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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관계자들이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관계자들이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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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20일 오후 10시경 ㄱ보건소에서 '자가격리자'임을 통보받았다. 지난 15일에 만나서 식사를 한 지인이 18일 오전에 확진 통보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서, 검사를 받고(음성 판정) 보건소의 조치를 기다리던 터였다. 

그러나 주말을 지나 월요일 밤에서야 보건소로부터 문자가 왔다. 만약 지인의 확진 소식을 몰랐다면 연말에 잡힌 약속을 모두 나갔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예방접종 완료자로서 '수동감시'로 전환하기 위해 A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ㄴ보건소에 두 시간 가까이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연락이 닿은 ㄴ보건소는 ㄱ보건소에서 아직 자신의 정보가 넘어오지 않아서 전환이 어렵다고 했다. ㄱ보건소에도 전화를 했으나 역시 통화가 불가능했다. 

최근 확진자 증가로 인해 기존 방역 인력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일선 방역에 구멍이 생기고 있다. 확진 후 재택치료 대상이거나, 자가격리 대상임에도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보건소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지난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역학조사 인력도 부족하여 '방역망 내의 관리비율'이 20%대로 낮아졌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방역망 내 관리 비율'은 신규 확진자 중 자가격리 상태에서 확진된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데, 11월 1주 40%에서 12월 3주 24.7%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3T는 무너지고... 중앙 정부 방침, 일선에 전달 안 돼"

30대 남성 B씨의 사례는 역학조사가 사실상 마비된 상황을 보여준다. B씨는 지난 11일 보건소로부터 아이가 확진되었다는(부부는 음성) 통보를 받았다. 증상이 없으면 재택치료를 해야 하고, 미성년자니까 보호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3일이 지난 14일 오후에서야 재택치료 전담공무원으로부터 재택치료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지침대로라면 11일부터 1일 2회 건강을 확인하는 연락,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 방법을 안내하는 등의 재택치료가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3일동안은 사실상 치료 공백 상황이었던 것. B씨는 "검사받은 곳과 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에 이관하는데 시간이 걸린 것 같다"라고 말했다.

B씨는 현재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을때 B씨가 '역학조사 여부'를 물어보니, 보건소 측은 "역학조사 팀에게 연락을 받았느냐"라면서 역으로 물었을 정도였다. 또한 아이의 동선 파악에서 병원 방문이 누락된 것 같아, 이를 알리기 위해 보건소에 전화를 했으나 주말 내내 연락이 되지 않았고, 월요일에 연락이 닿았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게 B씨의 설명이다. 오히려 교육부가 동선을 파악해 안내해줬을 정도다. 

또한 격리기간 중 B씨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17일에 검사를 한 차례 더 받았다. 이때도 보건소에 연락이 닿지 않아, 담당공무원에게만 이야기하고 검사를 받으러 가자, 자가격리앱이 장소 이탈 알림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보건당국에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B씨는 "K-방역의 성공요인이 3T(Test-Trace-Treat, 검사-추적-치료)라고 하는데, 사실상 지금 이 전략이 마비되어있다는 생각이 든다. 보건소에 연락하는 것도 너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중앙정부의 설명과 지금 실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괴리가 있어보인다. 공동격리자의 관리기간은 7일인데, 막상 연락이 되는 사람들은 10일 자가격리 이외에 공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고, 결국 10일 자가격리를 했다"라고 밝혔다.

확진자 급증에 역학조사 질 떨어져... 정규직 인력 늘려야
 
19일 오전 코로나19 전담 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인천 남동소방서 구급차를 탄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19일 오전 코로나19 전담 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인천 남동소방서 구급차를 탄 코로나19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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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의료진들도 하루 7000명씩 나오는 확진자를 대응하기에는 역학 조사를 비롯한 보건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격리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역학조사서 내용이 최근 들어 부실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었는데, 최근에는 역학조사서의 내용이 잘못돼, 제가 환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경우도 있다"면서 "증상이 발생하기 이틀 전부터의 동선을 파악하는 세밀한 역학조사가 필요한데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보니 역학조사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부랴부랴 보건소 코로나19 대응인력 한시 지원 계획을 21일 발표하고, 전국 258개 보건소에 2064명 규모의 한시 인력 지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에는 보건소 개소당 12명, 비수도권에는 4~8명이 지원된다.

그러나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 (서울시 전 시민건강국장)는 "한시적 인력은 없는 것보다는 당연히 낫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역학조사관들은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고, 인구 20~30만명이 넘는 지자체에서는 이들을 모아 역학조사팀을 신설하면서 전반적인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나 교수는 "시도의 감염병 지원단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 대학병원에 위탁을 해놓고 있는데, 직접 시도에서 체계를 갖추고 운영을 해야 역학조사의 질을 관리할 수도 있다"라며 "역학조사 강화가 되어야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하게 하지 않고도 방역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지자체간 정보 교류가 제대로 안 되어서, 확진자나 격리자 관리 등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현장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부분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코로나19, #K방역, #3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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