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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여수멸치'를 구입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여수멸치"를 구입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나경원 전 원내대표.
ⓒ 윤석열, 나경원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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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멸치'와 관련된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여순항쟁 사건을 확인하기 위해 정부쪽 여러 사람이 여수와 순천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시신을 보고 하나 같이 '시신이 멸치처럼 널려있다'라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대선 후보와 야당 정치인들이 '멸공'을 외치며 마트에서 우연히 집었다는 멸치가 '여수멸치'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여순사건 피해자 유족이자 현재 전북 전주에서 '여순항쟁 역사화전'을 진행 중인 박금만 화백은 10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최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야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멸공 릴레이'에 대해 분노를 쏟아냈다.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뜻의 '멸공'은 정 부회장이 SNS에 여러 차례 '멸공'이라는 발언을 남기면서 색깔론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논란이 됐다. 그런데 지난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 부회장이 운영하는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달걀, 파, 멸치, 콩'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여수 멸치와 약콩을 구입한 사진을 게시하면서 정치권으로 논란이 확전됐다. 여기에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도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공'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멸치 사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온라인에 게시했다. 

하필 윤 후보를 비롯해 나 전 원내대표, 정 전 국회부의장 세 사람이 인증샷으로 올린 멸치는 모두 '여수멸치'였던 것. 현재 이마트와 온라인 매장인 이마트몰에서는 여수산 멸치를 포함해 지역 이름과 종류 등에 따라 상표가 다른 수십 종의 멸치가 판매 중이다. 

여수는 1948년 10월 여순사건이 발생한 역사적 아픔을 지닌 장소다. 실제 이 사건 직후 1949년 전남도에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희생자 수가 1만 1000여 명 이상이다. 

여순특별법에 명시된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에 주둔하고 있던 14연대 군인들 일부가 제주4·3 진압 출동 명령에 '동족을 살상할 수 없다'며 명령을 거부하고 봉기한 일이다. 진압 과정에서 다수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당하고 피해를 입었다. 2020년 1월 20일 여순사건희생자 재심재판에서 재판부는 국가를 대신하여 사과하면서,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여 그 절차를 통하여 구제받아야 한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여순사건 73년 만에 특별법 제정됐지만...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여순항쟁 역사화전’을 진행 중인 박금만 화백.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여순항쟁 역사화전’을 진행 중인 박금만 화백.
ⓒ 박금만 화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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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박 화백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 내내 지난해 여름 어렵게 국회 문턱을 넘은 '여순사건 특별법'을 걱정하며 말을 이어갔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2001년 16대 국회 이후 4차례나 발의됐지만 정치권의 대립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21대 국회 들어 지난 2020년 7월 의원 152명이 발의했고, 상임위 심사가 늦어지며 미뤄지다 국민의힘이 태도를 바꾸면서 관련법이 겨우 통과됐다. 

"국가에서 인정하고 사과까지한 여순사건에 대해, 무엇보다 특별법이 통과돼 이제야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나 기대하는 시점에 '멸공릴레이'이라는 이름으로 여수멸치를 SNS에 올리며 조롱하고 우습게 만들었다. 자칫 특별법의 의미가 훼손되거나 축소될까 우려된다. 하지만 가장 큰 걱정은 이번 일로 이제야 조금 입을 열게 된 유족들이 다시 한 번 '빨갱이'라는 각인을 세포 속에 새겨넣게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  

박 화백 역시 '빨갱이' 소리를 들으면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을 위해 작품 활동 뿐 아니라 1인 시위까지 진행했다. 가깝게는 할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여순항쟁의 의미를 온전히 알리기 위해서였다. 

박 화백은 삼십 줄이 될 때까지 자신의 할아버지가 군경에 의해 죽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2004년에야 당숙이 돌아가시며 '너희 가족 때문에 내가 연좌제로 진급을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역추적하다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됐다. 그의 조부는 1949년 4월 광천다리 밑에서 총살을 당해 사망했다. 정부 측 기록에는 '좌익활동'이 사살된 주요 사유로 표기됐다.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남겼다고 들었다. 앞으로 100년 동안은 후손들에게 집안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그런데 2017년 순천경찰서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인한 결과 1980년 4월 기록에 '부역한지 확실치 않음', '아들은 국가시책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라고 적혀있더라. 원인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조부를 죽인 거고, 아들인 아버지를 1980년 4월까지 사찰한 거다. 다들 뿌리 깊은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다."

박 화백은 "여순항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일부 정치인에 의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니겠냐"면서 "여순항쟁을 제대로 알면 이렇게 할 수 없다. 앞으로도 고증을 바탕으로 사건 발생 현장을 시각화해 당시의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알리는데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8일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여순항쟁 역사화전'은 이달 2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8일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박금만 화백의 ‘여순항쟁 역사화전’이 진행된다.
  지난해 12월 28일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박금만 화백의 ‘여순항쟁 역사화전’이 진행된다.
ⓒ 박금만 화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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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석열 후보는 논란이 확산되자 10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까운 마트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산 것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제가 멸치 육수를 많이 내서 먹기 때문에 멸치를 자주 사는 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윤 후보가 당시 이마트에서 산 여수멸치 겉봉에는 '조림용'이라는 세글자가 표기돼 있었다.

앞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임인년 새해 첫날 여수와 순천을 찾아 희생자 위령비에 헌화한 뒤 "역사와 화해 과정에서 보수 정당이 취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유가족이) 실망하게 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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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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