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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31일,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지난해 12월31일,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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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1시 45분]

일본 정부가 기어코 사도광산의 202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천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은 약 2000명이 넘는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의 강제징용 현장이어서 우리 정부는 이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8일 저녁 총리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제 신청하는 것이 등록에 가장 효과적일지 검토를 거듭해왔지만, 올해 신청해서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게 등재 실현의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이어 "관계 부처가 참가하는 TF를 설치해서 역사적 경위를 포함한 다양한 논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측의 반발을 의식한 듯 "한국의 의견은 알고 있다, 냉정하고 정중한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로써 일본 정부는 신청 기한인 오는 2월 1일 각의를 열어 신청안을 통과시키고 유네스코에 추천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사도광산 위치.
 사도광산 위치.
ⓒ 구글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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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정부, 우익과 지자체 압력에 무릎 꿇어

일주일 전만 해도 일본 정부에서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보류하는 쪽으로 결론나는 듯 했다.

일본 최대 부수이자 우익 계열인 <요미우리신문>이 20일 복수의 정부관계자에 대한 취재 결과라며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추천하더라도 한국의 반발 등으로 내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전망이 없다고 판단해 추천을 보류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한번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불가하다고 판단한 뒤 그 후에 다시 등재된 선례가 없기 때문에, 이번엔 보류하고 차라리 오는 2024년 이후 등재를 노릴 방침이라는 것이다.

일본은 지난 2015년 자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신청한 난징대학살 문서의 등재가 결국 이뤄지고, 이어 2016년 한국과 중국 등 8개국 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에 대해 등재신청을 하자 회원국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는 작업을 주도해 결국 지난해 제도가 변경됐다.

일본 정부는 비록 세계문화유산이 아니라 세계기록유산 관련 규정이지만, 같은 유네스코이기 때문에 만약 일본이 한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신청을 강행한다면 등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불확실한데다 일관성 문제로 비난받을 수 있는 상황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의회 내 우익 세력들과 해당 지자체의 반발은 거셌다.

아베 전 총리는 "(한국이) 역사전쟁을 걸어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정조회장은 "일본의 명예와 관련한 문제"라고 기시다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사도광산이 위치한 니가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도 "(추천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보류나 연기를 하지 말 것을 강변했다.

산케이신문을 비롯한 우익 언론들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비둘기파 출신인 기시다 총리가 우익세력들의 압박에 완전히 두 손을 들어버린 셈이다. 일주일만에 기류는 '신청 보류'에서 '신청 강행'으로 바뀌어 버렸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한 28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징용 현장인 사도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하기로 결정한 28일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가 외교부 청사로 초치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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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등재 시도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반대 입장은 단호하다.

외교부는 즉각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측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시 한국인 강제노역 피해 현장인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 추진키로 결정한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작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일본의 위원회 결정 불이행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 바 있음을 상기한다"며 "일본 정부가 2015년 세계유산 등재시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2015년 하시마(군함도) 등 일본 근대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시 조선인 강제노역을 제대로 설명하고 추모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한 다음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7월 세계유산위원회가 약속을 지킬 것을 권고했음에도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외교부, 아이보시 일 대사 초치... 범정부 대응TF도 꾸려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은 이날 저녁 8시 30분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일본측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천에 대해 항의하고 강한 유감을 표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28일부로 이상화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를 단장으로 하고 외교부, 문체부, 행안부, 교육부, 문화재청 및 관련 공공기관들이 참여하는 대응TF를 꾸렸다"며 "이 TF를 중심으로 자료 수집이나 분석뿐만 아니라 교섭, 통보까지 각 기관별로 같이 전문성을 활용해서 본격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어 "기록유산제도를 개편할 때의 논리에 따른다면 일본측은 이번 사도광산 등재 과정에서도 당연히 관련국인 우리와 충분히 협의를 했어야 했다"며 "관련국 및 세계유산 위원국들에게도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태그:#사도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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