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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별일'들, 한국에 의미있는 캐나다 소식을 전합니다.[편집자말]
2월 5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 시내에서 코로나 백신 의무화 조치 등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5일 새벽 토론토와 오타와로 몰려들어 오타와를 점거한 트럭 운전사들과 합류했다.
 2월 5일(현지시각) 캐나다 토론토 시내에서 코로나 백신 의무화 조치 등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5일 새벽 토론토와 오타와로 몰려들어 오타와를 점거한 트럭 운전사들과 합류했다.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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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오미크론의 기세는 1월 중순께부터 꺾이기 시작해 2월 현재 이제 확연한 감소세에 있다. 하지만 백신 의무화 및 코로나 관련 규제들에 저항하는 시위는 되레 불씨에 기름이라도 부은 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시작은 이랬다. 지난 1월 15일부터 캐나다 연방정부가 캐나다와 미국 국경을 오가는 트럭 운전사들에 대해 '백신접종 의무화' 조치를 시행하기 시작했다(미국도 비슷한 조치를 시행 중). 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경을 오가는 트럭 운전사들 12만 명 중 약 90%가 백신을 접종했지만 반발은 거셌다.

곧바로 결성된 전국 각지의 트럭 시위대가 일명 '자유 호송대(Freedom Convoy)'라는 이름을 내걸고 캐나다 수도 오타와로 결집했다. 이때가 1월 29일. 시위 두 번째 주말인 2월 5일엔 트럭 400~500대가 도심쪽으로 진입했고, 도보로 모여든 시위자들이 2000여 명, 또 이들 시위에 반대하는 이들이 1000여 명이었다. 그리고 8일 현재 12일째를 맞은 시위는 여전히 끝이 보이질 않는다.

변질된 시위

'트럭 운전사들의 백신 의무화 반대'라는 시위 초기 목적도 확대 혹은 변질된 지 오래다. 시작은 백신 의무화 반대였을지 모르나, 이후 마스크 착용과 락다운 등 방역규제에 반대하는 이들까지 시위에 합류했다. 이젠 '모든 규제를 철폐하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위가 시작된 뒤, 오타와 도심 주민들의 생활은 혼잡함과 소음 그리고 위협으로 가득 찬 '악몽'으로 변해 버렸다. 교통을 차단해버린 500대 가량의 트럭으로 인해 거리는 디젤 배기가스로 가득찼고, 장기전을 대비해 캠프까지 설치한 시위대는 끊임없이 경적과 사이렌을 울려댔다. 밤늦도록 폭죽을 터뜨리며 시위를 흡사 파티장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며, 나치의 상징 문양인 하켄크로이츠가 새겨진 깃발을 흔들며 백신 의무화를 파시즘에 비유하기도 한다. 기념물을 훼손하고 시 차량에 손상을 입히는 일도 있었다.

지역 시의원 캐서린 맥케니는 조금의 과장도 없이 괴롭힘과 두려움에 시달리는 주민들로부터 수백 통의 메일을 받고 있다고 했다. 시위하는 이들 중에는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인근 주민에게 일장연설을 하거나 고함을 지르며 괴롭히는 경우도 있고, 집앞에 세워둔 백신 찬성 표지판을 허무는 사람도 있다.

결국 상황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집단소송을 냈고, 지난 7일에는 끊임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것을 금하는 법원의 임시 명령이 내려졌다.

'긴급사태' 오타와
 
9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시내에서 트럭 운전사들이 백신 의무화 조치에 항의하는 가운데 한 지지자가 의회 언덕 앞에서 트럭 운전사들을 지나가고 있다.
 9일(현지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시내에서 트럭 운전사들이 백신 의무화 조치에 항의하는 가운데 한 지지자가 의회 언덕 앞에서 트럭 운전사들을 지나가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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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와 중심부에 위치한 사업체들의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대형 쇼핑몰인 리도센터몰은 물론, 각종 박물관들과 소규모 자영업체들도 영업을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 가까스로 문을 연다 해도 마스크 규정을 적용하는 데 애를 먹는데다 마스크 없이 들이닥치는 시위자들을 상대해야 한다. 사업체들이 문을 닫음으로써 발생하는 판매 손실액은 197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공공안전부장관 마르코 멘도시노의 말처럼, 시위는 "방해"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명백한 증오 표출, 주민들을 향한 괴롭힘과 심지어 폭력까지 수반하는 "점거"가 됐다. 오타와 시장 짐 왓슨 역시 시위대가 "우리 도심을 점거"했다며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현재의 2100명 경찰과 민간인력에 더해 1800명의 추가 인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같은 불법적인 시위 강도에 상응해 단속도 엄중해지고 있다. 오타와 경찰은 "밤새도록 시위대가 극도의 지장을 초래하는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공공의 안전에 위협을 가하며 오타와 주민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충을 안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끝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는 '긴급사태'가 선포됐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시위와 관련한 체포가 22건, 교통법규 위반 딱지 발부가 1300건 이상이고 현재 진행중인 수사도 79건이라고 한다. 또한 경찰은 (시위대의 음식 마련을 위한) 연료를 몰수하고 재정 및 물류 지원 역시 차단하고 있다.

오타와 시 중심부의 시위대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비용은 하루 22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왓슨 시장은 시에서 시위와 관련된 엄청난 비용을 모두 집계하고 있으며 시위가 끝나면 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극우세력의 지지 표명... 강경한 정부 "시위, 멈춰야 한다"
 
9일 미국 미시간주 포트휴런 블루워터 다리로 향하는 트럭들이 교통체증에 갇혀 있다. 이 체증은 캐나다 백신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캐나다 앰버서더 다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9일 미국 미시간주 포트휴런 블루워터 다리로 향하는 트럭들이 교통체증에 갇혀 있다. 이 체증은 캐나다 백신 의무화 조치에 반대하는 트럭 운전사들이 캐나다 앰버서더 다리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기 때문에 발생했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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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자유 호송대' 시위의 근거지는 오타와 도심과 국회의사당 주변이다. 하지만, 토론토나 퀘백 같은 대도시에서부터 뉴브런스윅과 할리팩스 등지까지 캐나다 곳곳에서 이들과 연대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지난 월요일부터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앰버서더 다리를 차단한 채 벌어지고 있는 시위다. 이들은 세 개 차선 중 두 개를 차단한 채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캐나다 물류 공급망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매일 8000~1만 대의 트럭이 앰버서더 다리를 오가며 차량과 식료품 등 물류를 운송하기 때문에 피해액은 하루 최대 5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한다.

한편, 이번 시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구호가 울려퍼진다거나 나치 문양이 새겨진 깃발이 휘날리기도 하는 등 극우세력의 존재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관련 규제에 반대하는 미국 단체들 및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 도널드 트럼프 등 미국 극우세력들이 시위대를 '영웅'이라 치켜세우며 지지를 표하는 등 캐나다를 넘어 미국의 극우 세력들까지도 결집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일부 시위대는 코로나 관련 모든 의무사항과 규제가 사라질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저스틴 트뤼도 정부의 퇴각까지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맞서는 정부의 입장 역시 강경하다. 연방총리 저스틴 트뤼도는 계속되는 시위가 "우리의 경제, 민주주의, 시민들의 일상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멈춰야 한다"고 단언했다. 오타와 경찰국장 스티브 벨 역시 "시위대에게 전하는 우리의 메시지는 동일하다. 시위를 멈추라는 것"이라며 "만약 시위를 계속한다면,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재정적 측면을 비롯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가득한 오타와의 도심이 엄청난 크기의 대형 물류 트럭 수백 대와 수많은 시위자들에게 가려진 채, 이번 시위가 어디까지 확장되고 변질될지 알 수 없는 요즘이다.

태그:#캐나다, #트럭 운전사, #백신 접종 의무화, #코로나 방역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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