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우완 투수 이대은이 전격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KT 구단은 13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KT 소속 투수 이대은이 13일 구단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불과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1군 경기를 소화했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됐던 선수이기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이다.

이대은은 구단을 통해 "KBO에서 시작한 첫 시즌 이후 지금까지 부상으로 팬들과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개인적으로는 팀 우승에 보탬이 되지 못해 죄송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뒤늦게 전력에 가세해 정규시즌 후반까지 소화했지만, 마음 한 켠에는 풀타임 시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아있던 것이다.
 
 3년간 KBO리그에서 뛰었던 우완 투수 이대은이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3년간 KBO리그에서 뛰었던 우완 투수 이대은이 현역 은퇴를 결정했다. ⓒ KT 위즈

 
미국, 일본 거쳐 한국까지...우여곡절 겪은 이대은

신일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던 이대은은 2007년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가게 됐다. 그 이후 2008년부터 7년간 빅리그 등판 없이 마이너리그에서만 경기를 소화, 통산 성적은 135경기 657이닝 40승 37패 ERA(평균자책점) 4.08이다.

2015년 일본프로야구(NPB) 지바 롯데 마린스와 계약을 맺은 이대은은 첫해 38경기 124⅔이닝 9승 10패 ERA 3.75로 선전했고, 준수한 성적을 남긴 덕분에 2015년 11월에 열린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승선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썩 만족스럽지 못했던 2016년을 보낸 이후 이대은은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로 들어오고, 경찰 야구단 입대가 확정된다. 2018년까지 두 시즌 동안 퓨처스리그에서 37경기 187⅔이닝 12승 9패 1홀드 1세이브로 나름 괜찮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프로 구단들의 눈도장까지 받은 이대은은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 위즈 유니폼을 입으면서 본격적으로 KBO리그 1군 무대에 입성했다. 첫해 44경기 4승 2패 17세이브 ERA 4.08로, 팀이 하위권에 머무르는 가운데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나머지 두 시즌은 실망스러웠다. 2020년의 경우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부진에 등판 기회조차 제대로 잡기 어려웠고, 지난해에는 2020년 12월에 받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재활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결국 7월 초가 되서야 겨우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지난 9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래퍼 트루디와 함께 출연했던 이대은의 모습

지난 9일 방송된 <복면가왕>에서 래퍼 트루디와 함께 출연했던 이대은의 모습 ⓒ MBC

 
인생 2막 준비, 방송에서 자주 볼 수 있을 전망

그나마 올림픽 휴식기가 지나고 나서 8월 이후 뛰어난 구위를 앞세워 필승조 노릇을 하는 날도 조금씩 늘어난 게 위안거리였다. 단 한 번의 엔트리 말소 없이 1군에서 살아남았고,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있어서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한국시리즈에서는 엔트리에 오르고도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워낙 선발 투수들이 잘 던졌던 시리즈이기도 하지만, 김재윤과 주권 등 팀의 핵심 불펜 투수들에 밀렸다. 그런 현실을 모를 리가 없었던 이대은은 그대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이대은은 "앞으로도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구단과 상의 끝에 야구 선수 인생을 마감하기로 했다. 또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은퇴 결심에 대한 배경을 밝혔다.

현재로선 KBO리그 현장보다는 방송 활동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수 년간 은퇴 선수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많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대은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인생 2막을 여는 이대은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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