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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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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쪼록 지치지 마시고 반드시 미얀마 민주화의 봄이 올 것을 확신하면서 끝까지 애쓰시는 여러분들을 마음 깊이 응원한다."

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에서 마이크를 잡은 하귀남 변호사는 이같이 응원했다. 한국미얀마연대, 경남이주민센터, 경남미얀마교민회 등이 47번째 일요시위를 벌였고, 이날로 쿠데타 발발 357일째다.

참가자들은 묵념부터 했다. 집회 진행을 맡은 이철승 경남이주민센터 대표와 아웅 묘우 경남미얀마교민회 부회장은 "오늘도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며 희생하고 있는 모든 분을 기억하며 묵념하겠다"고 했다.

이철승 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미얀마를 점령한 군부의 쿠데타 발생 1주년이 돼가는 가운데, 군부가 행정력을 저항 세력에 대항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인력이 부족해진 탓에 전국적으로 범죄율이 크게 증가했다"며 "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도시의 전반적인 안전을 평가한 결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은 60개 도시 중 58위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최근 미얀마 군부와 반군부 세력 간 충돌을 피해 도망친 주민들이 거주하는 시설에까지 미얀마군이 폭탄을 떨어뜨리면서 민간인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7일 동북부 카야주 프루소구의 피란민 캠프에 미얀마군의 폭탄이 떨어졌고, 폭탄이 터진 곳에 깊이 1.5m가량의 구덩이가 생겼다고 전했다"며 "한 자원봉사자는 '카야주에는 더는 안전한 곳은 없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집회는 감화식 지역가수가 광야에서와 상록수를 불렀고, 미얀마 출신 이주민 보보(37)씨가 미얀마 노래 마지막 꿈 등을 불렀다.

발언이 이어졌다. 네옴 경남미얀마교민회 회장은 경과보고를 통해 "미얀마에서 쿠데타 후 군경의 총격에 의한 희생자는 1월 21일까지 1488명 이상 사망했고, 1만 1665명 이상 체포당으며, 수배자가 1966명 이상이다"고 말했다.

그는 "군경의 야만적인 폭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시민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계속 시위를 하고 있다"며 "카친주, 카렌주, 친주, 카야주, 마궤이주, 싸까인주 등 전국에서 시민방위대(PDF)와 쿠데타군부가 격렬하게 전투가 매일 벌어져서 부상자와 사망자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카렌주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맞서 카렌민족해방군(KNLA)과 카렌민족국방기구(KNDO) 소속 병력이 지난 1월 1일부터 15일간 총 181차례 교전을 벌였고, 군부에서 195명 사망하고 카렌민족해방군 측에서 13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했다.

네옴 회장은 "지난달부터 급증하고 있는 피난민은 최소 10만여 명이 집을 떠나 숲속에 숨어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또 그는 "군부에서 불법으로 체포한 1988년 학생운동 지도자(진미)와 민주주의민족동맹(NLD) 표제이야띠 의원한테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군부 언론이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진미와 표제이야띠는 테러방지법 제49조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고, 1월 21일 재판에서 추가로 3개 혐의에 대한 형이 확정되어 사형이 선고됐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등 상황을 설명한 그는 "매일 인권이 침해되고 있는 미얀마에서 불법적인 연행과 체포로 국민들은 매우 불안과 공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국제 사회의 도움을 호소한 그는 "국제사회의 지원은 여전히 멀고, 전 세계에 거주하는 미얀마 사람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모금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너무 부족하여 부디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미얀마 민주주의 봄혁명의 승리를 위한 시민들의 저항은 총탄 앞에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하귀남 변호사는 연대사를 통해 "1990년대 대학을 다녔다. 당시 시위 도중 대학생이 경찰의 쇠파이프에 맞아 죽었고, 그것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 대학생들이 시위를 벌였는데 참여한 적이 있다"며 "거리에 꽉 찬 시위대를 보면서 어린 저는 정말 세상이 뒤집어지고 나라가 바뀌는 줄로 알았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곧 정치의 분열과 각자의 욕심으로 허망하게 민주화의 길이 늦어지는 것을 목도하고는 많은 실망을 하였다"며 "우리는 정말 안 되는 것인가 하고 좌절했던 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실망하지 않고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지금 우리나라는 그래도 민주주의의 대열에 서 있는 것"이라며 "여러분들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만다"고 한 그는 "여러분들의 이 끊임없는 염원이 양분되어 미얀마 민주화의 꽃은 반드시 피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귀남 변호사는 "제가 어릴 때 민주화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하던 시절에 가끔 텔레비전 뉴스에서 미국 백악관 앞에서 미국 사람들이 한국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며 "당시에는 저 사람들은 왜 자기 나라 일도 아닌데 저렇게 나설까 하며 의아했었는데 이제야 그 뜻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연대의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미얀마에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한국 사람이지만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는 여러분을 지지한다"며 "여러분들이 목놓아 외치는 그 목소리에 연대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고자 한다"고 했다.

미얀마 이주민을 위해 필요하다면 법률 지원도 하겠다고 한 하귀남 변호사는 이날 '미얀마 봄혁명'을 위해 100만 원 후원금을 내놓기도 했다.

미얀마 군부쿠데타 1년을 맞아 2월 한 달 동안 세계 곳곳에서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집회'가 벌어진다. 한국미얀마연대 등 단체는 오는 2월 13일 창원역 광장에서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한국대회'를 연다.

2월 13일은 미얀마 국민들의 영웅인 아웅산 장군의 탄신일이다. 이철승 대표는 "쿠데타 1년을 맞아 세계 20개 나라 27개 도시에서 2월 한 달 동안 연대집회가 열린다"고 했다.

한편 오는 1월 30일 대전역 광장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경남미얀마교민회는 이날 열리는 대전역 광장 집회에 참석하고, 창원역 광장 집회는 열지 않기로 했다.
 
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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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감화식 가수 공연.
 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감화식 가수 공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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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미얀마 출신 보보 가수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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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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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23일 오후 창원역 광장에서 열린 “미얀마 민주주의 연대 일요시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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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미얀마, #봄혁명, #한국미얀마연대, #경남이주민센터, #경남미얀마교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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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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