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투수 이대은이 최근 깜짝 은퇴를 선언하여 야구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KT 구단은 13일 "이대은이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해왔다"라고 밝혔다. 2021년 통합 우승 달성하고 유한준이 은퇴했던 KT는 우승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팀의 주축이 될수 있었던 또 한 명의 선수를 떠나보내게 됐다.
 
1989년생으로 34세인 이대은은 나이로만 보면 아직 은퇴는 이르다. 2021시즌에는 31경기에 등판해 3승 2패 9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특출하지는 않지만 2020시즌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하며 필승조의 한 축을 담당했고 KT의 통합 우승에 공헌했다. 지난 연말에는 가수 트루디와 결혼소식을 알리며, 야구선수로서 성숙한 책임감과 동기부여에 대한 기대감을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대은은 2022년 새해 초에 뜬금없이 은퇴를 발표했다. 구단에 따르면 이대은은 보도자료를 통해 "KBO리그 첫 시즌 이후 지금까지 부상으로 팬들과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팀은 우승했으나 개인적으로 보탬이 되지 못해 죄송했다"며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과 상의 끝에 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은퇴 이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KT 구단에서도 표면적으로는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모양새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선수 측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당황한 듯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대은은 한미일야구를 모두 체험한 이색적인 경력과 남다른 스타성으로 화제가 되었던 선수였다. 이대은은 신일고를 졸업하고 2007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메이저리그(MLB) 구단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었다. 이때만 해도 차세대 한국야구 마운드를 이끌 특급 유망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대은은 마이너리그에서만 7시즌을 거치며 트리플A 무대까지 밟았을뿐 빅리그 진입은 끝내 실패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135경기 121선발 40승 37패, 평균자책점 4.08이었다.
 
이대은은 2015년 일본 리그 지바 롯데로 이적해 새 출발에 나섰다. 첫해에는 38경기 124.2이닝 9승 10패 ERA 3.75로 선전했다. 준수한 성적을 남긴 덕분에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하여 2015년 11월에 열린 프리미어12에서 일본전 선발로 나서는 등 대한민국의 초대 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2년차인 2016시즌에는 소속팀에서 주전경쟁에 밀려 2군으로 내려갔고 고작 3경기에서 1홀드 평균자책 7.20의 부진을 남겼다. 이대은은 일본에서의 적응 실패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병역문제 등이 맞물려 결국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이대은이 국내로 돌아오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당시 원칙대로라면 이대은은 원래 국내로 돌아갈 수 없었다. KBO가 고교 유망주들의 무분별한 해외진출을 막기위하여 만들었던 '외국진출선수에 대한 특례' 조항에 따라 외국 프로구단과의 계약이 종료한 날로부터 2년간 KBO 소속구단과 선수계약을 체결할 수 없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국내 프로선수들이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상무나 경찰야구단 입대도 규정상 불가능했던 이대은은, 꼼짝없이 현역으로 입대하며 야구인생의 기로에 설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KBO는 이사회를 통해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국가대표로 활동한 경우 상무나 경찰야구단에 입대하여 KBO 퓨처스리그에서 출장하는 것을 허용하는 예외규정을 도입했다. 당시 이 규정에 해당되는 사례는 오직 이대은 밖에 없었다. 사실상 이대은만을 위한 특혜였기에 자연스럽게 '이대은 특별법'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로써 이대은은 국외파 유예기간인 2년간 현역 군복무 대신 경찰야구단에서 야구를 하며 보낼 수 있었고, 2019 신인드래프트 참가 자격도 얻었다. 
 
이후 이대은은 이후 경찰야구단에서 병역 의무를 소화한 뒤 해외파 트라이아웃에 참가, 2019 2차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KT의 지명을 받았다. KT는 미국과 일본리그, 국가대표를 거친 풍부한 경력에 출중한 외모와 스타성까지 갖춘 이대은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대은은 결과적으로 KT와 한국야구계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첫 해인 2019시즌 선발 투수로 시작했지만 고질적인 내구성과 제구력 문제에 발목이 잡히며 결국 불펜 투수로 강등당했다. 그나마 후반기에 마무리투수로 어느 정도 팀에 기여하며 4승 2패 17세이브 ERA 4.08로 그럭저럭 선방했다.
 
하지만 2020시즌에는 다시 초반부터 극심한 난조를 보이며 2군으로 내려갔고 20경기 4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5.83에 그쳤다. 시즌 종료 후에는 팔꿈치 수술까지 받았다. KT가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1시즌에도 중후반기 잠시 힘을 보탰지만 시즌 막판 다시 구위가 떨어졌고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는 엔트리에 이름만 올렸을뿐 1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KBO리그에서 3년 동안 남긴 성적은 95경기에 등판해 7승8패, 9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4.31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일시적으로 잘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부진했거나 부상-2군행 등으로 자리를 비운 시기가 훨씬 길었다. 그리고 KT는 즉시전력감이자 간판스타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전체 1라운드 선수를 불과 3년 만에 떠나보내야했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 KT에게 이대은의 은퇴는 큰 타격은 아니다. KT는 해외파 지명으로 계약금 없이 저렴한 연봉에 선수를 영입했기에 금전적으로 손해본 것도 없고, 이미 이대은없이 통합우승을 차지했을만큼 투수 대체 자원도 풍족한 상황이다. 
 
이대은의 은퇴를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그가 야구인생에서 과분한 기회와 특혜에도 불구,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다. 이대은의 허무한 퇴장이 남긴 교훈은, 유망주들의 섣부른 해외진출, 그리고 검증되는 않은 선수들에 대한 특별대우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은은 한미일 야구를 거치면서 어느 리그, 어느 팀에서든 내구성과 자기관리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지나버린 시간과 선택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성공을 꿈꾸는 미래의 유망주들에게도, 한국야구계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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