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현재까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사람들에게 고통과 불편을 안겨주고 있다. 이미 세계적으로 3억 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아갔다(리니치표준시(GMT) 기준 7일(미국 현지시간).

여러 회사에서 백신을 개발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조만간 정복될 거란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스스로 변이를 일으키며 여전히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사실 이런 바이러스의 위험성은 이미 여러 영화를 통해 꾸준히 경고된 바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아웃브레이크>와 <28일 후>,<컨테이젼>등이 있었고 한국영화 중에도 <감기>,<연가시> 등에서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다룬 바 있다. 그리고 지난 2007년에도 끔찍한 변이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 영화가 개봉했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이 만들고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나는 전설이다>가 그 주인공이다.
 
 좀비 바이러스가 덮친 뉴욕을 배경으로 한 <나는 전설이다>는 세계적으로 6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덮친 뉴욕을 배경으로 한 <나는 전설이다>는 세계적으로 6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헝거게임> 만든 로렌스 감독의 초기 대표작

로욜라 메리마운트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로렌스 감독은 재학 당시부터 영화사에서 일하며 재능을 보이다가 졸업 직후 친구가 소유한 작은 음반 스튜디오에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며 생업에 뛰어 들었다. 당시 로렌스 감독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자넷 잭슨, 에어로 스미스, 고 휘트니 휴스턴, 레이디 가가, 저스틴 팀버레이크, 비욘세 등 쟁쟁한 팝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며 명성을 얻었다.

마이클 베이와 잭 스나이더 등 여러 감독들이 그런 것처럼 로렌스 감독 역시 뮤직비디오 감독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인물이다. 로렌스 감독은 지난 2005년 키아누 리브스와 틸다 스윈턴이 출연한 판타지 액션 스릴러 <콘스탄틴>을 연출하며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콘스탄틴>은 세계적으로 제작비의 2배가 넘는 2억30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올리며 로렌스 감독을 할리우드에 안착시켰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데뷔작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호흡을 맞췄던 로렌스 감독은 2007년 두 번째 작품에서 또 한 명의 흥행 보증수표 윌 스미스와 손을 잡았다. 1억5000만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나는 전설이다>는 세계적으로 5억85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고 국내에서도 24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다만 윌 스미스가 일당백으로 좀비를 섬멸하는 듯한 카피와 홍보 때문에 영화에 대한 호불호는 제법 크게 갈렸다.

2011년 리즈 위더스푼과 로버트 패틴슨이 출연한 멜로영화 <워터 포 엘리펀트>로 변신을 시도한 로렌스 감독은 2012년 드라마 <터치>를 연출한 후 같은 해 또 한 편의 대작영화로 돌아왔다. 젊은 유망주였던 제니퍼 로렌스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헝거게임>시리즈였다. 로렌스 감독이 2015년까지 4편을 모두 연출한 <헝거게임> 시리즈는 4편 합쳐 총 29억4200만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헝거게임> 시리즈를 끝낸 후 약 3년 간 공백기를 가졌던 로렌스 감독은 2018년 다시 한 번 제니퍼 로렌스가 출연한 스릴러 <레드 스패로>를 선보였다. <레드 스패로>는 <솔트>나 <블랙위도우> 같은 화려한 여성 액션영화를 기대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작품이었다. 하지만 <레드 스패로>는 스파이로 변신한 여성의 심리를 잘 표현한 영화로 평가 받으며 1억5100만 달러라는 나쁘지 않은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기존 좀비와 다른 <나는 전설이다>의 좀비들
 
 윌 스미스는 <나는 전설이다>에서 문무를 겸비한 로버트 네빌 중령을 연기하며 열연을 펼쳤다.

윌 스미스는 <나는 전설이다>에서 문무를 겸비한 로버트 네빌 중령을 연기하며 열연을 펼쳤다.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나는 전설이다>는 리처드 매드슨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암 치료 목적의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세상이 끔찍한 비극을 맞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로버트 네빌 중령(윌 스미스 분)은 바이러스에 면역이 있는 인물로 반려견 샘과 함께 좀비가 없는 곳을 찾아 돌아다니면서 음식과 생필품을 구해 생존자가 전혀 남지 않은 대도시 뉴욕에서 힘든 삶을 이어간다.

사실 충분히 자포자기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나는 전설이다>에서 네빌이 보여주는 군인, 그리고 생존자로서의 책임감은 정말 대단하다. 네빌은 매일 같은 시간에 혹시 있을지 모를 생존자를 위해 안내방송을 하고 독자적으로 바이러스 연구와 치료제 개발에 매진하다. "만일 누군가 살아있다면 매일 해가 가장 높이 뜬 시각 선착장으로 오세요. 당신을 지켜 주겠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네빌의 방송내용은 유난히 외롭고 쓸쓸하게 들린다.

바이러스 감염자들은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엄청난 폭력성을 보이지만 햇빛에는 매우 취약하다. 네빌이 언제나 해가 떠 있는 낮에만 외출을 했다가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하는 이유다. 하지만 <나는 전설이다>의 좀비들은 피냄새를 맡고 달려들기만 하는 <부산행>, <킹덤>의 좀비들과는 조금 다르다. <나는 전설이다>의 좀비들 중에는 마치 군대의 지휘관처럼 지능이 있고 다른 좀비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인간의 특성이 남아있는 좀비도 있다.

<나는 전설이다>는 시종일관 호러영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관객들을 찡하게 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대표적인 장면이 네빌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었던 샘과의 이별이다. 샘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개에게 물려 큰 상처를 입고 털이 급속히 빠지고 눈과 입에도 감염징후를 보이기 시작한다. 급기야 샘은 네빌을 공격하려 하고 일말의 희망이 사라진 네빌은 결국 샘의 목숨을 자신의 손으로 거둔다. 

<나는 전설이다> 극장판에서는 안나(앨리스 브라가 분) 모자를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 네빌이 좀비들과 함께 자폭하고 안나가 생존자들의 땅에서 네빌이 만든 혈액으로 치료제를 만들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DVD로 발매된 감독판에서는 네빌이 인간성이 남아있는 감염자들을 괴물 취급하던 자신을 반성하며 감염자들의 리더에게 사과를 하고 감염자들도 네빌을 죽이지 않고 철수하면서 영화가 마무리된다.

네빌의 혈액샘플을 생존자들에게 전달하는 안나
 
 안나는 네빌의 희생으로 지켜낸 혈액샘플을 생존자들에게 전달해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안나는 네빌의 희생으로 지켜낸 혈액샘플을 생존자들에게 전달해 치료제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주)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영화가 시작되고 1시간 3분의 런닝타임이 흐를 때까지 등장하는 배우라고는 주인공 윌 스미스와 얼굴을 구분하기 힘든 좀비들, 그리고 네빌의 가족 같은 반려견 샘 뿐이다. 감염자들이 파 놓은 함정으로 하나 밖에 없는 가족 샘을 잃은 네빌은 이성을 잃고 밤 중에 좀비들을 습격하지만 곧 역습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이 때 좀비에게 밝은 조명을 쏘며 네빌을 위기에서 구한 인물이 바로 안나였다.

안나는 아들 에단(찰리 타핸 분)과 함께 네빌의 방송을 듣고 뉴욕으로 건너왔다. 생존자 정착촌으로 이동하려는 계획을 이야기하다가 네빌과 의견충돌을 일으키지만 결과적으로 안나는 네빌의 희생 덕분에 생존자 정착촌에 혈액을 전달해 치료제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출연 분량은 많지 않지만 네빌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나는 전설이다>가 안나의 내레이션으로 막을 내리니 영화 속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셈이다.

안나를 연기했던 브라질 출신의 배우 앨리스 브라가는 2002년 <시티 오브 갓>에 출연하며 영화에 데뷔했고 <나는 전설이다> 이후 2008년 칸 영화제 개막작 <눈먼 자들의 도시>에 출연하며 주목 받았다. 2010년 SF 액션 스릴러 <프레데터스>, 2013년 <엘리시움> 등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던 브라가는 작년에 개봉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반군 게릴라의 지도자 솔 소리아를 연기했다.

<나는 전설이다>에서는 세상이 멸망하기 전, 뉴스를 통해 암을 극복했다는 들뜬 소식을 전하면서 의학혁명을 일으킨 박사를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온다. 박사는 자신이 개발한 바이러스에 대해 자랑스럽게 설명하지만 이는 곧 세상에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때 그리핀 박사 역으로 특별 출연한 배우가 바로 1993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엠마 톰슨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나는 전설이다 프란시스 로렌스 감독 윌 스미스 앨리스 브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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