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두 차례의 골대 불운이 아쉬웠지만 베트남의 밀집 수비를 상대로 세 골을 터뜨린 것은 분명히 칭찬할 일이다. 대회 개막에 임박하여 선수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는 바람에 100% 팀 컨디션을 발휘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첫 발걸음을 무난하게 내딛은 셈이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1일 오후 11시 인도 푸네에 있는 시리시브 차트라파티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벌어진 2022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C조 베트남과의 첫 게임에서 주장 지소연의 멀티 골 활약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뒀다.

아시안컵 최고 성적을 뛰어넘는다

이미 여자축구 세계 정상급 레벨에 오른 바 있는 일본과 같은 조에 묶인 것이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모르지만 우리 여자축구대표팀의 첫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두 줄 수비벽을 세운 베트남의 골문이 잘 안 보였지만 게임 시작 후 3분만에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 최유리의 과감한 중거리슛이 왼쪽 기둥을 때리며 날카로운 공격 시작을 알린 것이다.

그리고 1분 뒤에 멋진 첫 골이 나왔다. 최유리가 오른쪽 측면에서 밀어준 공을 이금민이 속임 동작으로 슬쩍 흘려주었고 이를 기다린 주장 지소연이 오른발 감아차기 중거리슛을 정확하게 꽂아넣은 것이다. 한 달 뒤면 벌써 31살이 되는 지소연(첼시 FC 위민)의 A매치 60번째 골이 베트남 골문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꽤 이른 시간에 터진 첫 골 기운 덕분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 우리 선수들은 7분에 추가골까지 터뜨리며 완승의 발판을 놓았다. 이번에도 오른쪽 측면에서 최유리의 크로스가 이금민의 머리를 노렸고 바로 뒤에 따라붙은 베트남 수비수 프엉 타오의 자책골이 기록된 것이다.

게임 시간 10분도 안 되어 2-0 점수판이 만들어지자 베트남 필드 플레이어들은 더 끈질긴 수비벽을 세워 추가골을 내주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많은 골을 내주지 않고 조 3위 안에 들어야 8강 진출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그녀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반전에도 베트남의 수비벽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 벽을 허물기 위해 우리 선수들은 과감한 슛 기회를 노렸고 63분에 장슬기의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추가골을 기대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장슬기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베트남 크로스바에 맞고 말았다. 골대 불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75분에 한 번 더 이어졌다. 지소연의 왼쪽 코너킥을 받은 손화연이 머리로 방향을 살짝 돌려넣으려고 했는데 그 공이 오른쪽 기둥 하단에 맞고 나왔다.

일본과 C조 1위 자리를 다투어야 하기 때문에 더 많은 골이 필요한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측면 공격을 펼친 끝에 79분에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베트남 수비수 추옹 티 키에우가 핸드 볼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이 기회를 꼭 잡아야 하는 우리 팀은 주장 지소연에게 중책을 맡겼고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어 게임을 3-0으로 끝냈다.

이보다 앞서 열린 일본과 미얀마의 게임이 5-0 일본의 승리로 끝났기에 실질적인 C조 1위는 오는 27일(목)에 열리는 한일전에서 결정된다. 우리 선수들은 2003년 아시안컵 3위보다 더 높은 자리를 노리면서 3회 연속 여자월드컵 본선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대회 5위 안에 들면 2023년 호주&뉴질랜드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24일(월) 오후 5시 같은 장소에서 미얀마와 만난다.

2022 AFC 여자 아시안컵 C조 결과
(1월 21일 오후 11시, 시리시브 차트라파티 스포츠 컴플렉스, 푸네-인도)

한국 3-0 베트남 [득점 : 지소연(4분,도움-최유리), 프엉 타오(7분,자책골), 지소연(80분,PK)]

FW : 손화연(88분↔서지연)
AMF : 여민지(69분↔김성미), 이금민(81분↔이민아), 최유리
DMF : 조소현(88분↔이정민), 지소연
DF : 장슬기, 이영주, 임선주, 추효주
GK : 김정미

C조 현재 순위
일본 3점 1승 5득점 0실점 +5
한국 3점 1승 3득점 0실점 +3
베트남 0점 1패 0득점 3실점 -3
미얀마 0점 1패 0득점 5실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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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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