, ▲일반사원 김아무개씨 벌금 700만원▲신아무개씨 금고 10월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60시간을 각각 선고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10일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2단독 박상권 판사는 10일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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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원청인)한국서부발전의 1차적인 목표인 원활한 전력 생산을 위해 한국발전기술의 근로자들이 반드시 필요한데도 자신들이 고용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상응하는 안전 보호를 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다고 표현한 일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은 1차적 보호 의무자로서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일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해야 했다"며 원,하청이 함께 잘못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발전소와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다른 측면에서 다양한 노력을 하였다는 점, 피고인들 대부분이 형사 처벌에 따른 전력이 없는 초범이거나 집행유예 이상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원청 불패 확인... 오늘의 법원은 실패했다"

당초 검찰 구형에 비해 가벼운 선고가 나오자 법정 안팎에서는 노동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김미숙 김용균 재단 이사장은 "오늘이 3년 전 용균이 장례식이 있었던 날이었는데 아들 앞에 면목이 없다"며 "사법부가 가진 자들의 편에 서는 판결로 정의가 없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앞으로 대법원까지 가서라도 끝까지 저들의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울먹였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박다혜 변호사는 "오늘 재판은 '원청 불패'를 또다시 확인했다. 간접고용 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해서 이름만 받고 책임지지 않는 그 행태를 법원이 사실상 괜찮다고 확인한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구체적인 주의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하청 노동자 김용균이 사망한 것에 대해서 원청은 사법상 책임 없다고 봤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표이사인 김병숙 대표이사가 무죄가 나왔다. 일부 유죄가 나온 부분 역시도 매우 미미하다"고 짚었다. 이어 "전체적으로 형량 역시 매우 가볍다. 이렇게 형량이 가벼우면 이것(중대재해처벌법)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항소심을 통해서 이 법원의 판결이 시정되고 그리고 오늘 법원이 눈감았던 실체적 진실과 범죄의 무게에 대해서 다투겠다"고 밝혔다.

"이런 법해석이면 산업안전법 개정도 소용없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어머니인 김미숙 이사장 등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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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김용균 재단은 "재판부가 죽은 사람은 있는데 책임져야 할, 잘못한 사람은 없다고 판결했다"며 "너무나 참담하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의 업무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원청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를 인정하지 않아 원청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됐다"며 "아직도 안전과 생명보다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더 우선이라는 것을 법원이 인정하는 잔인한 선고"라고 지적했다.

김용균 재단은 "재판부의 이같은 법해석으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돼도 다 소용없는 일"이라며 "재판부가 엄정한 법적용을 할때까지 최선을 다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 공감대를 얻어 법을 재개정해도 결국 경영 책임자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을 확인해준 판결"이라며 "재판부의 선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에서는 나홀로 근무하다가 산재 사고로 비정규직 청년 김용균씨가 숨졌다. 검찰은 사고 발생 3년 만인 지난해 8월 3일 원·하청 기업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각 기업의 대표와 책임자 등 14명을 재판에 넘겨 16개월 동안 재판이 진행돼 왔다.

태그:#고 김용균,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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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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