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KB스타즈와 BNK썸의 경기(KB 85-72 승리)를 끝으로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전반기 일정이 모두 끝났다. 이제 여자프로농구는 오는 29일까지 9일의 휴식기를 가진 후 오는 30일부터 후반기 일정에 돌입한다(코로나19로 올스타전은 취소). 노장 선수들이 많은 팀에게는 체력을 보충할 시간이 되고 전반기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팀에게는 전력을 재정비할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시즌 전부터 많은 농구팬들이 예상했던 것처럼 전반기엔 역시 KB스타즈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박지수라는 최고의 센터를 거느라고 있던 KB는 FA 최대어 강이슬을 영입한 데 이어 3년 차 포인트가드 허예은까지 성장하면서 난공불락의 전력을 구축, 16승1패라는 독보적인 성적으로 전반기 일정을 마감했다. 반면에 하나원큐는 원정 8연패를 포함해 16경기에서 단 2승을 따내는 데 그치며 최하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전반기 성적이 만족스러웠던 팀도 있고 성에 차지 않는 팀도 있었지만 팀 성적과는 별개로 전반기를 통해 농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꾸준한 활약이 후반기에도 이어진다면 당연히 팀 성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연 전반기를 통해 소속팀은 물론 여자프로농구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은 선수는 누가 있었을까.

김단비의 부담 덜어준 신한은행의 2옵션
 
 유승희(왼쪽)는 두 번의 큰 무릎부상을 이겨내고 코트로 돌아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유승희(왼쪽)는 두 번의 큰 무릎부상을 이겨내고 코트로 돌아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신한은행 에스버드는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김단비의 팀'이었다. 김단비는 전반기 14경기에 출전해 20.43득점(2위) 9.57리바운드(3위)3.93어시스트(7위)1.21스틸(6위)1.50블록슛(공동 2위)으로 공수 전반에 걸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전반기 김단비는 결코 '외로운 에이스'가 아니었다. 긴 부상을 털고 코트에 복귀한 유승희가 이번 시즌 신한은행의 2옵션으로 활약하며 김단비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기 때문이다.

2012-2013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강이슬, 최이샘(우리은행 우리원)에 이어 전체 3순위로 삼성생명 블루밍스에 지명됐던 유승희는 2016-2017 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으로 이적했다. 유승희는 신한은행 이적 후 두 시즌 동안 출전시간을 늘려가며 새 팀에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승희는 2018년 여름 박신자컵에 출전했다가 오른쪽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2018-2019 시즌을 통째로 거르고 말았다.

유승희는 힘든 재활 과정을 거쳐 다시 시즌을 준비했지만 2019년 연습경기 도중 다시 같은 부위를 다쳐 2019-2020시즌까지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자칫 좌절할 법도 한 큰 부상을 두 번이나 당했지만 유승희는 오뚝이처럼 일어나 2020-2021 시즌 코트에 돌아왔고 30경기에서 6.03득점을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유승희는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생애 최고의 활약을 경신하며 신한은행의 주축선수로 자리 잡았다.

전반기 17경기에 모두 출전한 유승희는 10.47득점5.76리바운드3.4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유승희는 175cm로 신장이 그리 크지 않는 가드임에도 경기당 5.76개의 리바운드를 잡을 정도로 위치선정과 골밑에서의 투쟁심이 뛰어나고 외곽슛을 던질 때도 망설임도 없다. 이제 유승희는 팀의 에이스 김단비, 나이를 거꾸로 먹는 리그 최고령 선수 한채진과 함께 신한은행의 '트로이카'로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우울한 하나원큐 골밑, 그래도 양인영 있었다
 
 비록 팀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양인영의 하나원큐 이적은 선수생활에 큰 전환점이 됐다.

비록 팀은 최하위에 머물러 있지만 양인영의 하나원큐 이적은 선수생활에 큰 전환점이 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사실 이번 시즌 하나원큐의 부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FA시장에서 국가대표 주전슈터이자 팀의 에이스 강이슬을 붙잡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슈터 구슬마저 2경기 만에 오른쪽 십자인대파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에이스 신지현이 16.31득점(5위),3.7리바운드,4.44어시스트(6위)로 분전하고 있지만 약한 골밑과 수비의 약점은 쉽게 극복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처럼 우울하기 짝이 없는 하나원큐의 골밑에서도 양인영 만큼은 고군분투하면서 열심히 골밑을 사수하고 있다. 양인영은 2012년 신한은행에 입단했다가 2016년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생명으로 이적했지만 삼성생명 시절에는 배혜윤과 외국인 선수에 막혀 긴 출전시간을 보장 받지 못했다. 결국 양인영은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어 계약기간 4년 연봉 1억2100만원에 하나원큐로 이적했다.

여자프로농구 전체로 보면 준척급 FA 한 명의 작은 이적에 불과했지만 양인영에게 하나원큐 이적은 선수생활에 큰 전환점이 됐다. 하나원큐에서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선수로 활약한 양인영은 9.20득점5.90리바운드1.23블록슛을 기록했다다. 하나원큐가 상대적으로 골밑자원이 약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외국인 선수가 뛰지 않은 것도 양인영의 성장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양인영은 이번 시즌 더욱 확실한 공격옵션으로 활약하며 신지현과 좋은 호흡을 과시하고 있다. 물론 박지수를 비롯해 배혜윤이나 진안(BNK) 같은 리그 정상급 빅맨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13.94득점6.38리바운드(이상 9위)1.50블록슛(공동 2위)으로 상당히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후반기에는 적극적인 몸싸움을 통해 더 많은 리바운드를 잡아낸다면 팀에 더욱 필요한 자원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근성과 투지로 뭉친 2000년생 유망주 가드
 
 이소희는 백코트 득점을 책임지면서 어시스트 1위 안혜지와 함께 BNK의 경기조율도 겸하고 있다.

이소희는 백코트 득점을 책임지면서 어시스트 1위 안혜지와 함께 BNK의 경기조율도 겸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19년1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의 관심은 온통 숭의여고의 장신가드 박지현(우리은행)에게 쏠려 있었다. 고교 시절부터 전국대회 우승을 휩쓸며 MVP를 독차지했던 박지현은 4.8%의 낮은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따낸 우리은행에 입단했다. 박지현 지명을 기대하고 있던 나머지 팀들은 모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지만 전체 2순위로 인성여고의 이소희를 지명한 OK저축은행 읏샷(현BNK썸)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인성여고를 이끌던 이소희는 프로 데뷔 후 15경기에서 7.33득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이소희는 BNK로 팀 명이 바뀐 2019-2020 시즌 개막전에서 몸싸움 도중 어깨를 다치며 9경기 출전에 그쳤다. 이소희는 재활 도중 다친 어깨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왼손슛을 연습했고 2020-2021 시즌 11득점4.63리바운드2.23어시스트1.23스틸을 기록하며 흔치 않은 양손슈터로 거듭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소희는 지난 3월 BNK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박정은 감독의 권유에 따라 다시 오른손으로 슈팅핸드를 바꿨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슛을 던지면 정확성은 차치하더라도 10년 이상 사용하던 오른손에 비해 순간적인 슛 타이밍이나 동작이 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박정은 감독이 이소희를 BNK의 차세대 주득점원으로 점 찍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소희는 지난 시즌에 비해 출전 시간이 3분 정도 줄었지만 12.94득점으로 오히려 득점력은 더욱 좋아졌다. 이는 BNK에서 진안(17.06점) 다음으로 높은 득점으로 이제 이소희는 'BNK의 백코트 에이스'라 불러도 전혀 손색이 없다.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돌파 기술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동료들의 사기를 올릴 수 있는 근성이 좋은 이소희는 후반기 대반전이 필요한 BNK의 전력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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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유승희 양인영 이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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