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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 노역의 현장인 사도광산(니가타현 사도섬 소재)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해 달라고 신청하기로 한 것은 한일 역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애초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외무성은 올해 사도광산 등록을 신청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었다. 한국, 중국 등 8개국 시민단체가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하려 하자, 유네스크에 강한 입김을 가진 일본 정부가 2021년에 등록 규정을 개정했다. 주요 내용은 회원국이 이의를 제기하면 심사를 무기한 보류하고, 신청 자격도 민간단체가 아닌 국가에만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이 밀어붙여 만든 이런 개정 규칙이 사도광산 등록의 발목을 잡는 셈이 됐다. 조선인 강제 노역을 문제 삼는 한국의 반발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2015년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록 때 한일 사이에 벌어졌던 갈등이 재연돼 한일관계 개선의 길이 더욱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일본의 미디어 보도에 따르면 비둘기파인 기시다 총리 주변과 외무성 쪽에서 이런 주장이 강했다. 더구나 일본 쪽은 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록 때 한국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조선인의 '강제 노역' 사실 설명 표기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지금도 한일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 신청에 소극적이었던 기시다 총리를 압박해 방향을 바꾸도록 한 쪽은 아베 신조 전 총리와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 등을 중심으로 한 우익 세력이다. 아베 전 총리가 고문을 맡고 있는 '보수단결의 회'는 1월 18일 신속하게 유네스코에 추천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를 했고, 아베 전 총리의 강한 지원을 받는 다카이치 정조회장도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의 명에가 걸린 문제"라며 기시다 총리를 압박했다. 20일에는 아베 전 총리가 직접 아베파 모임에서 "논전을 피하는 형태로 등록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라고 못을 박았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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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우파 세력의 총공세에 밀려 등록신청을 하게 된 꼴이 됐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7월의 참의원 선거다. 아무리 우파들이 공세를 가해도 7월 참의원 선거가 없었다면 기시다 총리가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31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정적인 정치 기반을 다지지 못한 기시다 총리로서는 7월 참의원선거 결과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한 우파들은 이런 기시다 총리의 약점을 잡아 공세를 가했고, 기시다 총리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과정을 살펴보면, 이번 사도광산 등록은 일본 참의원 선거 또는 일본 안의 권력투쟁에 한일의 과거사(한일 갈등)를 이용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관해 우리나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1월 28일 일본의 등재 신청이 발표되자마자 강력히 규탄하고 나섰다. 정부는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불러 항의했고, 이 후보도 자신의 SNS에 "전쟁과 강제동원 유물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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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논설위원실장과 오사카총영사를 지낸 '기자 출신 외교관' '외교관 경험의 저널리스트'로 외교 및 국제문제 평론가로 일하고 있다. 한일관계를 비롯한 국제 이슈와 미디어 외에도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1인 독립 저널리스트를 자임하며 온라인 공간에서 활발하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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